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건 나라건 분수에 맞지 않게 돈을 쓰다가보면 그 끝은 파산과 멸망뿐이라는 교훈을 우리는 주위에서 또 역사교과서에서 많이 본다. 그러나 이런 위험은, 항상 자기 자신이나 자기나라의 경우엔 너무 늦어 손을 쓰기 어렵도록 상황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냄비가 서서히 뜨거워지면 개구리가 모르고 그냥 죽어가는 얘기와 같다.
경기회복이 된다고 너무 좀 심하게 달아오르던 증권시장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의 적자재정을 걱정하게 되면서 급속히 식어간다. 적자재정은 세계 여러 나라가 문제 아닌 곳이 별로 없고, 또 중앙정부들만 문제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경우에서 보듯이 지방정부들도 파산위험이 먼 얘기가 아닐 정도로 전반적으로 나쁘다. 그런데 같은 정부 빚이라도 망하게 만들 위험이 있는 빚과 조금 덜 위험한 빚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정부의 경우에도 빚이 GDP에 견주어 보면 그 비율이 선진국 중 가장 높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빚을 대어주고 있는 것은 일본 내의 자본시장 돈줄들이다. 자기 나라 안에서 빌린 것이라 파산의 위험이 거의 없다. 미국정부의 빚 상당액을 중국과 일본, 중동 산유국 등에서 제공하는 것과 명확히 다르다. 그리고 정부의 빚이라고 전부 같은 것이 아니라, 그 빚을 어디에 썼느냐, 정부가 쓰는 지출이 얼마냐에 따라서 그 부채액수가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상관없을 수도 있다.
과거 레이건정부에서 개인과 비즈니스의 소득세를 25%나 낮추고 국방비를 크게 증액하자 민주당에서는 나라경제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난리를 쳤다. 그때의 재정적자가 연평균 2천억이었다. 부시정부의 아둔함으로 정부적자가 8천억이나 되자 오바마 쪽에서 미역사상 가장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욕을 하고는 정권을 잡자 그 적자를 1년 사이에 1조 4천억으로 늘였다. 정치인들의 위선을 뚜렷이 보여준 것이다.
레이건의 국방비지출은 좌파들이 어떻게 욕을 하더라도 경제학도들이 보기에는 그 후 러시아가 망하면서 평화라는 배당금을 가져온 좋은 투자였다. 투자수익은? GDP의 3%에 달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레이건의 감세정책은 1970년대 카터 민주당정부가 남겨놓은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성장 없이 인플레만 만연하던 경제를 그 후 25년간 계속된 호황으로 바꾸어 놓은 좋은 투자였다.
지난 1년 동안 오바마 정권은 1조 달러 이상 정부지출을 늘려놓았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정부가 빚을 늘리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오바마 빚이 무엇을 하는데 쓰여 졌는가가 문제다. 금융위기해결에 쓴 TARP 자금(그 지출에도 할 얘기가 많지만)을 빼고는 거의 모든 지출들이 정치적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노조세력들을 위한, 미래의 영구적 고용창출 목적이 아닌 공공지출에 낭비되고, 지금은 받아서 좋지만 거의 장기적으로 줄이기 힘든 교부금 늘이기에 사용된 것이다. 미래의 경제성장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곳으로 쓰여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빚 액수만이 문제가 아니라 오바마의 엄청난 적자재정으로 그 빚에 대한 이자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바마 정부의 계산에 따르더라도, 2019년까지 빚에 대한 이자지급에만 7천7백억 달러가 든다. 이 액수는 무서운 액수인 것이, 그때의 국방비, 교육비, 교통예산을 전부 합친 예산보다 많은 것이다. 이자 갚느라 정부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2006년 정부 차입금 한도증액 토론 때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정부에서 지금의 나쁜 선택으로 미래의 우리 자식들의 부담을 너무 늘인다. 우리 모두 할 말을 잃는다.
또 문제가 있다. 유럽국가 들만 문제가 아니라 신용평가기관 무디에서 지난 주 오바마 정부의 2011회계연도 예산발표 후 경제가 지금 예상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회복이 되지 않거나 재정적자 해소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없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미 정부의 신용급수가 현재의 Aaa에서 내려갈 것이라 얘기한 것이다. 실제 이렇게 되면 그다음은 생각하기조차 무서운 결과가 오게 된다.
오바마 의료보험법이 다행히 법제화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다. 장래의 경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것이다. 위에서 말씀드린 정부 빚에 대한 걱정은 이 의료보험법 실행은 제외한 것이었다. 의료보험법이 야기할 정부적자는 위에서 예상한 부채증가를 쉽게 배로 늘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그러니 요즈음 미래의 경제 상태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의 뒤에 올 후손들에게 미안하고, 그들이 불쌍해 보이는 것이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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