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지났다. 그런데도 흥분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이변이란 말로 설명하기도 그렇다. 정치적 지각변동. 이렇게 써놓고 보아도 어딘지 미흡하다.
미국 진보주의의 본 고장이다. 그런 매사추세츠 연방 상원 보궐선거전에 한 무명 정치인이 뛰어들었다. 진보세력의 대부 에드워드 케네디가 근 반 세기를 지켜온 그 자리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그것도 선명한 보수의 깃발을 들고.
도대체 가망이 있는 일일까. 그 선거에서 그런데 큰 표차이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정치권은 스스로 혼란해 한다. 동시에 한 가지 ‘게싱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올 선거에서 공화당은 얼마나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매사추세츠에서 이겼다. 그러니 어디선들 …’- 일종의 유포리어에 젖어 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새삼 대두되는 관측은 공화당의 연방 상원재탈환 가능성이다.
무엇이 이 같은 사태를 가져오게 했나. 정치는 로컬이다. 매사추세츠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후보 자신에게 있다. 백악관의 입장 설명이다. 매사추세츠에서의 패배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주 틀린 주장은 아니다. 당내 경선 승리 후 민주당 후보는 중요한 시기에 장기 휴가를 즐기는 등 방만한 캠페인을 벌여왔으니까.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변명으로 들린다.
지방선거다. 그러나 전국적 관심사가 이슈가 됐다. ‘오바마케어를 저지 하겠다’- 공화당 후보 스캇 브라운의 선언이었다. 그게 적중했다. 무당파의 중도세력의 표가 몰렸다. 14개월 전 오바마를 지지했던 그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 조짐은 벌써부터 감지됐었다. 지난해 11월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전에서도. 이 두 주는 모두 오바마가 대선 시 낙승을 거둔 곳. 1년 후 그러나 양상은 바뀌었다. 민주당 후보들이 큰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시고 만 것이다.
왜.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오바마 백악관과 민주당 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헬스케어에 반대가 크다는 게 그 이유다. 로컬의 이슈보다 전국적 이슈가 선거의 흐름을 지배했다. 이 두 선거 모두 사실상의 오바마 백악관과 민주당의회에 대한 재신임투표였던 것이다.
잇단 재신임투표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맞은 매사추세츠 선거전이다. 이 선거전에는 오바마도 달려왔다. 지원유세를 펼친 것. 그러나 더 많은 무당파 중도세력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왜. 많은 것이 지적된다. 그 근본이유는 그러나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오만이다.
2008년 11월 클린턴 행정부의 고위 멤버였던 윌리엄 갤스턴과 일레인 캐마크는 오바마 팀에게 한 가지 충고를 했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고 해서 너무 서둘러 개혁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여간 큰 게 아니다. 그러므로 새로 들어서는 행정부는 먼저 그 불신감을 없애면서 점차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충고였다. 충고는 무시됐다.
2008년의 선거결과를 뉴딜에 버금가는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부시 스타일의 공화당 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클린턴의 중도노선도 배격됐다. 그리고 선명한 좌파 노선의 개혁에 손을 댔다. 그 결과 ‘국민적 저항’에 가까운 반대에 봉착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티파티사건과 타운 홀 미팅이 그것이다. 그 저항을 일부 극 보수 세력의 선동정도로 치부했다. 그리고 선거에 이겼다는 자만심에, 또 권력에 취해 잇단 경고 시그널을 무시했다. 오만이 재난을 몰고 온 것이다.
“월요일에는 이상기후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화요일에는 실업위기를 해소하고 수요일에는 재정위기를 해소할 것이다. 목요일에는 교육위기를 해결한다. 금요일에는 아프가니스탄을, 토요일에는 이란 문제를 매듭질 것이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안식을 취할 것이다.”
유에스뉴스&월드리포트지가 전하는 오바마 사람들이 오마바에게 건 기대감이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일종의 집단적인 치명적 자만심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 끝 모를 자만심이 결국 대파국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In God, We Trust’- 미국 화폐에 새겨져 있는 문장이다. 이 문구를 일부 오바마 추종자들은 ‘In Obama, We Trust’로 바꿔 구호로 내걸었었다. 오바마에 대한 기대감이, 숭배가 종교적 경지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일련의 스토리들이 말하는 것은 뭘까. 인간의 우매함이다. 승리와 권력에 취해 우쭐거릴 수밖에 없는 인간성이 지닌 한계, 그 우매함 말이다.
또 하나가 있는 것 같다. 정치란 탈을 쓴 인본주의 종교가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1년 전 이 때 신(神)처럼 떠들어지던 오바마에 대한 신뢰가 말이 아니게 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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