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보통사람. 보통사람이란 그저 평범한 사람을 말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란 누구나 가는 그 길을 그냥 가는 사람일 것이다. 누구나 가는 그 길을 가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태어나서 자라며 교육받고 시집 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그냥 그렇게 살다가 늙으면 손자손녀들의 손을 잡고 산책이나 하다가 때가 되면 세상을 떠나는 그런 사람일까.
보통사람에 대해 정의 내리기도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저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통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사람은 돋보이지 않는다. 유명하지도 않다. 신문과 방송에 얼굴을 들어내지도 않는다. 아니, 들어낼 만한 것도 없다. 정치적이지도 않다. 하루 세끼는 먹으며 사는 가난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경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중산층을 보통사람의 레벨에 맞출 수가 있을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중산층이 두터워야 나라가 잘 된다고도 한다. 그 말은 보통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라가 안정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상류층이 너무 많고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아 중산층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릴 수 있다는 가정일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국가가 주인이다. 사유재산은 인정되지 않는다. 개인이 아무리 창조성이 있고 특출한 재능이 있어 재산을 늘리려 해도 재산을 늘릴 수 없는 곳이 사회주의 국가다. 국가가 배급 주는 곡물의 량에 맞추어 세 끼를 먹으며 살아가야 한다. 모든 것이 다 국가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 사회주의 국가를 인도하는 사람의 말은 곧 법이다. 이런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보통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들도 민주주의 국가에서처럼 중산층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중산층이 존재나 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 국가
에서는 중산층은 없어도 상류층은 있는 것 같다. 상류층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가 보통사람이 아닌 가난한 하류층을 형성하는 것은 아닌지.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어떤 나라에 살고 있냐에 따라 보통사람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과 아프리카 오지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의 삶의 질적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의 보통 중산층은 아프리카 오지 나라의 상류층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에서의 보통사람, 즉 평범한 사람은 아프리카에서는 아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한반도 남쪽은 지구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의 하나였다. 그 때엔 미국에 이민 오는 사람들을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처럼 모두가 부러워했다. 그 때의 한반도 남쪽나라의 보통사람의 레벨은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일부 상류층만 제외하고는 사회주의 국가처럼 거의 모든 사람이 굶주렸었다. 그 때 당시엔 오히려 한반도 북쪽나라가 국민소득이 더 많았다. 그런데 2009년도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지향한 한반도 남쪽은 경제력이 세계 13위권 안에 들어 있다. 1년 수출량만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사회주의, 즉 공산주의를 지향한 북쪽은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미국과 아프리카의 보통사람의 기준이 틀리듯 남한과 북한의 보통사람의 기준은 틀리다. 북한의 보통사람은 남한의 보통사람처럼은 될 수 없다.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가치에서도 그렇다. 북한에 사는 사람들은 많은 자유 민주국가에 사는 사람과는 판이하게 살아간다. 그 삶 자체는 보통의 삶이 될 수 없다.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 즉 삶의 가치조차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사람들의 삶은 비천한 삶이다. 비록 그들도 태어나 자라며 교육받고 시집 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살다 늙어 때가 되면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그렇다. 태어나기는 남들과 똑 같이 태어나도 삶 자체는 절대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은 못된다. 체제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저 보통사람으로 평범하게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도 큰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 혹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태어나 사는 곳과 때에 따라 보통과 평범함은 자신도 모르게 비천함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적 환경에 따라 개인의 상황이 변화를 받는 것이다. 노력의 대가가 보장돼 있는 나라인 미국에 들어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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