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s Back. 요즘시대의 세계적 화두라고 한다.
1882년 이었나. 프리드리히 니체가 신(神)의 죽음을 선포한 게. 그리고 한 세기가 훨씬 지난 1999년 이코노미스트지는 ‘God Is Dead’란 타이틀의 커버스토리를 실었었다. 현대는 세속주의(secularism) 시대라는 선언이었다.
그 명제가 얼마 못가 무너졌다.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 신이 되돌아 왔다. 그리고 인간 삶의 구석구석을 간섭하는 현실이 목도되면서다.
현대는 세속주의의 시대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비교하자면 세속주의는 종교라는 거대한 물결에 둘러싸인 작은 섬에 불과한 정도가 됐다는 것으로, 이는 9.11사태 이후 일고 있는 하나의 세계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정치에서, 문화에서, 그리고 심지어 전쟁에서도 먼저 지적되는 게 종교, 즉 God’s Factor다. 그 하나님 요소를 빼놓고는 오늘날 정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민주주의를 말한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새삼 강조되는 게 종교와의 관계다.
민주주의는 인간성, 다시 말해 고귀한 본성과 죄스러운 본능이 혼합된 인간성에 가장 적합한 거의 유일한 체제다. 그 이유를 신학자 라인홀드 니이버는 일찍이 이렇게 설명했다.
“공의를 추구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부패하기 쉬운 인간성은 민주주의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종교는 아무리 처지가 초라할 지라도 그 사람 하나, 하나가 가치 있고 아주 고귀한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다. 창조자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은 그러므로 누구나 할 것 없이 신 앞에서 평등하다.
가톨릭 신학자 마이클 노박의 말이다. 인간평등이란 민주주의 원칙은 바로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反)전체주의라는 점에서도 종교와 민주주의는 강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다. 이어지는 그의 주장이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성경구절을 바로 그 논거로 내세웠다.
국가는 유한하다. 가이사는 신이 아니다. 인간의 삶 중 많은 부분은 국가에 속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양심, 창조능력, 각 인간마다 지닌 창조자에 대한 절대적 의무 등은 결코 국가에 속한 것이 아니다.
동시에 종교는 가이사의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신 앞에서 인간은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 이 점을 종교는 존중해야 한다. 신 앞에서 인간의 절대적인 책임은 국가 앞에서 인간이 지니는 절대적 권리의 초석이 된다.
가이사가, 다시 말해 국가가 가이사의 것이 아닌 하나님의 것을 강요하고 나설 때 거기서 발견되는 것은 그러면 무엇일까. 전체주의다. 그 전례가 공산주의다. 십자가의 흔적을 모두 없애려 들었다. 그 공산주의가 하나님의 것을 가이사에게 드리기를 거부한 운동 앞에 결국 무너졌다는 것이다.
LA와 라스베이거스 사이에 펼쳐진 모하비 사막을 지나노라면 한 거대한 십자가를 볼 수 있었다. 너무나 외져 한 시간 이상 달려도 차 한 대 볼까말까 할 정도다. 이런 곳에 세워진 십자가다. 그런데 요즘에는 볼 수 없다. 나무 상자로 가려진 것이다.
왜 가려졌나. 공공장소에 세워진 십자가는 바로 하나님의 현현을 의미하므로 아무리 외진 곳에 세워졌어도 치워져야한다는 논리에서다.
인본주의 단체가 소송을 걸어왔고 연방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결과 종교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숨진 전몰자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세워진지 75년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크리스마스전쟁이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하나님이 없는 공휴일’(Godless Holiday)이란 모토를 내걸고 인본주의 단체들은 크리스마스에서 그리스도를 지우려는 캠페인을 맹렬히 전개하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이 ‘해피 할러데이스’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다.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사막 한가운데 전몰자 기념지에 세워진 십자가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미국 문화에서 기독교적 요소를 모두 도려낼 것 같은 기세다.
성탄주간이다. 빛이 어두움에 갇힌 인간을 찾아온 전 인류의 축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어딘지 적막한 느낌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더 이상 안 들려오는 크리스마스여서인가.
사라져가는 크리스마스 전통에 대한 아쉬움뿐만이 아니다. 문화적 전체주의라고 할까. 날로 치열해지는 크리스마스전쟁, 거기에서 뭔가 그런 게 엿보여서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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