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최고급 돔 페리뇽 샴페인 제공
해외출장땐 도착지 와인 선택
바쁜 비즈니스 여행을 하다보면, 시차 적응은 커녕, 숨 쉴 여유조차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장시간의 비행은 그야말로 고역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 와인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요즘 항공사들은 기내식과 서비스되는 와인의 품질로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각종 대회들도 많이 있어서 어떤 항공사의 와인 서비스가 몇 등을 했다는 것이 잡지 등에 대서특필되기도 하고, 모 항공사는 일반인들을 모아 기내에 서비스 될 와인에 대한 품평회를 갖기도 한다. 그만큼 거기 제공되는 와인들의 품질이 뛰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와인들을 그것도 공짜로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창밖으로 펼쳐지는 구름과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한껏 즐기는 와인은 고역스런 비행을 풍요롭고 여유있는 천상의 만찬으로 바꾸어 줄 것이다.
듀폰 코리아의 이창주 전무가 연중 국내에 머무는 기간은 한 달 남짓. 나머지 기간은 아시아 각국의 지사들과 외국 거래처를 돌아보는 게 그의 일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만큼은 와인 한 병을 고르기 위해 필자의 매장을 찾는다. 눈길을 끄는 것이 이 전무뿐만 아니라 고령의 그룹 회장님들이나 젊은 경영자들도 손수 와인을 고르기 위해 와인 매장에 자주 들른다는 사실이다. 와인을 고르는 동안 경영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빡빡한 업무에서 오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면서 정신적 휴식을 취한다. 업무의 70%가 외국출장이고, 국내엔 며칠밖에 체류하지 않는 듀폰 코리아의 이전무도 예외가 아니다.
“빡빡한 비즈니스 스케쥴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이질적인 음식에 맞추어 며칠씩 지내면서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주로 밤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탑승 즉시 양치질을 한 후 최고의 레드 와인을 주문하는 거죠. 며칠간의 고단한 업무 끝엔 평소처럼 눈으로, 코로, 혀로 느낀뒤 뒷맛을 음미할 만한 정신적인 여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와인 한 모금을 입안에 물죠. 혀로 잠깐 탄닌의 떫은 맛을 느끼고 난 뒤 삼킵니다. 그리고 나서 입안에 남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향과 맛의 여운을 즐기죠.”
와인의 즐거움은 ‘느림의 미학’에 있다. 와인 한 잔으로 얻는 망중한(忙中閑), 여유로움은 해외출장에서 누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건 기본이고 기내에서 마시는 와인은 또 하나의 선물을 덤으로 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끼 회장은 와인 애호가로도 유명한데 그는 와인이 그 지역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한다. 따라서 취항지 별로 제공되는 그 지역의 와인을 마셔보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은 결국 비즈니스 여행을 성공으로 이끌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로 와인은 그 나라의 역사와 풍토, 그리고 사람들의 성향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현지에서 만나는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대화를 딱딱한 엄부로 시작하지 말고, 비행 중에 마신 그 나라의 와인 이야기로 시작한다면 의외의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기내에서 마시는 와인은 항공사마다 또 노선별로 각기 다른 와인들이 서비스된다. 여행 전문지인 (비즈니스 트래블러)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부문 세계 최고 와인 서비스 항공사로 뽑히기도 한 대한항공을 예로 들면, 퍼스트 클래스에 제공되는 와인들로 돔 페리뇽 같은 최고급 샴페인과 1등급 샤블리, 켄달 잭슨의 레드 와인들, 알자스의 게뷔르츠트라미너, 독일산 아우스레제 등 우리에게 익숙한 와인들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식전주로 샴페인과 쉐리 와인을, 식후주로 포트 와인을 제공할 정도로, 기내이지만 음식 코스에 따른 와인 매칭이라는 어엿한 격식까지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여행객들의 와인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서 각 항공사마다 질좋은 와인을 확보하기 위해 선물투자를 통해 미리 구매를 해둘 정도이며 와인 선정위원회가 있어, 10여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와인을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와인은 때로 특혜(?)를 입기도 하는데, 샤또 딸보 같은 경우가 그렇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알려진 샤또 딸보가 유명해진 데는 적당한 가격과 외우기 쉬운 이름뿐만 아니라, 국내에 와인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80년대, 대한항공이 7년동안 기내에서 서비스를 한 것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기내에서 서비스되는 와인들은 노선에 따라 달라지는데, 주로 프랑스산 와인을 기본으로 하고, 취향지 별로 그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제공하고 있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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