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주말 골퍼들의 심정과도 비슷할 것이다. 골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특히 주말 골퍼들은 일주일 내내 주말에 골프칠 생각을 하면서 주말이 가까이 올수록 일하면서도 이미 마음은 필드에 나가있다. 하지만 주말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하면 그 우울한 마음이야 어디에도 비교하기 어렵다. 특히 기상예보가 맞아 떨어지면 하늘이 원망스럽기까지 한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주말, 특히 토요일이 가장 예약이 많고 바쁘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주중보다 온 가족이 같이 집을 볼 수 있는 주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의 토요일의 날씨는 비가오거나 비가 온다는 예보로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일주일 내내 새로운 주택이 나오면 손님을 보여주기 전에 미리 가서 보고 장단점과 손님이 좋아할 만한 매물인가 파악하고 손님이 좋아할 만한 매물이면 내 집을 찾은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집을 보여줄 준비를 한다. 한데 비가 오거나 예보가 있으면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럴 때는 주말 골퍼들처럼 여간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러한 매물이 일주일 이상 안 팔리면 괜찮은데 이러한 매물은 야속하게도 우리 바이어를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경험상 비가 올 때 집을 보는 바이어는 평상시에 보는 바이어에 비해 비교적 적은 경쟁에 좋은 가격에 집을 사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렇다고 손님의 마음에 들지 안 들지도 모를 집을 에이전트가 마음에 든다고 무작정 보러 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비오는 날 집을 보는 경우 평소보다 번거롭고 우산까지 들고 다녀야 해 불편하다. 아이까지 있는 경우면 아무리 우산을 잘 써도 비를 맞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바로 다음에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집 보는 것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모두들 이해하시리라 본다.
비오는 날 집을 본 두 바이어의 비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하나는 몇 주 전 토요일에 친한 선배에게 집을 보여 주었다. 전날에 미리 가서 본 집은 너무도 환하고 멋져 보였다. 그래서 선배에게 좋은 집이 있다고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밝고 환한 집은 어디에도 없고 밖에부터 비에 축 젖은 침울해 보이고 오래된 집이 있는 게 아닌가. 보통 비오는 날씨에 보면 어느 정도 화창한 날에 보는 것에 비해 어두워 보이는 것은 맞지만 이 처럼 달리 보이는 집은 없었다.
선배 가족의 얼굴에는 그날의 날씨와도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안을 보면 달라지겠지 하는 마음에 문을 여는데 그날따라 셀러가 불을 모두 커놓고 커튼과 블라인드를 내려 놓은 채 외출했다. 그렇지 않아도 평상시와 비교해 더 왜소해 보이고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는데 말은 안하지만 집을 본 후의 선배의 표정에서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들은 이야기인데 한 에이전트가 집을 보여주고 오퍼를 넣어 에스크로를 오픈했다. 비어있던 집인데 전에 셀러의 가족 중 한 분이 집에서 돌아가셨었다. 바이어는 그 말을 듣고는 교회 다니는 장로가 뭐가 무서워서 누가 죽었었다는 이유로 집을 안 사겠냐는 거였다. 한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 아무 상관없다고 웃어 넘기셨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비오는 날 점검을 하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에이전트와 인스팩터 모두 늦게 도착해 기다리지 말고 미리 바이어에게 번호를 주고 안에 있으라고 했다.
도착해 보니 그 분이 집 밖으로 나오더니 에이전트를 보자마자 집을 포기하겠다고 하셨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에이전트가 안에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는 빈 집, 그것도 밖에 비가 축축하게 내려 주변이 어두운 집 안, 거기에다 얼마 전에 사람이 죽었었다는 것에 음침한 기운을 느껴 에이전트도 아무말 없이 그러자고 했단다. 이렇게 비오는 날에 집을 보는 것과 화창한 날에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만큼 전체적으로 느낌이 다르다.
이번주도 주말에 비 소식이 있다. 언제쯤 화창한 캘리포니아의 주말 봄날씨를 만끽할 수 있을까. 이제는 어느 정도 물 부족 사태도 해결되었다고 하니 맑은 날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전체 부동산 경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활동에도 화창하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와 모두들 행복한 고민만을 하기를 기원해 본다.
(818)357-7694, mss1018@hotmail.com
에릭 민 <뉴스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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