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은 다양하게 ‘만남’을 갖는다. 일생을 살면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사람은 사람만 만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동물도 만난다. 동물류에는 개와 고양이 같은 종류가 있다. 사람의 일생 중 이 만남은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기도 하다. 잘 만나면 일생이 행복이요 잘못 만나면 고초의 연속이다.
개와 고양이도 주인을 잘 만나야 편하게 살 수 있듯이 사람도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사람의 만남을 열거해 보자. 우선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 있다. 애인사이의 만남은 싫으면 헤어지면 된다. 그러나 부부사이로 만나는 사이는 아주 복잡해진다. 결혼하여 자식들이 태어나면 싫어도 헤어질 수 없는 만남이 부부사이의 만남이다. 물론, 싫으면 자식이고 뭐고 상관하지 않고 헤어지는 부부도 있긴 있다. 이럴 때의 그 부부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은 부모를 잘못만난 결과가 되기 싶다. 만약, 어릴 때에 부모가 헤어지면 어린나이에 자식들이 받는 고통과 상처는 평생을 가게 된다. 그 고통과 상처를 이기고 성공하는 예도 있긴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결혼의 만남은 20대와 30대의 만남이다. 요즘, 사람의 수명을 보통 80에서 90으로 본다면 결혼 후에 가질 부부의 시간은 인생의 3분의 2가 넘는다. 이런 경우 배우자를 잘 만나면 그 사람 인생의 3분의 2가 행복으로 차게 된다. 반면에 배우자를 잘못 만나면 결혼 후의 그 사람 인생은 불행과 후회의 연속이 된다. 지금부터 50년에서 60년 전만 하여도 한국에서는 부모가 자식들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것이 대세였다. 그것은 곧 어른들끼리 서로 자식들의 장래를 먼저 약속하고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잘 되면 결혼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렇게 만난 부부들은 싫다 좋다 하지 않고 자식들 잘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살아가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중매를 통해 만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자유연애를 하여 서로 좋으면 결혼하고 싫으면 헤어진다. 헤어지면 다른 사람을 만난다. 연애 경험을 많이 가진 사람이 결국 더 좋은 사람을 만나냐 하면 다 그렇지는 않다. 이렇게 하다 혼기를 놓쳐 40을 넘기며 본의 아니게 독신의 생을 살아가는 싱글들도 많다.
이 밖에도 잘 만나야 될 사람들은 많다.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라면 시어머니를 잘 만나야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잘 만나야 한다. 고부간의 갈등으로 자식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 친구는 동네친구, 초·중·고등학교 친구, 대학 친구, 군대 친구, 직장 친구, 단체 친구 등 많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사춘기 때, 친구를 잘 못 만나면 일생을 망칠 수 있다. 일생 중 가장 예민하고 반항하는 시기가 사춘기다.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배려가 가장 많이 집중돼야 할 때가 이 때다.
이민 와 사는 목적이 무엇인가. 자신의 성공에도 있지만 자식들이 잘 되어야 한다. 만에 하나, 2세들이 잘 못 되면 1세들의 수고와 희생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또, 환자는 의사를 잘 만나야 한다. 의사 잘못 만나 고생하는 환자도 있고, 의사 잘 만나 병세가 좋아지는 환자도 있다. 집을 팔고 사려고 하는 사람은 부동산 업자를 잘 만나야 한다. 부동산업자 잘못 만나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 변호사에게 의뢰할 일이 있는 사람은 변호사를 잘 만나야 한다. 변호사를 잘 만나면 재판이 잘 풀릴 수 있다.성직자는 신자를 잘 만나야 하고 신자는 성직자를 잘 만나야 한다. 성직자와 신자간의 잘못 만남은 서로 간에 큰 불행을 안겨줄 수도 있다. 직장인은 사장을 잘 만나야 하고 사장은 직원을
잘 만나야 한다. 백성은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하고 지도자는 백성을 잘 만나야 한다.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면 백성들은 평생 암흑과 같은 일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 성공하는 케이스도 있고, 잘못 만나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우연일 수 있고 필연일 수도 있다. 한 평생 수많은 ‘만남’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들. 그 만남 중에 가장 좋은 만남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 즉 태어나므로 빚어지는 세상 만상과 우주와 자신과의 만남이 아닐까. 만남, 수수께끼 같이 신비한 만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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