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한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은 비즈니스나 학계, 법조계 등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면서 영화, TV, 패션 등 문화계 쪽으로 진출하는 2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단순히 수적으로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성공한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식당업으로 1.5세와 2세들의 진출은 수적으로든 양적으로든 말 그대로 괄목상대할 수준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유명 레스토랑 셰프 명단에 한인들을 찾아보기 쉽게 됐을 뿐더러 아이디어 하나로 새로운 외식사업을 시작해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는 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고 있다. 최근 LA에서 식당 혹은 음식관련 사업 쪽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젊은이들 3인을 만나봤다.
‘한식의 재발견’ 데비 리씨
갈비찜·빈대떡 선보여
인기 TV요리경연 ‘톱3’
지난해 방영된 ‘푸드 네트웍’(Food Network)의 인기 프로그램 ‘더 넥스트 푸드 네트웍 스타’(The Next Food Network Star)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셰프 데비 리씨(40). 전국 수천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올라온 10명의 출연진들과 진검 승부를 펼쳐 그녀는 7주간 서바이벌, ‘최종 탑 3’에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녀가 방송에서 선보인 요리는 갈비찜을 기본으로 매운 닭 날개, 빈대떡 등 한식 잔칫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들이었다.
이렇게 그녀는 방송 내내 수십만 시청자들에게 ‘코리안 푸드의 재발견’이라는 멋진 선물을 안겨줬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컬버시티에 위치한 한식당 개나리(대표 윌리엄 신)에서 본격적인 한식을 주류사회에 선보이게 된다. 그녀의 한식은 아주 각별하고도 특별했다. 방송을 통해 그녀가 얻은 자신감의 오랜 결정체 같은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요리들이 즐비하다. ‘된장소스를 얹은 은대구 조림’ ‘갈비찜’ ‘마마 리스 치킨 앤 세서미 덤플링’ 등과 같은 그녀 특유의 요리들을 선보였다.
현재 그녀는 올 봄 오픈을 계획하고 웨스트 할리웃에 본격적 한식당 운영에 돌입했다.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주류사회, 그것도 젊고 트렌디한 젊은 여피족들에게 한식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은 물론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바로 지금 데비의 그 원대한 꿈이 막 날갯짓을 하고 있는 중이다.
컬버시티 한식당 ‘개나리’ 셰프
‘커피에 미치다’ 크랙 민씨
19세때 창업 가업 이어
최고급 식당 600곳 납품
크랙 민씨는 올해 나이 겨우 서른 살. 그러나 그의 비즈니스 경력은 그의 나이 절반을 넘는다. 열 두 살 때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커피 공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커피 맛을 익혔고 중학생 때는 이미 커피 로스팅 과정을 익혀 공장 어느 직원보다 탁월한 로스팅 실력을 자랑했을 정도다. 90년대 후반 민 대표의 부친은 두 번째 커피공장까지 문을 닫은 뒤엔 아예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1999년 당시, 겨우 열아홉살 된 크랙씨가 어머니와 함께 새로 런칭한 커피 브랜드가 바로 ‘라밀 커피’다. 어린 나이에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빚더미에 앉아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경영상의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하루 24시간을 커피에 매달린 결과, 결국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2000년 라밀은 LA에서 유명하다는 식당과 최고급 호텔 등에 납품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잘 디딘 첫발은 승승장구, 현재 라밀은 ‘미스터 차우’‘프로비던스’‘리츠 칼튼’ 등 최고급 식당에 커피를 납품하고 거래처 수도 600여곳에 이를 만큼 고속 성장했다. 민 대표를 포함 직원 3명으로 출발한 라밀은 2003년 알함브라에 자체 사옥과 공장을 짓고 이전, 현재 1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럭서리 커피 제조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그의 일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년 전엔 실버레익에 부틱 카페를 열어 제대로 ‘대박’을 쳤다. 타고난 친화력과 커피에 대해 미쳤지 싶을 만큼 무모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그만의 커피 왕국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럭서리 브랜드 ‘라밀 커피’ 대표
‘한식 전도사’ 이혜진씨
어머니께 전수받은 손맛
영문 요리책 출간 ‘대박’
사실 이혜진(38)씨의 직업을 한 마디로 잘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그녀는 10년 가까이 LA타임스 푸드섹션 객원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최근 출간한 ‘코리안 쿠킹’을 포함, 2권의 한식 요리책을 발간한 요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강의 의뢰도 빈번해져 한식 요리를 가르치는 요리 강사로도 활약 중이다.
이처럼 그녀가 하고많은 분야 중 한식에 ‘꽂히게’ 된 것은 순전히 그녀의 어머니 율리아 리 씨 때문이다. 사람들 불러 음식 해먹이기 좋아하는 어머니 덕분에 그녀는 유년시절 때부터 그 비법을 전수 받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차곡차곡 혜진씨 만의 요리법이 묶인 한식 요리책이 어느새 2권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어머니에게 전수 받은 특별한 내공이 담겨 있다 보니 2권 모두 각종 요리전문 잡지나 출판계가 뽑은 ‘이 달의 베스트 쿠킹 북’에 올랐다고. 그녀가 처음 쓴 책인 ‘이팅 코리안’(Eating Korean) 역시 어느새 4쇄 인쇄에 이를 만큼 쿠킹 북 코너에서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다.
또 그녀가 LA타임스에 기고한 돼지갈비며 오이김치 등의 레서피는 항상 ‘올해의 베스트 레서피 탑 10’에 오를 만큼 상한가를 쳤다.
“10년 전쯤 문득 아침에 일어나서 작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물론 쉽진 않아요. 누가 억지로 글쓰라고 떠다 민 게 아니니까 결국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 돼죠.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요리며 여행을 글로 쓰고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으니 이보다 행복할 순 없겠죠?”
LA타임스 객원기자·요리강사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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