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our children learning?”(우리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있나요?)이라는 문장은 단수와 복수 구분을 완전 무시한 엉터리 영어다. 이런 엉터리 영어를 구사한 사람은 초등학생이나 외국인이 아니라 놀랍게도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였다.
부시 대통령의 말실수는 유명했다. 그는 문맥과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문법에 어긋나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의 말실수가 잦다고들 생각했지만 지나치게 자주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그가 혹시 난독증이나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튼 부시 대통령의 엉터리 영어는 ‘부시즘’이라는 새로운 말을 낳았으며 ‘부시즘’은 코미디 등의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부시의 엉터리 영어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그의 이런 언어습관 속에는 지적 호기심이 전무한 한 인간의 무관심과 빈곤한 사고력, 그리고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세계관 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우월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는다. 부시 시절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크게 상실했던 것은 일방주의적인 정책뿐 아니라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에서 드러난 편견과 오만의 결과이기도 했다.
무려 34년간 연방하원의원을 지냈던 폴 오닐 전 하원의장은 “정치인의 말은 정치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올해 시사 주간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의 스피치 라이터인 27세의 청년 존 파브로가 들어간 것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닌 무게감과 파급력을 생각할 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의 한 여성단체가 올 한해 나온 여성 비하적인 발언들을 선정해 발표한 ‘꿰매고 싶은 입’에서 1등에 해당하는 ‘재봉틀상’에 이명박 대통령이 뽑혔다.
이 대통령은 몇 개월 전 ‘아이 낳기 좋은 세상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여성들의 자아실현도 좋지만 아이를 낳아서 얻는 행복감을 모르기 때문” “어려울 때 일수록 결혼도 빨리 하는 것이 좋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여성단체는 “이런 발언은 대통령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에도 “얼굴 덜 예쁜 마사지 걸을 고르는 것이 인생의 지혜다. 얼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라는 말을 해 이미 한 차례 ‘재봉틀상’에 선정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은 나이든 남자들 사이에서 썩 괜찮은 이 대통령의 인기가 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형편없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입이 가볍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말을 많이 하는데다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는 대통령 당선 이후 반복된 실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그나마 그에게 우호적인 언론들의 엄호 덕으로 큰 설화는 비켜갔지만 그의 말은 항상 아슬아슬한 게 사실이다.
정제되지 못한 표현도 표현이지만 내용의 적절성이 문제된 경우도 많다. 외교적인 문제를 언급할 때 조심성이 부족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한 사례도 있었다. 또 시장 상인들과 둘러앉은 자리에서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완전 반말 투다. 자신은 나름 친근감을 표현한 것이겠지만 겸손한 어법은 아니다.
이런 대통령의 입을 가장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하는 것은 참모들이다. 그래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고 기사를 써 달라”고 언론에 특별히 당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역을 해야만 안전한 대통령의 말이라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말은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큰 영향력을 지닌다. 가령 대통령이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마디 언급하면 곧바로 자전거회사 주가가 2~3배 뛰어 오른다. 그래서 어느 자리이건 대통령의 말에는 항상 신중함과 헤아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말은 곧 그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 주는 거울이다. 그래서 말의 격, 즉 언격을 인격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은 ‘국격 높이기’이다. 2010년을 국격을 높이는 원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말을 쓰는 다른 국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국격을 높이기 원한다면 무엇보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의 격부터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국가 지도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격이 서지 않는다면 ‘국격 높이기’란 그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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