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개인사 혹은 한인사를 기록으로 남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메릴랜드한인회(회장 허인욱)는 최근 주소록 겸 명사록을 발간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2월 15일을 발간예정일로 하는 이 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교육, 종교, 봉사, 체육 등 부문별로 대상자를 선정하고 인터뷰를 통해 삶을 요약할 계획.
허인욱 회장은 “초기 이민자들을 만나보면 저마다 사연이 많고, 특히 이민 1세들은 연로해지면서 자신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기를 희망한다”며 “개인들의 삶을 간략하게 서술함으로써 본인은 물론 커뮤니티 전체로도 좋은 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인물 선정 시비를 예방하기 위해 선정 기준을 심사숙고 중”이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과거 볼티모어실업인협회 25년사와 워싱턴한인사에 수록된 ‘이민100주년 기념 볼티모어 한인사’를 편찬하는 등 한인사회 역사 발굴 및 기록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개인들도 남다른 자신의 삶을 글로 남기는 자서전 저술에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한인사회 원로인 안용구 전 피바디음대 교수가 지난 2004년 11월 77년의 음악 여정을 엮은 회고록 ‘한마리 새가 되어’를 펴낸 것이 지역 한인사회에서 자서전 출간의 효시가 됐다. 안 교수는 ‘바이올리니스트 안용구의 77년 음악일기’라는 부제대로 베토벤의 ‘운명’을 듣고 운명적으로 음악에 투신한 시절부터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어 고초를 겪었던 얘기 등 남다른 그의 생애를 소설처럼 그려냈다.
그는 책 말미에 “자손들이 할아버지가 어떠한 생애를 살았는지 보여주고 싶고 우리의 다음 세대들, 특히 음악도들에게 선배들의 발자취를 남겨두고 싶다”고 회고록 발간 이유를 밝혔다. 이 책은 영문판으로도 발간돼 2세들도 읽을 수 있다. 구입문의 (410)730-7421.
종교계의 원로인 황문규 목사도 범상치 않은 삶을 자서전으로 엮어냈다.
빌립보교회의 원로목사인 황 목사의 53년간 해외 생활과 목회 이야기를 엮은 책 ‘꿈따라 사랑따라 사명따라’는 2007년 한글판을 발간한데 이어 올해 영문판도 발간됐다. 이 책은 1954년 단돈 1달러만 가진 채 미국으로 유학 와서 신학공부를 마치고 미국교회와 한인교회, 남미 브라질에서 12년간 선교사로 사역한 저자의 ‘꿈과 사명의 삶’을 서술하고 있다. 구입문의 (301)776-3887.
한인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김혜일 전 메릴랜드한인회장도 최근 자서전을 펴냈다.
‘떡장사에서 미국 회계사로’를 제목으로 한 이 책은 어린 시절 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열차 안에서 떡장사를 하던 소녀가 20대 초반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온 후 초등학교부터 공부를 시작, 회계사가 되기까지의 지금까지 한인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담겨 있다.
김 전 회장은 “꿈을 꼭 이루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이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다”며 “변변치 않은 삶이지만 어렵고 힘든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격려가 됐으면 한다”고 발간 사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오는 11월 15일(일) 오후 5시 엘리콧시티 소재 터프 벨리 리조트 연회장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문의 (410)591-4199, kh9@verizon.net
이들과 달리 치과의 유승호 박사는 1960년대 초반부터 해온 치과의료봉사 이야기를 예쁜 책으로 제작했다.
‘그리움이 눈이 되어 내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부제 ‘유승호 장로의 자서전-치과의료봉사의 소중한 기억들!’(책나무)의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부모님과 가족의 이야기’를 비롯 ‘치과 의료 봉사의 이야기들’, ‘아직도 남아있는 이야기들’ 등으로 나눠 유 장로의 삶을 생생하게 전한다. 유 장로는 “젊은 시절 꿈이 지금까지 이어진 초지일관된 삶을 서술하고자 했다”며 “희망을 일구는 젊은이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입문의 chrisyood md@yahoo.com
한편 하워드카운티한인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신상균 박사는 틈틈이 써온 글을 모은 ‘생각하며 사는 삶’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오거스틴과 시간’, ‘영혼 소고’, ‘한인 이민 2세와 부모’ 등 오랜 이민생활에서 느낀 단상들과 지적 사유, 사회관 등 폭넓고 방대한 저자의 지식 세계와 지혜로운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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