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재팬타운에서 소규모 88비디오를 운영하면서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쓰고 여러개의 계를 굴리면서 부자행세를 한 소피아 강씨의 ‘위험한 돈놀이’는 작년 초부터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훨씬 이전부터 자금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부자행세를 계속하며 사채와 계로 돌려막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불황이나 얌체계원들 때문이 아니라 강씨가 고의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88비디오는 불황탓을 거론할 여지조차 없이 영세규모다. 그런데도 그는 더블린에서 한때 100만달러대를 호가하는 저택에 살면서 온갖 호화가구를 갖추고 고급의류와 장신구로 치장하는가 하면 돈을 물쓰듯 쓰면서 부자행세를 했다.
남몰래 더블린 자택을 렌트주고 가재도구를 모처로 옮겨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도 도주 전날(작년 9월27일)까지 태연하게 정상영업을 하고 심지어 그날도 단골노인들의 푼돈까지 긁어모아 다음날 한국으로 도주했다는 것, 게다가 피해자들의 한국원정 고소가 들어가자 지방을 전전하며 은신했다는 것 자체가 계획적 범행임을 뒷받침하는 유력증거다.
사채와 계를 합쳐 최소 300만달러(일부집계 약 500만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낸 강씨의 도피행각은 지난달 9일 새벽 4시쯤(한국시간) 두번째 지방은신처인 전주의 모처 쪽방에서 서울송파경찰서(2일자 관련기사 중 수서경찰서는 송파경찰서의 오기) 형사대에 체포됨으로써 끝났다. 특가법상 사기혐의로 구속기소된 그는 서울성동구치소에서 이달중 시작되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피해자들이 제시한 물적증거와 도피행각 등 정황상 재판은 오래 끌지 않을 것 같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음과 동시에 그는 기결수가 돼 교소도로 이감된다.
SFPD 계류사건 어떻게?
제2 제3 책임자 정체는?
심경변화 강씨 ‘입’ 주목
강씨가 최악의 상황을 면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피해자들과의 합의 경우다. 이를 위해서는 강씨가 최소한의 성의(채무변제와 곗돈반환)를 보여야 한다. 터무니없는 부자행세 등으로 돈을 많이 써 실제로 빼돌린 돈이 많지 않더라도, 강씨가 성의를 보인다면 피해자들의 태도는 누그러워질 수 있다. 피해자들의 진정한 목적은 일부나마 피해보전이기 때문이다.
또하나 중요한 대목은 제3의 인물 관련부분이다. 본보 2일자 보도에서 밝혔듯이 강씨는 자신을 면회한 피해자 대표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밝히면서도 모든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는 데 대해서는 억울해했다고 한다. 특히 ooo씨와 xxx씨가 거액피해자로 행세한 것에 분노를 표하며 “나가면 다 밝힐 것”이라고 공언했다. 피해자들도 이들이 강씨 도주 이전에는 강씨를 적극 두둔하는 등 방패막이 내지 바람잡이 역할을 하다 도주이후 돌연 십수만달러 피해자처럼 행세한 점, 그러면서도 법적대응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겨온 터였다. 강씨가 아직은 함구하고 있으나 수감생활이 길어지면, 특히 중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이감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 대표들에 따르면 강씨가 이미 약간의 심경변화를 보여 이 부분을 놓고 “상호간에 의견을 절충중에 있다”고 한다.
강씨가 모든 것을 털어놓을 경우, 즉 ooo씨와 xxx씨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관련성이 드러났을 경우, 이들에 대한 법적대응 절차와 가벌성 문제가 남는다. 우선 한국에서의 법적대응에는 별문제가 없다. 이들이 미국시민권자라 하더라도 강씨와 공범 또는 정범으로 고소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SF경찰국에 계류중인 강씨사건에 이들을 공범 내지 공동정범으로 걸 수 있다는 점이다. SFPD는 피해자들에게 보다 결정적 증거를 요구하며 이 사건의 형사사건화 여부를 결정짓지 않은 상태다. 동일사건 피고소인 강씨가 한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SFPD도 이 사건을 형사케이스로 검찰청에 이첩할 개연성이 크다. 그 경우 한국에서 수감중인 강씨는 당장 어쩔 수 없더라도 미국에 있는 공범과 정범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
결국 심증은 있고 물증은 없는 제3의 인물들에게 불똥이 튀느냐 마느냐는 강씨의 입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들은 수단껏 강씨의 입을 틀어막거나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거나 강씨처럼 도망치거나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궁지로 차츰 몰리고 있는 것 같다. 강씨 사건의 본격파장은 이제부터다. 결정적 변곡점은 강씨에 대한 1심재판 결과다. 그 시기는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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