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지난 주말 산행을 갔다. 눈이 오지 않았기에 겨울 장비를 갖추지 않고 갔다. 집에서 한 시간 여를 자동차로 가는 동안 산이 점점 가까워 올수록 도로변에 눈들이 쌓여 있었다. “아차, 산에는 이렇게 눈이 많이 온 줄은 전혀 몰랐구나!”하며 그대로 차를 몰았다. 늘 등산하는 곳의 주차장에 주차를 시켜 놓았다.눈들이 녹아 다시 얼음으로 변해 주차장도 상당한 빙판이 되어 있었다. 동반한 친구에게 “어쩔까,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등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조심, 조심해 다녀오면 되겠지”라고 말했다. 친구도 “높은 산엔 올라가지 말고 낮은 곳에 다녀오면 되겠지”라고 말했다.
지팡이를 짚고 둘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를 때는 잘 올랐다. 그런데 내려올 때가 문제였다. 산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길이 보통 미끄럽지 않았다. 조심, 조심 내려오는데도 친구는 세 번이나 넘어져 무릎에 멍이 들었다. 그래도 그 정도는 괜찮은 편이었다. 내려오는 도중 지팡이 하나가 말썽을 부렸다.
지팡이를 고치려는데 신경을 쓰다가 내가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눈 위를 걸으면 덜 미끄럽기 때문에 눈길 위를 걷는데 왼쪽 발이 얼음 덥힌 눈을 밟고 그냥 빙판에 쓰러지고 말았다. 허리와 옆구리를 다쳤다. 갈비뼈가 보호를 해 주지 않았더라면 더 크게 다쳤을 것이다. 일주일 내내 다친 곳이 쑤셔댄다.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산행, 즉 등산은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특히 정신건강에 더욱 좋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바뀌는 산의 모습은 때마다 아름답다. 산은 산을 찾은 객들을 푸근히 맞아주며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 오를 때는 힘들지만 내려 올 때는 마음과 몸이 시원해진다. 산의 순수한 자연의 정기를 받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좋은 산행도 방심은 금물이다. 산에 눈이 와 길이 빙판이고 겨울장비를 갖추지 않았으면 아무리 먼 길을 갔어도 그냥 돌아와야 하는 것이 상책이다. 아니 상식이다. “뭐, 괜찮겠지. 낮은 산에 오르고 내리면 되겠지”. 절대 아니다. 또 산을 오르고 내릴 때 한 눈 파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등산은 어느 때나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 겨울 산행은 더 조심해야 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하지 않았나. 아무리 산을 많이 다녔다 해도 산을 오를 때면 늘 겸손한 마음으로 오르고 내려야 한다. “이 산을 정복해야 하겠다”는 마음 보다는 “이 산과 오늘 내가 하나가 되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또한 겨울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장비들이 있다. 눈길과 빙판에도 걸을 수 있는 방수되는 등산화와 그에 부착하는 아이젠과 같은 것들은 필수품목이다. 복장은 겨울 잠바, 모자와 장갑 그리고 따뜻한 물 등 마실 것을 준비해야 한다.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 날씨엔 입과 코를 감싸주는 마스크 같은 것도 필요하다.
약 1년 전 한 원로목사와 같이 겨울 산행을 한 적이 있다. 나이가 75세다. 열 한 번인가 함께 산행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눈이 하얗게 많이 덮인 산을 너무 무리하게 오르고 내렸나보다. 원로목사에게 무릎 관절염 중의 하나인 좌골신경통이 발병했다. 그는 결국 산행을 중단하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겨울 산. 눈이 온 산야를 덮어 천지가 하얗게 물들은 겨울 등산은 산행 중의 산행이다. “사각, 사각”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며 산을 오를 때 느끼는 그 감동은 느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겨울 산행도 무리해서는 안 된다. 해이해서도 안 된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다지만 항상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겨울산은 해가 빨리 진다. 4시 전에는 반드시 하산해야 한다. 동네에선 비가 내리지만 산에는 눈이 온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알아야 한다. 겨울 산행은 늘 다니던 곳을 찾는 것이 좋다. 괜히 모험한다고 가보지도 않던 산을 찾았다가 길이 험한 곳을 만나면 더더욱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겨울산행은 조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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