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7일부터 13일까지는 세계 녹내장 주간이었다.
녹내장은 노화에 따라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백내장과는 달리 심각한 안과질환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실명 원인 2순위의 질환으로 꼽힌다. 세라노 안과 종합병원의 줄리엣 정 녹내장 안과 전문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침묵의 병’으로도 불린다. 원래 흔한 질병은 아닌데 의외로 한인 환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찾아오는 한인 환자 중 30~40%가 녹내장”이라 설명했다. 녹내장이 무서운 것은 한번 잃은 시력이나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회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일찍 발견해야 치료를 통해 시력을 잃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줄리엣 정 녹내장 안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녹내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자각증상 없이 서서히 시신경 손상
정기검사로 조기 발견해야 실명 예방
약물-레이저 치료·수술로 안압 낮춰야
#녹내장(glaucoma)이란
녹내장은 안압의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시신경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해 ‘보게 하는’ 신경이다.
눈 속에는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하는 ‘방수’라는 액체가 있는데, 이 방수가 정상적으로 흘러나가지 못하거나 정상보다 많이 생겨 눈에 계속 고이면 눈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안압이 높아져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되면 주변 시야 감소 및 실명까지도 이를 수 있다. 녹내장의 타입에 따라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시력을 서서히 잃거나, 갑자기 발생해 눈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primary open-angle glaucoma)는 가장 흔한 타입의 녹내장. 한인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녹내장이다. 안압이 서서히 증가되며 주변 시야가 점차 좁아지고, 병증이 많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주변 시야는 안 보이는 부분(암점)이 생겨 마치 터널을 통해 보는 것 같이 보인다. 대개 환자들은 시력 저하가 많이 진행 된 후 시야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된다. 만약 녹내장을 치료 하지 않고 방치하면 터널 시야 상태에서 완전히 실명할 수도 있다. 가족력, 노화와 관계있다.
급성 또는 폐쇄각 녹내장(acute angle-closure glaucoma)은 갑자기 발생하며 환자에 따라 안구 통증, 충혈 등이 나타나며, 안구 통증과 함께 너무 아파서 토하기도 하고, 심장마비 같은 통증을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앞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밤에 빛 주변에 후광이 보이거나 각막이 혼탁해지는 증상 등이 갑자기 나타난다. 급성 녹내장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처럼 서서히 실명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1~2시간 안에 실명할 수도 있다.
특히 원시(가까운 것이 잘 안보이고 멀리 떨어진 물체는 잘 보이는 경우)는 급성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예방 치료를 위해 레이저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원시 눈으로 홍채와 각막 사이가 너무 좁아 방수가 나가는 자리가 너무 좁게 되고 홍채가 불룩해지며 홍채와 각막이 만나는 부위인 각(angle)이 갑자기 막혀 안압이 확 올라가게 된다.
또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녹내장(congenital glaucoma)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눈 수술을 잘 못했거나 눈 주변에 타박상이 생겨 녹내장이 2차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는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 때문에 녹내장이 생기기도 한다.
정 전문의는 “많은 환자들이 자신에게 녹내장이 생겼는지 모른 채 지내다가 90%는 눈이 가렵다든지, 다른 눈 문제로 검안의나 안과의사를 찾아갔다가 검사 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기 발견이 최선
녹내장은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 아니다. 때문에 이 역시 조기 발견은 실명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시력을 잃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녹내장 치료는 시력을 더 잃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치료를 하는 것.
정 전문의는 “안경을 쓴 경우라면 안경을 바꾸기 위해 검안과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지만 안경을 쓰지 않은 경우는 50세가 넘으면 한번이라도 녹내장 위험이 있는지 눈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하다가 다른 안과 질환 때문에 왔다가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병증이 많이 진전된 후 병원을 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녹내장은 유전이므로 녹내장 부모가 있는 경우는 일찍 찾아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검사를 미리 해보는 것이 좋다.
#안압이 정상인데도 녹내장인 환자
최근 안압은 정상인데도 녹내장인 한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 안압의 정상 범위는 10~20 mmHg. 하지만 환자에 따라 10인데도 시신경 손상과 시야 장애가 진행되는 녹내장인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원인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정 전문의는 “녹내장 환자가 안압이 10이 나왔어도 그 환자에게 10은 너무 높은 것”이라며 “낮은 안압 녹내장이어도 치료는 같다. 결국 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관건”이라 설명했다.
