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의 잔지바르 섬과 3박 4일 타자라 기차 체험!
인도양 바다속에서 마음껏 휴식
현지인은 소외되고 외지인이 주인된 씁쓸함도
사파리 투어를 마치고 탄자니아의 수도로 출발한 버스는 킬리만자로가 보이는 ‘모시’를 거쳐서 오후 4시30분경에 수도인 ‘다르에르살람’에 도착한다. 짐을 정리하고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자신이 경찰이라며 신분증을 제시하더니 불심 검문으로 여권을 보자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짜 경찰들이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한다는 얘기도 들었기에 실랑이를 벌이다가 우리가 빙 둘러서고 여권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사건이지만 혼자였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 같다.
인도양의 파란 바다를 볼 수 있는 잔지바르 섬으로 가기 전에 ‘타자라’(탄자니아-잠비아를 2박 3일, 44시간동안 달리는 기차)를 예약하는데 출발시간을 직원도 모른다. 황당한 일이지만 기차가 단선이고 워낙 연착이 많아 잠비아에서 출발한 기차가 다시 탄자니아에 도착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기차표를 예매하고 잔지바르행 배를 탔는데 그 안에서 전세비용으로 세계일주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인 신혼부부를 만났다. 정말 대단하고 기대가 되는 부부다. 어두워서야 부두에 도착하니 수많은 삐끼들이 따라오며 숙소를 안내를 해 준다고 야단이다. 이 신혼부부는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배낭여행의 고수다. 이제 이곳을 마치면 10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간다고 하며 우리에게 론니 여행책자를 준다.
새벽 5시, 코란 읽는 기도소리에 잠이 깬다. 인도양의 보석인 잔지바르 섬은 케냐의 라무 섬과 같이 종교, 문화, 건축 등에서 이슬람문화의 접촉점이다. 낮 12시 기도시간이 되니 남자들은 하나같이 하던 일을 멈추고 회당으로 모여 곳곳에서 기도한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며 사진을 찍는 것도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의식은 엄숙하다.
‘농귀’해변으로 가니 에메랄드빛의 환상적인 인도양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돈 있는 외국인들이 아름다운 해변을 모두 리조트, 레스토랑 등으로 만들었다. 결국 현지인은 소외되고 외지인이 주인이 되어 버린 슬픈 현장을 목격한다. 이러다보니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은 한국의 1.5배를 능가한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인도양 에메랄드빛 해변 속으로 들어간다. 백사장과 바다 빛, 요트와 지평선,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바다 어디를 둘러보나 한 장의 그림과 같다. 바닷물은 농도가 짙어 들어 가 누우니 그냥 몸이 둥둥 뜬다. 원 없이 인도양 바다 속에서 오랜만에 즐거운 휴식을 취하니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다.
다음날 저녁 10시에 출발하는 타자라 시간으로 다시 다르에르살람으로 돌아왔다. 부두근처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잡고 타자라 기차로 이동할 동안의 먹거리 준비를 위해 아이들이 길을 나선다. 아내와 나는 낯선 아프리카에서 그것도 저녁에 아이들만 보낸 것을 후회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거뜬히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다. 슈퍼마켓을 찾아 2박3일 동안 먹을 음식과 물 그리고 과일을 구입하고 또한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택시기사와 저렴한 가격에 흥정까지 하고 온 것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산교육이라는 확신이 든다.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은 평소 보던 모습과는 다른 부분들이 정말 많다.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나약한 아이들이 아니라 문제해결력이 우리보다 뛰어나다. 그래서 현인들은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여행을 보내라”고 하였는가 보다.
역에 도착하는 순간 너무 고요하며 사람도 없고 거의 암흑에 가까울 정도다. 혹시 기차 시간이 바뀐 것은 아닌가? 그러나 계단을 올라가 대합실에 들어서니 발 디딜 틈 없이 현지인들로 가득하다. 짐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데 현지 아이들은 낯선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와 병뚜껑 놀이를 같이 하기를 원한다. 한참을 현지 아이들과 즐겁게 논다. 병뚜껑 하나에 국적을 초월하여 함께 놀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22시가 다 되어 객차를 찾아가니 객실 안은 너무 후덥지근하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팬마저 고장이 나고 창문은 심하게 낙후되어 열수가 없다. 드디어 2박 3일, 44시간 타자라가 출발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라의 진가를 맛본다. 꼭 청룡열차를 탄 기분으로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누운 상태에서 몸 전체가 침대에서 10CM정도 점프를 한다. “이러다 허리디스크 걸리겠다”는 아내의 말에 동의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 덜컹거림이 계속 된다. 타자라에서의 첫 날 밤을 이렇게 보내고 아침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준비한 옥수수 1개와 비스킷 5개와 현지인이 파는 빵과 계란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 탄자니아는 하루 종일 달려도 황량한 산야들과 저 멀리 드문드문 집들이 보이는 것뿐이다. 기차소리를 듣고 어김없이 아이들은 기차를 향해 달려와 두 손바닥을 겹쳐서 아래위로 흔들면서 무엇인가 달라고 한다. 반가움의 표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빈 페트병이나 먹을 것을 얻기 위한 몸짓이었다. 그 순간 마음이 아려온다. 아이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기차는 그들을 무심하게 지나쳐버리기 일쑤인데도 포기하는 법 없이 맨 발로 달려오는 아이들의 모습! 전봇대만 세워놓고 전깃줄은 없는 철로 변의 풍경들! 숯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화전민들이 불을 놓아 곳곳이 시꺼먼 속살을 드러낸 아프리카의 산야!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에는 더욱 아련하게 남는 아픔이다. 잠비아 국경에서 직원이 객실에 들어와 기차 안에서?출입국 수속을 받는다. 종착역인 카프리 음포시에 05시에 도착으로 2박 3일이 아닌 3박 4일, 56시간의 대단원을 무사히 마쳤다.
타자라는 아프리카 산야를 원 없이 보고 그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작은 페트 병 하나도 기차 길 옆의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우리 가족 역시 최소한의 양식으로 생존하는 체험과 불편하고 좁은 공간에서 5명의 가족이 함께 살을 부대끼며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키워간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당연히 먹을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쾌적하게 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감사해야 함을 배웠다. 돈으로도 주고 살 수 없는 타자라의 3박 4일 체험은 영원히 마음에 새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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