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워스 북한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한지 한달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후속조치나 북핵 해결에 대한 진전이 없이 해를 넘겼다. 어느새 8년째 접어들고 있는 북핵문제가 새해에는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인가?
북핵문제와 같은 중요 정책의 전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2010년에도 뚜렷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같은 긴장국면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대체로 미국, 남북한, 중국 등 주요 당사국들 간에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정도에서 지루한 외교적 공방만 이어질 것이다.
우선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북한은 자국의 안보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비핵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문제는 자국 내의 정치적 상황, 즉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나 권력승계 문제 등과 맞물려 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미국은 1994년 ‘포괄적 방식(comprehensive approach)’으로 북한 핵문제를 접근했고 부시행정부에서는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의 원칙을 따랐지만 둘 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바마 정부는 다시 포괄적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북미 간에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같은 말을 두번 사지 않겠다(buying the same horse twice)”는 입장이다.
더구나 주요 당사국인 미국, 한국, 중국 등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도 않다.
오바바 행정부는 역대 정부에 비해 북한 문제를 잘 아는 베테랑들로 팀을 구성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보스워스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되었고 부시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을 맡았던 성 김 대사도 유임되었다.
백악관 국가 안보국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인 제프리 베이더, 한일담당 국장인 대니 러셀, 비핵화 담당 보좌관인 게리 세이모어, 국무부 한국과장 커크 통,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인 마이클 쉬퍼 등 한반도 문제를 잘 아는 베테랑들이다. 더구나 국무부 부장관인 제임스 스타인버그도 북핵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해결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데 이들의 고민이 있다. 미국은 비핵화 원칙 하에서 한국 일본 등 전통 동맹국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며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미협상을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묘책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대규모 원조를 하겠다는 ‘비핵개방 3000’이나 ‘그랜드 바겐’의 원칙을 천명한 것 이외에 적극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남북관계에 적극적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선결조건임을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공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러한 한국정부의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 역시 북한의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자는 원칙론에 머물고 있다.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압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러시아는 관망자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한으로서도 핵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최근의 화폐개혁에서도 나타났듯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식의 개혁개방 모델을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국내 정치상황이나 안보에 있어서 핵은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이 2010년에도 이어질 것이며 주요 당사국들은 외교적 공방을 거듭하면서 또 한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별 진전이 없는 가운데 올 상반기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새해에도 북핵 해결의 전망은 밝지 않다. 북한이 이란 등과의 ‘핵 공조’를 추진하거나 핵물질이나 기술의 이전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북핵문제는 현재의 상황에서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이다.
신기욱 /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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