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주식시장을 보면 경제가 가장 어려운 시점은 통과한 게 아닌가 하는 안도의 마음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옛날 경기침체를 지날 때의 사인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10.2%의 전 미국 실업률은 좀 내려갈 것인가. 스몰 비즈니스들의 매출이 좀 늘고 다시 직원들을 고용할 것인가. 항상 미국의 불경기는 스몰 비즈니스들이 견인차 역할을 했었으니까.
이번 불경기는 그런데 좀 다르다. 경기 지표들이 좀 나아지는데도 고용시장이 요지부동인 것이다. 고용사정이 나아져야 소비를 할 사람들이 생기고, 미국의 경제란 게 사실 3분의2가 소비자 경제 아닌가. 그런데 지난주 발표된 9월 말을 기준으로 본 전국 급여 및 후생비 통계는 인플레를 감안하니 한해 1%가 겨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5년 전 이 통계시작을 한 이후로 가장 적게 오른 것이다. 봉급이 오르질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들 아무도 이 통계치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없다는 점이다. 이 숫자들이 1% 밑으로 내려가다가 마이너스로 될 것이라고들 동의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반영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봉급이 앞으로 더 줄어갈 것이라는 어두운 얘기다.
오바마 정부에서 실업수당 지급을 20주 더 늘였지만, 실직 이후 복직을 한 이들도 전국 평균 40% 정도 옛날 수준보다 낮아진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가 나왔다. 1981년 불황 때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다. 지난날의 불황이 회복시기에 접어들면서는 옛날 급여수준의 80프로로 회복하는데 6년이 걸렸는데 이제는 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예상이다.
경제의 거의 모든 곳에서 직장 구하기가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실감을 더하기 위해서 월스트릿 저널에 나온 사람들의 얘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별난 얘기들이 아니라 주류사회에서 지금 경험하는 일반 사람들의 얘기다.
가주의 중부에 살고 있는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45세의 여성은 열 달 정도 실업상태에 있다가 전보다 20프로 낮은 급여를 받고 취업했다. 예전 같았으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조건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37세의 세일즈맨은 지난 1월 보험회사에서 실직했다가 최근 직장을 구했는데 전보다 25% 정도 낮은 급여는 10년 전 옛날 직장에 처음 취직했을 때 받던 액수와 같다. 30일 후에 건강보험을 받기로 했는데 이 세일즈맨은 그동안의 취업 전선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옛날에 받던 수준의 급여를 받기는 영원히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보스턴의 작업책임자급 생산직 매니저 한 사람은 2년 전 직장을 찾아 집을 팔고 버몬트로 야간작업 감독자로 새로 직장을 구해서 옮겼다. 4만5,000달러 기본급에 8,000달러 보너스도 벌 수 있는 자리였다. 두 자녀를 키우느라 부인은 집에서 가사를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그는 새로 옮긴 직장에서도 실직을 하게 되었다. 한 주일에 420달러의 실업수당을 받으며 1,000군데도 넘게 이력서를 보냈지만 소식이 없었다.
결국 현실의 벽을 절감하며 그는 지난여름 U-Haul에 시간당 9달러50센트를 받는 말단 직원으로 다시 취직을 했다. 이 급여는 그가 18세 때 트럭 드라이버로 있으면서 받던 수준이다. 6개월이 넘으면 건강보험이 나온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느라 여러 곳에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집안에 있던 전화도 끊고, 두 대였던 자동차 중 한 대는 팔았다.
위에서 옮긴 인생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얘기는 요즘 미국 도처에서 보고 듣는 얘기들 중 한 부분이다. 특별히 어려운 곳들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급여 비교를 한 어느 리포트에서는 미국인들이 그동안 유럽보다 동종 업무를 보면서 15% 이상 많이 받아 왔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급여 수준은 그동안 너무 높았다고 쓰고 있다.
우리는 지금이 특별히 힘든 시간이 아니라, 그동안 너무 많이 받고 너무 쓰고 하는 생활에 젖어 있었다는 얘기가 아닌지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이 온 게 아닌가 한다. 어려운 경제는 2011년 후반이 되어야 여러 곳에서 풀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마음으로 당분간 살아야 할 것 같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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