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단체 “北 인권·안보 위협 다루는 유엔 독립기구 설립해야”
▶ 北대사 “책략과 조작” 적반하장 주장…韓대사 “탈북자 증언, 반박 불가 증거”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주민 인권침해 상황을 다루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가 20일(현지시간) 열렸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유엔총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고위급 회의인 이날 회의에는 국제인권단체와 탈북자들이 발언자로 나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유엔 회원국들 앞에서 낱낱이 증언했다.
유엔총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필레몬 양 유엔총회 의장 주최로 북한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전체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유엔총회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 따라 개최됐다.
지난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는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다루기 위해 시민사회 관계자와 전문가의 증언을 듣는 고위급 회의를 열 것을 유엔총회 의장에게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유엔 인권이사회 차원에서는 북한인권 관련 회의를 여러 차례 개최해왔지만, 유엔총회 차원에서 북한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날 발언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 그치지 않고 중동과 동유럽을 포함한 국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이란을 통해 중동 지역 테러단체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중동과 유럽에 불안정과 폭력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 근본 원인은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에 있다"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팬데믹 기간 북한의 인권 상황이 훨씬 악화했다며 "북한 주민들은 5년 넘게 절대적 고립 상태에 놓여있다"라고 우려했다.
살몬 보고관은 국경 폐쇄와 국제사회로부터의 인도적 지원 제한, 정보 접근 차단이 북한 주민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켰으며, 새로 제정된 법들이 이동의 자유와 노동권,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탈북자들이 유엔총회장 연단에 올라 자기 경험을 직접 증언하면서 회원국들의 주목을 받았다.
'11살의 유서' 작가인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김은주 씨는 11살 때 굶주림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신매매를 당해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전했다.
김씨는 "오늘날에도 젊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현대판 노예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김정은 정권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탈북자 강규리 씨는 지난 2023년 10일 어머니, 이모와 함께 10m 길이의 목선을 타고 탈북한 경험을 증언했다.
강씨는 "북한에는 아직도 기본적 인권을 빼앗긴 채 외부 세계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5살 때 할머니가 토속신앙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평양에서 시골로 추방됐다"며 "북한에서 허용되는 유일한 종교나 신념은 김씨 가문의 세습통치를 정당화하는 주체사상뿐"이라고 비판했다.
강씨는 코로나19 봉쇄가 북한 당국이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완벽한 구실과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내 친구 중 세 명이 처형됐었는데, 그중 두 명은 단지 한국 드라마를 배포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중 한 명은 겨우 19살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날 116개국 300여개의 북한인권 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한보이스'의 션 정 대표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북한 무기개발 프로그램의 원동력"이라며 북한의 인권침해와 국제평화 및 안보 위협 문제를 조사하는 유엔총회 차원의 독립적인 전문가 기구 설립을 회원국에 촉구했다.
일제 브랜즈 케리스 유엔 인권담당 사무차장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북한인권 침해에 관한 정보 저장소를 구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800건 이상의 피해자와 목격자 인터뷰 및 증거자료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케리스 사무차장은 국제사회의 인권 관련 접근을 거부해온 북한이 최근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과 교류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보편적 인권 정례 검토'(UPR)에서 회원국의 권고 사항을 일부 수용했다고 소개하면서 만약 권고 사항이 이행된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당사국 자격으로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북한의 김 성 주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가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날 회의 내용이 숨은 세력에 의한 책략과 조작이라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쳤다.
나아가 그는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자기 부모와 가족조차 신경 쓰지 않는 '인간쓰레기'(scum)를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라며 증언에 나선 탈북자들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북한인권위원회와 같은 인권 단체들은 한미를 포함한 적대적 정부의 정치적, 재정적 후원하에 우리 시민들에 대한 선동과 조작된 증언을 제공하는 인권 하수인들의 집단"이라며 "오늘 회의는 이런 사기꾼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회 발언에 나선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김은주 씨와 강귀리 씨 같은 용감한 탈북자들의 가슴 아픈 증언은 그들이 피해 온 잔혹성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황 대사는 "너무 오랜 기간 북한의 인권 침해는 핵 위협에 가려져 왔지만 인권 침해는 이차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핵과 인권 상황은 상호 간 깊이 연결돼 있고 북한 정권의 진정한 본질을 반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 침해가 중단된다면 핵무기 개발도 중단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통해 만들어진 무기들이 현재 유럽 영토에 떨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장하고 있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약화하면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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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에서는 왜 북한 괴뢰들을 UN 회원국으로 받아주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