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노바(초신성)에 비유됐다. 무소부재(無所不在)한 존재 같이 보였다. 미국의 언론매체란 언론매체는 모두 그의 팬이다. 그래서인가. 12월 한 달에만 네 번 이상, 그것도 프라임타임에 전국 체인의 TV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일 웨스트포인트 연설을 그 시작으로.
그의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날 그는 설레브러티(celebrity)중의 설레브러티가 됐다. 퍼스트 네임을 따로 부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돈나, 보노, 비욘세 등과 같이. 그는 다름 아닌 오바마다.
2009년 12월 하순 현재, 오바마 시대 첫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그러나 그의 ‘인기 전선’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지율이 급락한 것이다.
라스무센 보고에 따르면 오바마를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이 25%인 반면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46%에 이르고 있다. 라스무센 조사뿐이 아니다. 갤럽, NBC 등 각급 여론조사들도 상징적 문턱인 50% 아래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유가 제시된다. 대규모 공적지출은 실업사태만 악화시켰다. 실물경제, 즉 메인스트리트를 월스트리트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경제정책실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교정책도 성과가 없다. 스마트 외교를 표방했다. 포용정책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별무 효과다. 북한, 이란 핵 문제에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시간표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증파만 발표했다.
인권정책은 아예 실종신고를 내다시피 했다. 그 가운데 어떤 독재자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해외정책에서 드러난 무력함도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이란 설명이다.
백악관 입성 시 지지율은 60% 선을 훨씬 넘었다. 그 지지율이 취임 한해가 끝날 무렵 이처럼 그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급락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러면 다른 이유가 없을까.
오바마 백악관이 특히 좋아하는 단어는 ‘unprecedented’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실린 내용이다. 이 단어는 ‘전례가 없는’ ‘공전(空前)의’ ‘미증유의’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오바마 백악관이 툭하면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거다. 가령 중국 방문시 가진 오바마의 타운미팅 형식 연설에도 ‘unprecedented’란 수식어가 붙었다. 하여튼 오바마가 한 연설이나 이벤트는 모두 ‘전례가 없고’ ‘전인미답’에 ‘역사적’ 일이란 식이다.
이 단어를 역대 대통령들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이 그 단어를 사용하면 전임자들은 일을 하지 않은 게 된다. 말하자면 지나친 자화자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오만하게 비치기 때문이다.
이 ‘unprecedented’란 말은 1831년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이 단어는 100년 동안 주요 대통령 연설에서 72번 정도 사용됐다는 것. 그러나 오바마는 그동안 크고 작은 90여 차례 연설에서 129번이나 이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권력의 속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unprecedented’란 단어의 과다사용이 그 한 가지 답을 주고 있다는 게 폴리티코의 결론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이 위대하지 않은 사람임을 알 때 이는 국가의 안전적 순항에 주요 원천이 된다.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말이다. 초기 미국의 대통령들은 권력 앞에 항상 겸손했다. 그게 19세기 까지 미국의 전통이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진 힐리의 지적이다.
이 같은 인용과 함께 그는 잘 알려진 오마바의 달변과 관련해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초선 연방 상원의원인 오바마가 멋진 연설을 했다. 그 연설을 같은 당 원내지도자가 칭찬하자 오바마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내 스스로 타고난 재능이다.”
권력 앞에 겸손하지 않다. 권력을 좋아하고 즐긴다. 권력에 빠져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가 본 대통령으로서의 오바마다. ‘오만한 권력’이라는 게 힐리가 내린 오바마에 대한 정의다.
왜 지지율이 급락했나. 같은 질문을 또 던진다. 정책실패에 대한 우려가 한 원인이다. 오바마 권력의 진짜 모습이랄까, 그에 대한 깨달음도 그에 못지않은 주요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예산을 미국개조를 위한 블루프린트라고 서슴없이 부르는 오바마와 그 주위 사람들이 주는 피로감이 확산되면서 전반적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찌됐든 말 그대로 ‘전례가 없는’ 한 가지 정치적 승점을 기록했다. 건강 보험개혁안이 마침내 상원을 통과해 1912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이래의 숙원을 이룩한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 의보개혁에서의 승점은 그러면 오바마를 미국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의안’을 성공시킨 대통령으로 기록하게 할까. 아직은 두고 볼일 같다. 절대다수의 미국국민이 의보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하원안과의 절충 등 여러 가지 숱한 정치적 난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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