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스토리를 다루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한국 역사를, 또 경제를 파고들었다.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숨죽여 지내왔다. 그 한국이 이제는 더 이상 역사의 낙오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매력으로 볼 때 한국의 연 소득은 1인당 2만8,000달러 선으로, 일본과 불과 5,000달러 차이밖에 없다. 한국의 수출고는 이미 영국을 따돌렸다. 경제력에 있어 영국을, 프랑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거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한국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면서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해 금메달을 놓쳐도 한국은 전혀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이 기사는 김연아가 금메달을 획득하기 전에 나왔다.)
열강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말이다. 이 같이 세계화에 성공한 한국의 모습을 전하면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파트너(Partner)인가, 페릴(Peril)인가’- 중국관련 기사 제목이다. 한 때는 찬양일색이었다. 그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비판적이다 못해 자못 경계적인 시각이다. 그러면서 중국이란 과연 무엇인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시아시대의 도래를 결코 장미 빛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오만한 중국의 리더십’이란 제목의 독일 스피겔지의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적 번영과 함께 정치적 자유화를 이룰 것이라는 중국에 대한 기대는 당초 잘못된 것이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 반대가 진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인권운동가 등 양심세력과,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사사건건 트러블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북경 당국자들은 한 마디로 마치 세계의 지배자나 된 것 같은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 스피겔지의 비판이다.
국제외교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하나같다. 어쩌면 그렇게도 오만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타협이라는 것은 전혀 없다. 큰 이슈든 작은 이슈든 항상 고압적 자세다.
당연히 여론이 좋지 않다. 반(反)중국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성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중국 지도자들의 유아독존격인 행태를 지적하는 싱크탱크의 연구 보고서 같은 것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턱없는 오만으로 몰아가고 있을까. 그 한 가지는 경제적 번영이다. 살만해진데서 비롯된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쳐 오만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주요 문건을 돌렸다고 한다. 미국은 쇠락하고 있고 중국은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붕괴가 그 신호로 이 호기를 맞아 중국의 파워를 적극 신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중국의 시스템, 중국의 가치가 우월하다는 자신감이 중국식 오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석연치 않은 부문이 많다. 그래서 나오는 관측은 중국 내부에서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중국은 권력교체기를 맞고 있다. 2012년이면 후진타오는 퇴진해야한다. 그동안 중국의 권력승계는 등소평의 유훈에 따라 제도화된 것처럼 보였다.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 평화적 권력승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등소평의 유훈은 여기까지로 끝이다. 그 다음 후계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일부의 관측은 따라서 이미 중국 공산당은 보이지 않는 권력투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권력투쟁의 와중에서 경쟁 후보들은 중국지상주의의 강경노선을 주창할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그 대안은 중화민족주의다. 민족주의의 뒤에 숨어 체제유지를 해 가고 있는 것이 현재 중국공산당이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사태는 그러므로 강경노선의 중화민족주의 표방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 징후가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오만한 중국’의 모습으로.
세계화에 편승해 경제적 번영을 이룩했다. 그 중국이 이제는 중화민족주의를 앞세우며 세계화에 맞서고 있다. 인권이니, 호혜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를 배격하면서.
이 같이 표정이 달라진 중국의 모습, 안팎으로 험한 얼굴에, 우격다짐을 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에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김연아가 마침내 금메달을 땄다. ‘꿈의 점수’로 불리는 228.56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서. 어떻게 보아야하나. 한국이 연출한 또 하나의 세계화 성공사례가 아닐까. 김연아란 천재를 조련해낸 코치는 캐나다인이기에 하는 말이다.
아시아시대란 무엇을 의미할까. 기 소르망의 지적대로 그것은 본격적 세계화시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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