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가 6.25때 월남했다는 이유만으로 양강도 오지로 유배돼 살았다. 성분차별이란 장벽에 갇혀 지내온 것이다. 그런 그녀가 1997년 탈북에 성공한다. 서울에 정착한 후 호텔청소부 생활부터 시작하면서 면학 끝에 결국 석사와 박사학위를 따냈다.
그녀는 탈북여성 이애란씨다. 그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 미 국무부는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수여했다. 시상식에는 오바마 대통령 영부인 미셀 여사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참석해 큰 박수를 보냈다.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왔다.” 지난해 성탄절 그가 중국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가면서 외친 소리다. 북한 지도부에게 문호개방을 촉구했다. 정치범 관리소 폐쇄를 요구했다. 그는 로버트 박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한인 2세로 ‘모든 북녘 동포를 위한 자유와 생명 2009’ 대표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가 종교적 열정과 호의를 가지고 자진 월북했다. 그리고 나서 43일. 그는 극히 초췌한 모습으로 풀려났다.
심한 고문에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추악한 성폭력까지 당했다고 한다. 그 후유증으로 로버트 박은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기사다. 극도의 대조를 이룬다. 그 땅을 탈출했다. 그 사람에게는 결국 결실이 맺혀졌다. 그 땅을 찾아갔다. 동포에 대한 사랑이 그 땅을 찾아가게 한 것이다. 결과는 참담한 상처뿐이다. 20대 청년의 순수한 신앙적 열정이 처참히 짓밟힌 것이다.
새삼 한 가지 질문이 제기 된다. 북한의 진짜 모습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다.
‘Evil As Usual’-크라우디아 로젯이 포브스지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그녀는 전체주의 폭정체제를 악의 한 구체적 현현으로 보았다. 시베리아의 삼림지대에서 벌목공으로 혹사당하고 있는 북한인들의 참혹한 실정을 전하면서 해외에서까지 감시의 촉각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는 북한 체제를 바로 그 전형으로 본 것이다.
“그들의 어젠다에는 인민의 안녕이란 것은 아예 찾을 수 없다. 프랑스제 고급 코냑을 핥으면서, 또 정부(情婦)를 스위스로 쇼핑을 보내면서 그들이 불철주야 생각하는 것은 인민을 어떻게 통솔하는가 하는 것뿐이다.” 안드레이 란코프의 지적이다.
여기서 ‘그들’은 평양의 집권층으로, 당(?)·군(軍)·정(政)의 간부들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체제가 북한체제임을 말하는 것이다
“북한체제는 스탈린식 공산체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민족주의가 가미된 유고식 공산주의도 아니다. 마르크스의 가르침과는 상치되는 체제가 북한 체제다.” B.R, 마이어스의 말이다. 북한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프로퍼갠더를 8년 여 간 면밀히 추적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으로, 김일성-정일체제는 극단의 인종주의체제로, 천황(天皇)을 신으로 모시던 일본 군국주의체제를 카피한 체제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백마를 탄 김일성의 모습은 백마를 탄 히로히토의 모습을 재현했다. 백두산을 신성시하는 것은 후지산을 성산(聖山)화 한 일본국국주의 수법을 빼닮았다. 순혈을 고집하는 일본의 야마도 민족주의는 ‘김일성 민족주의’로 둔갑했다.
‘김일성 민족’은 흠이라고는 전혀 없는 어린이와 같이 착한 백성이다. 이 민족은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 등에게 항상 수탈을 당해왔다. 이 착한 민족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그 지도자는 다름 아닌 김일성 부자라는 것이다.
이 극단의 인종주의는 외부적으로는 방어적이다 못해 적대적이다. 여기서 필요한 게 일본과 미국이다. 호시탐탐 조선민중을 노리는 악한 세력, 일본과 미국이란 존재다. 북한의 선전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미국은 짐승 같은 존재로 그려져 있다.
김정일 체제는 사실에 있어 파시즘 체제라는 게 마이어의 지론이다. 그 김정일 체제가 그러면 핵을 포기할 것인가. 답은 ‘아니다’로 기운다. 핵 포기는 정치적 자살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긴장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관리한다. 절대적인 평화도, 전면전도 원하지 않는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그런 상태가 체제유지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김정일 체제와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게 한다는 것은 백일몽에 다름없다는 게 마이어의 주장이다.
종합하면 한 가지 그림이 떠올려진다. 거대한 우상을 떠받드는 체제의 모습이다. 그 우상은 어버이 수령이다. 모든 것이, 심지어 해와 달도 어버이 수령을 위해 존재한다는 우상숭배주의가 북한 체제의 진짜 얼굴이다.
이 체제는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까.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순수한 동포사랑으로 찾아든, 어쩌면 철없어 보이는 20대 청년 하나 감당 못해 고문과 성폭력을 가했다. 그 사실 자체가 바로 이 체제의 취약성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옥세철 /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