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시즌에만 비가 오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특성에 어긋나지 않듯이, 유난히 이번 겨울에는 비가 잦았다. 덕분에 간간이 맞은 휴일에도 손꼽으며 기다리던 골프약속들이 ‘깔끔하게’ 취소됐다. 하루 종일 주룩주룩 내리는 비만 쳐다보며 인터넷 바다만 하염없이 헤엄치던 그 어느 날, 오랜만에 활짝 갠 날씨를 맞아 인근 골프장에서 시원하게 트인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흰 볼을 날리게 되었다.
근데, 잘 맞아 날아간 볼이 다른 사람들이 스윙으로 파 놓은 디봇(Divot)에 들어가 볼이 반 가까이 가라앉아 있는 게 아닌가. ‘이걸 어떻게 쳐야 하나. 세워서 찍어야 할 텐데 그러면 볼이 날카롭게 날아가서 거리가 맞지 않을텐데.’ 좋아, 다리에 힘주고 볼 끝까지 보고 힘차게 휘둘러서 운 좋게 잘 맞았다. 볼은 똑바로 잘 날아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낮게 떠서 그린을 지나서 뒤쪽 벙커로 ‘깔끔하게’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린이 위쪽으로 경사가 심하고 핀이 뒤쪽에 위치해 있어서 벙커샷이 더없이 불편하다. 고심해서 날린 벙커샷이 역시 생각대로 그린 앞으로 다시 굴러가서 엣지(Edge)로 나갔다. 롱 퍼팅이 그리 쉽나 결국 세 번의 퍼팅으로 “깔끔하게” 더블 보기(Double Bogey)를 기록하고 다음 홀로 이동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오늘 골프장에 나올 수 있었던 게 어디냐. 비오고 난 뒤의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운 좋게 잘 맞은 볼도 원래 내 실력이라고 착각도 얼른 해보고 옆 선수 굿샷 칭찬도 해준다. 옆 선수 실수 샷 안타까운 척하면서 속으로 웃어도 보고 그래도 더블보기로 마치게 된 것이 못내 아쉽기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볼을 옮겨 놓고 쳐야 하나? 그건 절대 그래서는 안 됨을 우리 모두 너무 잘 안다. 스스로의 엄격한 규칙준수가 골프의 1장1절 아닌가.
멋지게 잘 날아간 볼을 찾아서 가보면 움푹 패인 곳에 들어가 있거나, 주위 풀이 무성한 곳에 있다. 또는 조그만 골 사이에 들어가 있는 경우를 참 많이 당한다. 처음 골프 시작할 때는 다른 사람이 안 볼 때 슬쩍 골프채로 ‘툭’쳐서 옆으로 옮겨 놓고 치기도 했다. 내 볼이 맞나 확인하는 것처럼 하면서 볼을 슬쩍 들었다가 옆으로 놓기도 했다. 골프하는 사람 중에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볼을 옮겨 놓고 쳐서 그 라운드 점수 좋은 사람 하나도 못 봤다. 우선, 마음이 불편하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았을까 신경쓰니까 될 볼도 잘 안 된다. 규칙을 어겼다는 가책이 18홀 내내 따라 다닌다. 그러면 그렇게 잘 되던 치핑(Chipping)이나 퍼팅(Putting)도 내내 애를 먹인다. 차라리 그냥 있던 그 상태에서 쳐서 그 홀에 더블, 트리플을 하더라도 당당하고 개운하게 마치는 편이 나았다고 몇 번을 후회한 추억들이 모든 골퍼들에게 다 있을 것이다.
정도(正道)를 따라 규칙을 준수하고 상식(Common Sense)대로 사느냐, 아니면 이미 자신의 마음 속에 그려놓은 어떤 큰 목적을 위하여 작고 사소한 일들은 정도와 규칙과 상식과 순리를 어기느냐. 아니면 큰 목적이 이 모든 비정상적인 수단을 정당화해 줄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사느냐가 큰 문제다.
우리는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선택의 문제에 부닥치며 살아간다. 큰 길로 가다가 한두 번 실수로 작은 길로 빠지는 경우는 허락이 되지만, 한번 작은 길로 들어서는 것을 자기 스스로 허락하게 되면 다시는 절대로 큰 길로 돌아오지 못한다. 한번 골프공을 옮겨 놓기 시작하면 매번 볼을 옮기지 않고는 그 볼을 칠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661)373-4575
제이슨 성 /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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