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라슨이 쓴 ‘바빌론의 부자들이 알려주는 돈 버는 지혜’(The Richest Man in Babylon)는 투자 지침서 가운데 고전이다. 1920년대부터 나온 이야기를 묶은 이 책은 지금까지 200만부 이상 팔렸다.
이야기는 바빌론의 마차 제조업자인 반시르와 음악가 코비가 왜 자기들은 이렇게 돈이 없을까를 한탄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들은 돈 버는 비결을 배우기 위해 바빌론에서 가장 부자인 아카드를 찾아 간다. 한 때 가난한 서류 복사공이었던 아카드는 친절하게 어떻게 자기가 지금처럼 큰 돈을 벌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옛날 그의 손님 중에 부자 대부업자가 있었다. 급히 서류를 복사해달라며 이틀 여유를 줬다. 기한이 다 되어가는 데도 날짜를 맞추지 못하게 되자 대부업자는 불같이 화를 냈다. 아카드가 오늘 밤을 새서라도 일을 끝낼 테니 그 대신 돈 버는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승낙을 받은 아카드는 임무를 완수한 후 대부업자를 찾아갔다.
그는 아카드에게 번 돈의 10%는 무조건 저축한 뒤 1년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아카드가 1년 후 찾아 와 시킨 대로 했다고 말하자 대부업자는 저축한 돈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그가 벽돌 만드는 사람에게 맡겨 보석에 투자했다고 말하자 대부업자는 투자는 그 분야에 대해 알만한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며 그를 꾸짖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카드가 투자한 돈은 모두 날아갔다.
아카드가 다시 1년 후 대부업자를 찾아가자 그는 이번에는 저축한 돈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아카드가 돈을 빌려줘 그 이자로 명품을 사며 잘 살고 있다고 말하자 대부업자는 돈을 쓰는 것은 부자가 된 후에 하라고 또 꾸짖는다. ▲번 돈의 10%를 저축하고 ▲투자는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들어 하며 ▲쓰는 것은 부자가 된 후에나 한다는 그의 좌우명이 됐고 그것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저축을 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그 돈을 현명하게 투자해야 하며 세 번째는 돈이 좀 생겼다고 흥청망청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없는 진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를 지키지 못한다.
이 원리는 개인뿐만이 아니고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뜨는 나라의 곳간에는 돈이 쌓이고 기우는 나라의 곳간에는 빚 문서만 쌓인다. 국가 재정이 풍족한 나라가 망하는 일도, 빚에 쪼들리는 나라가 흥하는 일도 없다. 로마 말기에도 국가 재정은 바닥이 났다. 이를 메우기 위해 세금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난민은 점점 늘어나고 나라를 지킬 병사는 없고 그러다가 1,000년 역사의 로마도 망하고 만 것이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신대륙 원주민을 착취해 가져간 그 많은 황금을 사치와 전비로 낭비하고 재정 파탄이 난 후 쇠락의 길을 걸었고 그 뒤를 이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명성을 누렸던 영국도 두 차례 세계 대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영제국 간판을 내렸다.
이들 제국이 간 길을 이제 미국이 밟으려 하고 있다. 미국의 총 부채는 작년 한 해 동안 1조 달러가 늘어 이제 GDP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미 건국 이래 사상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국채가 향후 10년간 매년 1조 달러 씩 불어나 내후년이면 GDP의 10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언제 이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라앉는 나라가 미국이라면 뜨는 나라는 중국이다. 외환 보유고 2조 2,000억 달러로 세계 최고인 중국은 미 국채 8,000억 달러를 갖고 있는 최대 채권국이기도 하다. 1인당 국민 소득 3,000달러 남짓한 중국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인 미국에게 돈을 꿔주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의 경제 규모는 연 14조 달러로 4조 달러의 중국을 압도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치가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이다.
‘바빌론의 지혜’ 못지않게 오래된 ‘황금의 법칙’(Golden Rule)이라는 것이 있다. “황금을 가진 사람이 법을 만든다”(Those who have gold make the rule)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정신 차리지 않는다면 세계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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