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알콜마약치료사
그 동안 미국의 한인사회는 약물남용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따라서 한인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약물남용에 빠질 위험성에 대해 큰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한인 청소년들의 약물남용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임상현장에 있으면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인청소년들 가운데에서 마리화나나 엑스터시와 같은 불법마약뿐만 아니라 각종 처방약, 술, 담배 등을 남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한인사회가 약물남용문제에 둔감한 것은 미국사회내에서 아시안들의 약물남용율이 타인종들에 비해서 낮은 편이고, 또 모범소수민족(Model Minority)라는 편견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방정부자료(약물 및 정신건강청 2001년 전미 마약남용가구조사)에 의하면 12세 이상 아시안의 담배, 알코올, 불법마약의 전년도 사용률은 각각 22%, 53%, 6.5%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전체 미국인 평균인 31%, 66%, 12%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같은 아시안 중에서 한국인의 불법마약 현재 사용률은 5%로 조사되었는데 이것은 중국인에(1.3%) 비해 4배, 인도인에(2.2%) 비해서 2배 이상 높았다. 한국인의 사용률이 다른 아시안 인들 중에서 하와이계를 제외한 환태평양계 아시안인(5.1%)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인의 담배흡연률은 아시안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고, 심지어 백인, 흑인, 히스패닉계 보다도 높았다. 미국 내에서 한국인보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인종은 아메리칸 인디언뿐이었다. 더구나 한국인의 전년도 마리화나 사용률은 (9.2%)로 백인(8.9%)은 물론 다른 아시안 인종들보다도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12세에서 17세까지의 청소년들 자료를 검토해보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1999년도 전미 마약남용가구조사에 따르면 아시안 청소년의 전년도 불법마약 사용률이 8.4%로 백인(10.9%)와 흑인(10.7%)와 비슷했다. 더욱이 아시안 성인의 사용률(2.4%)에 비해 청소년들의 사용률이 월등히 높았다. 따라서 미국에서 자라고 있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청소년들이 성인 아시안들에 비해서 마약 사용률이 높으며 타인종과 거의 흡사한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미국 주류문화에 동화되고 살아가고 있고 또 타인종 그룹들과의 빈번한 교류로 인해 약물남용에 많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인 자녀들이 많이 남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약물은 담배, 술, 마리화나, 처방약, 흡입제, 환각제들이다. 12세에서 20세까지의 미국 청소년 중에서 지난 한 달간 술은 먹은 적이 있다고 대답한 청소년은 거의 10명 중 3명에 달하고 있다. 술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남용하고 있는 약물에 속하는데 청소년기의 음주는 뇌손상, 기억력 및 학습부진, 비행과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14세 이전에 술을 먹기 시작하면 47%가 성인이 되었을 때 알코올중독자가 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담배는 술과 함께 대표적 약물남용 물질의 하나로 12-17세 미국청소년의 13%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특히, 성인 흡연자의 80%가 18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다. 청소년기의 흡연이 결국 평생의 흡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겠다.
마리화나는 미국 8학년 학생 5명 중 1명이 피운 경험이 있다고 할 정도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남용되고 있는 불법마약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의학용 마리화나의 합법화 움직임이 있고 실제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의사의 처방전을 가지고 마리화나를 구매할 수
가 있다. 하지만 마리화나는 엄연히 연방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마약으로 심각한 중독성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밖에서 주의력결핍 및 과잉장애에 사용되는 리탈린이나 각종 진통제, 감기약, 본드, 스프레이페인트, 신나 등도 청소년들에 의해 많이 남용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약물남용에 빠지게 되면 중독 및 금단증상 같은 약물남용으로 인한 직접적인 부작용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증, 자살, 사고, 비행, 학습부진 등의 간접적인 폐해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님들은 성장기의 자녀들이 각종 약물남용에 빠지지 않도록 양육하는데 많은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