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희(한국음악재단회장/성악가)
나는 며칠 전 요즘 카네기홀에서 3주에 걸쳐 진행중에 있는 차이나 페스티발(China Festiva)을 바쁜 일정중에도 시간을 내서 가보았다. 이 페스티발은 바로 뮤직 페스티발이었다. 중국 작곡가들의 곡을 중국 솔리스트가, 미국 오케스트라를 미국의 유명 지휘자가 지휘하고, 어떤 곡은 카네기 홀이 작곡을 위임해서 하고... 이것이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나는 지난 반세기를 이 나라에 와서 공부하고 연주도 하고 나름대로 또 후배들을 도우며 항상 한국인임을 자랑스레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날 저녁은 새삼 관중석에 앉아 음악회를 듣고 있는데 좀 슬픈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남을. 우리 이웃인 중국, 일본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작은 동양의 나라 한국에서 와서 어느 서양동료들 못지않게 음악에 우수성을 나타내며 이곳 음악계 주류사회에서 찬사를 받으며 살아왔는데 왜 우리는 이리도 국가차원에서 협조를 못 받으며 언제까지나 개인들이 연습하랴, 연주하랴, 거기에 경제적 부담까지 해결해 나가며 연주생활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빠져 있다가 음악회장을 나와 버렸다.
지난 30여년을 세계무대에서 일류 연주자로 한국이란 작은 나라를 알리며 빛을 내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어디로 밀려나고, 80년대 문화 혁명 때까지도 Classic Music을 하면 감옥소에 들어가던 중국인들이 갑자기 Classic Music world를 휘잡게 되었는가? 이것은 다 국력에서 오는 일이 아니던가? 그러나 국력 외에 먼저 한국인들의 단결성이 없는 국민성에서 나오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싶다. 이 미국의 지난 60여 년간 음악계를 쥐고 흔드는 유태인들을 보라. 그들은 대가 선배가 후배들을 끌며 밀어주고, 또 어떤 신인이 나오면 악착같이 서로가 표를 사서 음악회에 가서 감상도 하며 격려해주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은 자기 아이들 연주때만 법석을 떨며 온 이웃, 친구들 다 동원하느라 야단이고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할 때는 가줄 생각조차 안한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가?
이곳 미국인들은 점심때 샌드위치를 먹으면서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다 subscribe하며 사는 생활 습관이 있다. 반면 우리 한국인들은 보면 어느 점심때나 저녁을 친구들과 나가 먹으며 200-300달러씩 내며 사는 생활습관은 흔히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생활에 협조하는 이들은 아직 극소수다. 나는 여러 번 어떤 음악회에 가서 뒷면에 Donner들 section에 그 흔한 Kim이나 Lee 등 한국이름이 하나도 안보일 때는 참 민망스러운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나는 한국음악도들이 많이 연관되는 음악회 등은 작은 돈이나마 계속 기부하는 데가 몇곳 있다.(아이들의 얼굴을 세워주고 한국인의 체면을 위해서) 제발 아이들이 각 학교에서 장학금을 많이 받기만 원하지 말고 좀 각 학교나 어느 기관에 적은 액수나마 기부하는 습관을 이젠 좀 우리가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한국인들도 이젠 음악회에 올 때 표 좀 사서 오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다.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한 음악인들은 먹지도 입지도 않고 살란 말인가? 또 한국에 가서 보는 일인데 그저 외국인 연주가가 오면 표가 몹시 비싸도 다 사서 가고, 한국인들이 하는 음악회는 절대 표 사서 갈 생각을 안하니 이게 어찌된 풍습인지 알수가 없다.그리고 외국인은 관람료도 아주 많이 주는 전례가 생겼고. 여러번 나는 미국인 동료들의 약간 비웃는 조의 말투로 “Korea에 가면 Fee가 아주 많아서 좋더라”고 하는 얘기를 들으며 속으
로 아주 불쾌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 혼자 힘으로 세계적인 대가가 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모처럼의 카네기홀 독주회에 표를 직접 사가지고 많은 분들이 오시기를 기대하며, 정부기관도 어느 한 기관에서 후원을 해주면 다른 기관에서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언론기관도 이런 문화행사는 좀 서로가 도와줄 생각은 않고 어느 한 기관에서 도와주면 다른 기관에서는 기사도 한자 안 써주려는 이상한 심리들을 갖고 있다. 이것이 외국에 나와 사는 소수민족들이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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