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과 부대끼면서 살다보면 거들먹거리기 잘하는 중국인들과 종종 만나게 된다. 어려울 때는 낮은 자세로 엎드려 참고 기다리다가, 조금 살만해지자 하늘을 향해 턱을 들어 올리고 거들먹거리는 중국인들과 만나게 된다.”
중국에서 오래 특파원으로 지내온 한 언론인의 말이다. 중국의 보통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요즘 들어 꽤나 거들먹거리는 중국의 외교부관리들을 두고 한 이야기다.
중국의 경제력이 크게 신장했다. 국력이 괜찮아 진 것이다. 거기서 비롯된 자만감이 거들먹거리기 증세로 변해 외국기자들을 상대로 험한 말을 쏟아내기 일쑤라는 것이다.
“꽤나 거들먹거리고 으스댄다.” 중국을 두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소리다. 조금만 이해가 달라진다. 그러면 이내 표정이 험악해진다. 야단을 치고 위협적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
사소한 이해에도 대뜸 표정이 달라진다. 그런 중국을 먼저 맞부닥뜨린 것은 인도에서 동남아로 이어지는 중국 주변의 국가들이다. 유럽 국가들도 달라진 중국에 당혹해 하고 있다. 그 케이스의 하나가 프랑스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EU 의장국 대표로서 달라이라마를 만났다. 그러자 중국은 EU와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공개적으로 야단을 맞았다. 역시 달라이라마를 만났다는 이유로.
영국도 꾸중을 들었다. 기후문제와 관련해 이해가 중국과 다르다는 게 그 죄목이다.
“유럽 국가들은 다투어 중국의 환심을 사려들었다. 결과는 그러나 모두가 노여움을 샀을 뿐이다.” 한 유럽의 싱크탱크 관계자의 지적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유럽 국가들은 그 거들먹거리는 중국에 염증을 내면서 점차 달리 보게 됐다는 것이다.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 같으면 침묵가운데 ‘로우 프로파일’만 유지하던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이 주요 국제현안마다 목소리를 높인다. 그도 모자라 으름장에 우격다짐을 불사한다. 미국도 달라진 중국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 한 에피소드를 워싱턴포스트는 이렇게 전한다. “지난해 미국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중국 대표와 경제 회의를 가졌다. 회의 내내 중국대표는 미국 측의 잘못만 지적해 댔다. 그날 저녁식사에 미국 대표는 호스트로서 중국 대표를 초청했다.”
“메뉴가 무엇인지 중국 측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생선이라고 밝히자 중국 대표는 생선은 몸을 약하게 해 안 먹는다고 했다. 스테이크만 먹는다는 것이다. 결국 메뉴를 바꾸었다.” 그 달라진 중국은 이제 미국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노’를 한다. 그 정도가 아니다. 꾸짖고 위협을 한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태도로 일관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발표하자 노기에 찬 목소리로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 뿐이 아니다. 오바마의 달라이라마 면담계획에도 제동을 걸었다. 거기다가 미국과 중국 양국의 현안 문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이슈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중단 가능성도 강력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미국을 특히 자극하고 있는 것은 보잉 등 무기판매 관련 미국회사들에게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국내여론을 총동원해 미국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미국의 무기판매를 비난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에 무려 3억 명의 네티즌이 호응해 온 것이다.
’Enough is enough’- 미국이 보이고 있는 반응 같다. 구글 해킹 사건을 통해 중국이라는 나라의 본바닥 얼굴을 새삼 보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의 자유를 결코 허용하지 않는, 아니 못하는 공산체제 중국의 모습이다.
그런 주제에 가르치려고 든다. 그러면서 사사건건 미국의 해외정책에 제동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시각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의 주력 엔진이라기보다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방향으로.
‘평화굴기’는 헛된 구호였던 것. 동시에 대대적 반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일본에서 그리고 인도 등 전 세계에서 일기 시작한 ‘중국 때리기’가 그것이다. 그 기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상황에 따라 무역전쟁, 통화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선린(善隣)의 길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 어진 ‘사소(事小)의 예’와 소국이 대국을 섬기는 지혜로운 ‘사대(事大)의 예’에 있다. ‘사소’는 하늘을 즐기는 인자(仁者)의 예이고, ‘사대’는 하늘 무서운 줄 아는 지자(智者)의 예다.”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스스로의 과신이 청(淸)왕조의 몰락을 가져왔다.” 한 역사학자의 말이다. 강하지도 못한 주제에 제국의 꿈을 키워온 결과 청나라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조금 국력이 괜찮아졌다고 한껏 거들먹거리는 중국. 그 모습이 일면 한심하면서도 어딘지 불길하게 느껴진다. 중국이 우쭐거릴 때마다 크고 작은 변란을 겪어왔던 게 한반도이기에 하는 말이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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