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식 이름인 조로아스터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자라투스트라는 신비에 싸인 인물이다. 생몰연대도, 일생의 행적에 관해서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기원전 7세기 경 활동한 인물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기원전 13세기에 태어났다는 설도 있다. 지금도 이란과 인도 곳곳에 남아 있는 조로아스터 교도들에 따르면 그는 기원전 6,000년 전 사람이다.
여러 가지가 불분명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류 역사상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친 종교 지도자는 아마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세계 최대 종교로 손꼽히는 기독교와 회교의 큰 틀은 그의 가르침에 의해 짜여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두 종교의 모체인 유대교 또한 강한 영향을 받았다.
원래 유대교에는 세계를 선과 악의 싸움터로 보는 이원론, 동정녀가 낳은 구세주의 출현, 죽음 다음에 찾아오는 부활, 최후의 심판과 천당과 지옥, 영생 같은 개념이 없었다. 유대 민족의 메시아는 주위 강대국의 압박에서 유대 민족을 해방시켜 잘 살게 해주는 다윗과 같은 정치 군사 지도자였다.
또 ‘욥기’에서 보듯 사탄도 모든 악의 근원인 악마가 아니라 야훼와 토론도 벌이고 내기도 하는 ‘적수’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인간을 타락시키고 신에 대적한 죄로 최후의 심판을 받아 지옥으로 떨어지는 존재가 된 것이다.
조로아스터교는 언제, 어떻게 이처럼 유대교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인가. 그 대답은 유대의 역사를 살펴보면 금방 나온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킨 페르샤의 사이러스 대왕은 바빌로니아에 의해 포로로 잡혀 왔던 유대인을 고향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 사이러스 대왕이 바로 조로아스터교를 페르샤의 국교로 선포한 인물이다.
페르샤가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망하기 전은 물론이고 망한 뒤에도 기원 후 7세기 회교가 이 일대를 휩쓸 때까지 중동 지역을 지배한 종교는 조로아스터교였다. 장장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조로아스터의 메시지는 이곳 주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됐으며 이는 기원 1세기에는 기독교가, 기원 7세기에는 회교가 급속도로 전파되는 것을 쉽게 했다.
기독교는 복음서에서 예수가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조로아스터에 진 빚을 인정한다. 여기서 말한 박사는 ‘magi’의 번역인데 ‘magi’는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다. 영어로 ‘마술사’ ‘점성술사’를 뜻하는 ‘magician’도 여기서 나왔다.
조로아스터를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트라다. 이란 사람들의 조상인 아리안족(이란의 어원은 아리안이다) 신의 하나인 미트라는 훗날 태양신으로 바뀌면서 인도에서 로마까지 광범위한 추종자들을 갖는다. 로마 시대 때는 미트라교야말로 기독교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다. 특히 로마군인 가운데 신도가 많았으며 이들은 스스로를 ‘미트라의 군인’이라고 불렀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스스로를 ‘그리스도의 군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를 본 딴 것이다.
이 미트라의 생일이 바로 12월 25일(동지)이었다. 로마 황제 중 처음으로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사회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 4세기 후반 그리스도의 생일이 12월 25일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일부 기독교인들은 1월 6일이 진짜 예수의 생일이라며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1년 중 날이 가장 짧은 동지를 기점으로 해의 힘은 더 강해지고 만물은 소생의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날을 축하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날을 기독교인만의 축제가 아니라 세계인의 축제로 삼는 것은 여러모로 온당하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통해 그의 이름을 새롭게 널리 알린 니체는 책 마지막에 “세계는 깊다, 낮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Die Welt ist tief, und tiefer als der Tag gedacht)라고 결론지었다. 세계는, 인간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시간이라는 우물 밑바닥 저 아래 깊은 뿌리로 얽혀 있다. 세모를 맞아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본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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