애매모호한 경우도 있다. 눈이 튼튼해 안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25~27 로 진단되는 데도 시신경이나 시야에 아무 손상이 없는 경우다. 정 전문의는 “연구에 따르면 25~27로 안압이 진단된 경우 두 그룹으로 나눠 안압약을 쓰게 한 결과 약을 쓰지 않은 그룹은 10%가 녹내장으로 발전됐지만 약을 쓴 그룹은 5%만 녹내장이 생겼다. 시신경과 시야가 괜찮아도 안압에 따라 약물을 통해 예방 치료로 녹내장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압 관리가 필수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관리하듯이 녹내장 환자는 안압을 관리해야 한다. 녹내장은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녹내장의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안압을 관리하는 것. 안압 관리를 위해서는 약물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 등을 하게 된다.
또한 녹내장 환자는 안압 관리와 함께 시신경, 시야 검사 등을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
#치료법
안압 관리를 위해 환자는 맨 처음 약물 치료를 하게 된다. 약물은 4가지 종류가 있는데, 환자에 따라 1종류만으로도 안압이 떨어지는 환자가 있지만 4종류 모두 함께 써야만 하는 환자, 4종류 모두 써도 효과를 못 보는 환자가 있다. 약물 치료로 항상 눈이 충혈되거나 눈썹까지 자라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약물 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생기거나, 안약을 넣기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하는 경우 레이저 치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레이저 치료는 안압을 20% 정도까지만 떨어뜨린다.
약물치료나 레이저 치료 모두 소용없으면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은 섬유주절제수술(trabeculectomy)과 임플란트(방수유출장치 삽입술, drainage implants)로 나뉜다.
섬유주절제수을 주로 하는데, 시술은 1시간 걸린다. 눈에 구멍을 만들어 방수가 핏줄로 나가게 하는 것.
정 전문의는 “많은 환자들이 백내장 수술과 같이 생각하지만 전혀 다르다. 백내장 수술은 시간도 20분 정도며 바로 눈이 밝게 보이지만, 녹내장 수술은 시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안압 조정을 위한 수술”이라 설명했다. 안압 조정을 위한 수술이라 5년간 조정이 됐다가 다시 서서히 안압이 올라가면 다시 약을 쓰거나 수술을 재차 하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의 녹내장이 혈압이나 당뇨처럼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안약을 처방해도 환자들이 증상을 잘 못 느껴 약을 제때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시력을 얼만큼 빨리 잃느냐는 녹내장 타입에 따라 달라진다.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은 실명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급성 녹내장은 그 자리에서 실명 할 수도 있다.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이어도 환자에 따라 1년 안에 빨리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10년 안에 서서히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녹내장은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발견한 뒤에는 검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녹내장과 관계 있나?
현재까지는 상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전문의는 “학계에서는 처음에 당뇨병 환자에게 녹내장이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됐었다. 하지만 당뇨환자는 매년 망막 검사를 위해 안과에 가기 때문에 발견이 더 쉬운 것”이라 설명했다.
녹내장 기 있다면 6개월마다 검사
안경을 맞추러 갔다가 “녹내장 기가 있다”는 검안의의 소견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안구 내부 후면에 해당하는 망막이 있는 부분을 ‘안저’라고 한다. 검사를 통해 보면 가운데 동그란 시신경이 정상이면 오렌지색으로 보이며 사이즈도 작다. 하지만 녹내장이 있는 환자거나 녹내장으로 진행될 소지가 있는 환자는 오렌지색의 안저가 흰색으로 보이고 동그란 지름 사이즈가 커진다.
정 전문의는 “녹내장 기가 있다는 얘기는 안저 사이즈가 녹내장으로 진단될 수 있는 사이즈 전 단계로 6개월마다 검사해서 안압, 시력, 시야 검사에서 변화가 있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경우에 따라 녹내장이 아닌데 안저 사이즈가 크게 태어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온 객원기자>
조용한 시력 도둑으로 불리는 녹내장은 미국 내 실명 원인 2순위에 해당하는 심각한 안과 질환이다. 줄리엣 정 녹내장 안과전문의가 환자의 눈 검진을 하고 있다.
녹내장 환자의 시야. 주변 시야에 암점이 생겨 터널을 통해 보는 것같이 보인다
세라노 종합안과병원의 줄리엣 정 녹내장 안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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