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상식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천안함 침몰사고를 북한도발로 보는 것이. 정황적 증거들은 하나 같이 이번 사고가 외부공격에 의한 침몰임을 알리고 있다. 그래서 인지 한국군 내에서는 70% 이상이 이 사고를 북한에게 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국내 보도다.
결정적인 것은 김태영 국방장관의 국회 발언이다. 그는 “천안함 침몰은, 어뢰와 기뢰 두 가능성이 있지만 어뢰가능성이 더 실질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물증은 확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북한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인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관련해 새삼, 아니 진부한 질문이 또 던져진다. ‘북이 공격했다면… 왜’인가 하는 것이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사실이라면 최근 들어 비등점을 향해 나가고 있는 북한 내부의 불만 기류를 일부나마 돌려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한국 내 한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시장세력 말소를 위해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그 반시장적 조치가 참담한 실패로 끝나면서 주민의 불만이 위태로울 정도로 팽창돼 있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주민들이 곳곳에서 보안원들에게 폭행을 하고, 공공장소에서도 당국에 대한 불만을 터뜨릴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6.25 참전 노(老)세대들도 그 불만대열에 합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체제는 몹시 당황했다. 화폐개혁은 김정은이 주도했다. 그러니 3대 권력승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례 없이 북한당국은 사과를 했다. 그리고 희생양도 내세웠다.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박남기의 처형이다.
이로도 화난 민심을 달랠 수 없어 돌파구로써 남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일으켰다. 대남 적개심을 자극해 불만의 물꼬를 외부로 돌리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해외의 북한전문가들도 같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화폐개혁 실패는 체제유지에 상당한 충격파를 불러와 그 결과 보다 강경한 선군정책을 표방하고 나설 수 있다.” 아메리카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가 일찍이 내린 전망이다.
예의 벼랑끝 외교 작전으로 볼 수 있다. 천암함 침몰사고가 북의 소행이라는 전제하에 내린 또 다른 진단이다. 북한 내 사정이 그만큼 급하다는 이야기다. 도발을 통해 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리고는 협상에 나서 보상을 얻어 챙기는 사이클의 일환으로 본 것이다.
또 다른 요소는 없을까. 최근 들어 북한과 중국 관계에서 특이한 기류가 감지된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 대항하는 수퍼 파워 게임에 있어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제임스 타운 연구소의 윌리 램의 주장이다.
과거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를 지양하고 유소작위(有所作爲·필요하면 할 말은 한다)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과의 싸움을 겁내지 않는다는 전략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그 달라진 자세는 외교에 있어 ‘양보 없는 압박공격’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부쩍 오만해진 모습이다. 북한전략도 달라졌다. 북경은 한동안 북한과 소원한 관계에 있었다. ‘정상적 국가관계’라는 표현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 관계가 ‘혈맹적 관계’로 복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책은 점차 구체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이른바 동진(東進)정책을 통해서다. 지난해 10월초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무려 300 여 명의 방문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그 때 나온 미확인 보도가 중국의 100억 달러 북한지원설이다.
그리고 수개월 후 깜짝 뉴스가 터졌다. 나진항을 통한 중국의 동해진출 보도로, 이는 동북아 정세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같은 북-중관계의 변화는 북경의 대미전략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램의 지적이다. 말하자면 ‘미국에 대한 반발’로 대대적인 북한 지원이 지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특히 주시한 것은 중화민족주의 만연과 함께 점차 강해지고 있는 군부의 영향력으로, 강경파 장성들은 거침없이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다시 북한 쪽으로 돌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군부의 입김이 거세진 중국 내 변화의 흐름과 관련해 북한의 집권 강경세력은 나름대로 감을 잡는다. 마침 내부 사정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한 번 애드벌룬을 띄어 볼 필요를 느낀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도발이다. 그 방법은 마피아 히트 맨식 공격이다. 남한도 남한이지만 북경의 대형(大兄)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면밀한 체크를 하면서…”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아직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없으니까. 그러나 서해북방한계선 인근 수역에서 대한민국의 전함이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는 사실은 뭔가 한 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한반도 북쪽에 회오리가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중국 방문 이후를 주시해야겠다.
옥세철 /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