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이나 일식에 비해 한국음식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주류사회에서 한국음식은 대중적이고 낯이 익은 중식보다는 맵고 접근하기 어려운 음식으로 알려져 있고, 건강식이며 고급스러운 일식보다는 요리 달인의 솜씨가 필요 없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우는 모르지만 고베 비프는 최고급 소고기로 알려져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한국요리라고는 고작 갈비, 불고기와 김치 정도이며 좀 안다 싶은 사람들도 고작 비빔밥과 순두부를 꼽는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일단 한국에서의 홍보부터 시작해야 한다.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국내 유일한 김치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관람 후 요리책을 살 만한 김치관련 가게를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김치도 알리고 매출도 올리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내는 일이다.
한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을 소개한다는 취지하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형편없었다. 하려면 요코하마에 있는 라면박물관과 같이 일본 전국에 가장 맛있는 라면 식당들을 모아서 관람객들이 직접 시식할 수 있도록 만들던지, 김치박물관은 없어도 그만일 박물관이었다.
한국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위하여 70억원을 투자하고 일명 ‘한식재단’도 이번 달에 출범시킬 예정으로 있다. 또 대통령 부인까지 나서 김치만들기 이벤트를 지난 해 뉴욕 방문 때 주최하기도 했다. 농림식품수산부를 주무 부처로 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통상부와 같이 한식 세계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농식품부는 국제적인 홍보에 약할 수밖에 없으며 부처 간에 손발이 얼마나 잘 맞을 지 의문이다.
한식세계화 추진단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식 요리사가 포함 됐으면 적격이었을 텐데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계 최고의 요리사와 식당들’과 같은 책에서는 한국 요리사나 식당들을 찾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음식관련 잡지에서는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요리를 소개하는 기사들은 있지만 한국요리 기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최근 뉴욕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모푸쿠 ‘식당 제국’을 주도하고 있는 데이빗 장 덕분에 보쌈이라는 음식이 조금이나마 미국의 주류사회에 알려졌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 마크 비트만은 장씨와 함께 출연한 보쌈 요리 TV 프로에서 상추와 돼지고기, 그리고 굴과 김치를 싸먹는 장씨에게 “한국 음식은 정말 막무가내 같은 면이 좋다” 며 마치 모든 한국 음식이 섬세한 부분이 부족하고 보쌈처럼 강한 맛으로만 한몫 보는 음식인양 말했다.
하지만 한식 세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정책도 아니고 투자금액도 아니며 한식재단의 구성도 아니다. 바로 한국인들의 인식이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 있는 한인들도 외국인들의 식성에 대한 편견이 있다. “마늘 냄새나고 매운 것은 못 먹는다” “족발이나 순대 같은 것도 못 먹는다”고들 생각한다. 그리고 한식당 주인들은 외국인들을 주손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오산이다. 한인들 스스로가 한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물론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음식에 대한 편견 때문에 한인 타운에서 밥 먹을 생각조차 안 한다. 메뉴도 다 한글로만 되어 있고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류사회에 홍보를 제대로 하는 소수의 한국식당들은 주로 한인타운 밖에 위치해 있다. 이들 식당은 깨끗하고 쾌적한 실내를 자랑하지만 서브하는 한식은 절대로 진정한 한국음식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맛에 문제가 있다.
그런 가운데 하나 둘씩 응용된 한국음식을 자신들의 식당 메뉴에 포함 시키는 외국 식당이 늘어난다. 외국 식당들과 요리사들이 그들 메뉴에 한식을 곁들이는 것도 좋지만 보다 시급한 것은 한국정부와 한인사회가 주체가 되어 진정한 한국음식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더덕이나 고사리와 같은 특산물들을 가져와 음식 잡지나 영향력 있는 언론의 맛 칼럼니스트들에게 소개하면서 한식이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는 사실과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와 조리법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으면 한다. 누구보다 먼저 한인들이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정부와 민간, 그리고 현지 기관들이 협력할 때에 한식의 세계화는 앞당겨 질 수 있다.
조남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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