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 줄이는 준비 갖춰야
여행은 자녀 인성발달 도와
다음 주면 공립학교의 봄방학이 시작되고, 여름방학도 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가족은 이번 여름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인 친구들은 내가 한국에 간다고 하면 몇 시간이나 걸리느냐고 묻는다. 보스턴에서 한국까지는 뉴욕에서만 15시간 정도가 걸리고,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연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하루가 걸린다고 하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지금 내게 한국을 방문하는 일은 미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케익 한 조각 먹는 것과 같이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성인이 된 우리 두 아들이 어렸을 때, 한국 여행을 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하루 정도 걸리는 여행도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 키우는 비결을 아이를 다 키우고 나서 후회나 아쉬움과 함께 깨닫게 된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 여행을 즐기는 방법도 우리 아이들이 다 자란 다음에야 알게 된 것이 많다.
아이들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아이건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특히 우리 큰 아들 진한이처럼 ADHD(주의력 결핍장애)와 같은 장애가 있는 아이인 경우에는 더 할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그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준비를 잘 하면 그 어려움이 훨씬 덜 할 뿐 아니라, 가족이 모두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어느 항공사 웹사이트에 보면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 여행을 하는 요령이 이렇게 나와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할 때는 티켓을 받을 때 좌석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리를 펼 수 있고, 화장실이 가까운 앞좌석으로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이에게 여행에 대해 충분히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 것도 모르는 것보다 아이에게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것도 없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귀가 이상해 질 수 있으며, 그럴 때는 침을 삼키거나 물을 마시면 된다고 일러주어야 한다. 그 외에도 비행기가 몇 시에 떠나 몇 시에 도착하는지, 비행기에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등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어떤 비행기에서는 아이들에게 장난감 비행기도 주고 색칠하는 그림책도 주긴 하지만, 부모가 조그만 샌타클로즈 보따리 같은 것을 준비했다가 아이가 지루해 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주면 그때그때 위기를 면할 수 있다.
아이가 자기 백팩을 메고 다닐 수 있는 나이라면, 아이에게 좋아하는 것을 직접 싸도록 하여 들고 다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가방을 너무 무겁게 하거나 액체로 된 것은 피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비행기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장난감과 놀이는 MomsMinivan.com 등과 같은 웹사이트에 들어 가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행기 안에서 놀 수 있는 좋은 장난감으로는 play dough, 작은 크기의 종이와 매직팬, 자석으로 된 장난감, 손가락이나 손에 끼워 놀 수 있는 puppet, 스티커 등이다.
공항 대합실에서 기다릴 때는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되도록 많이 걷거나 뛰어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비행기 안의 좁은 공간에서 좀이 덜 쑤시고, 피곤해서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어느 공항에나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있으므로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나는 진한이가 어렸을 때는 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했다. 남편과 함께 가기도 했지만, 혼자 진한이를 데리고 간 적이 더 많았다. 그런데 진한이는 잠을 많이 자는 편이어서 다행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할 때, 아이에 따라 밤비행기를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우리 아이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보안 검색이나 세관 수속을 하느라 줄을 서있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접는 형태의 가벼운 유모차를 가지고 다니거나, 강아지처럼 아이의 몸에 묶는 끈을 이용하면 아이와 부모가 좀 더 자유로워 질수 있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는 일은 그것이 비행기 여행이건 자동차 여행이건, 쉽지는 않지만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된다. 특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여행의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될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행을 한다. 언젠가“당신의 배터리를 재충전 하십시오”라고 쓴 여행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은 때때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일을 능률적으로 하게 되며 여행처럼 이 기능을 잘 하는 것도 없다.
아이들은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길러지며, 다양한 사람과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능력도 생길뿐 아니라 여행은 아이가 가진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기회도 된다. 우리 가족의 한국 여행은 친척과의 유대관계를 유지시켜 주며, 아이들의 건강한 자아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주의력 장애와 행동과다증이 있는 사람들은 유난히 여행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우리 가족이 비행기 여행을 하게 되면 진한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한꺼번에 다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즐기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고 음악도 듣고 잡지책도 보고 색다른 음식에 여러 종류의 음료수 까지 즐길 수 있다.
요즘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좌석마다 각자 조절할 수 있는 TV가 있어 진한이는 내내 싱글벙글 그 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한국에 도착하게 된다.
홍혜경 <프리스쿨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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