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후원 24일 개최
“더 진하게 하느님 체험
더 깊게 기도 하는 등
신자들 신앙 성장 도와”
“숨쉬는 모든 것들아, 야훼를 찬미하여라. 시편 마지막 구절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에게서 높임을 받아야 마땅하신 분입니다. 그분은 특별히 모든 민족과 족속으로부터 각양각색의 찬미를 받기를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로부터는 당연히 한민족 고유의 노래를 기대하지 않으실까요. 국악이 빠진다면, 하느님의 기쁨이 2% 부족할 지 모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락으로 된 소박한 성가를 작곡하고 불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악미사곡 작곡가인 강수근(50·예수고난회) 신부가 유빌라테 성가단(지도신부 김두진·지휘 클라라 김) 주최, 본보 후원으로 24일(토) 오전 9시~오후 9시 성삼한인천주교회(1230 N. San Fernando Rd., LA)에서 열리는 ‘성음악 캠프’의 강사를 맡아 남가주에 왔다.
90년대에 시카고와 펜실베니아에서 교회음악을 공부하고 뉴욕 퀸즈한인성당에서 성음악 감독을 맡았던 그는 2003년~2008년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한 이후로 국악미사전례곡 및 국악성가의 보급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광주대교구의 ‘한소리합창단’, 수원교구의 ‘한울림합창단’, 의정부교구의 ‘가톨릭국악합창단’ 등 국악전문 음악단체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 6월 왕십리성당에서 ‘제3회 국악성가 축제’를 개최했으며, 가톨릭국악성가진흥회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서울을 비롯, 각 교구마다 하나씩 이같은 합창단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1992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수련시절인 87년 작곡한 ‘국악성가 하나’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가톨릭계에 ‘우리 음악’ 붐을 몰고 온 인물. 22년째 공부하며 부지런히 곡도 써 온 그의 노력으로 국악미사곡은 이제 한국에서 저변이 많이 확대된 것은 물론 LA서도 한국 순교성인 대축일 등과 명절 때에 자주 불려진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국립국악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육군국악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 제대 후 1년간은 국립국악원에서 연주활동도 했다.
“국악을 공부하면서 어린 마음에도 한국인의 정서에 착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성당에 가면 서양음악만 부르더군요. ‘왜 우리 음악이 있는데…’ 하며 의아하게 여기곤 했죠. 그때 자라면 국악성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제가 되기로 하면서 “하느님을 위해 국악을 포함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원장신부의 질문에 “가족까지 떠나 입회했는데 물론 버릴 수 있습니다”라며 순종했다. 이로 인해 잠시 미뤄진, 국악을 통한 교회에 기여할 기회가 다시 찾아 온 것은 1987년. 저녁 식사를 하다가 그는 군 시절 작곡한 ‘자비송’을 부렀는데 당시 예수고난회의 수련장을 맡고 있던 미국인 신부가 듣고 너무 좋다며 전례에 이 노래를 채택했다. 그는 얼마 후 용기를 얻어 ‘미사곡 하나’를 작곡해 봉헌했으며, 미 유학시절인 1996년에는 ‘국악미사곡 둘’을 지었다.
그는 “한국말을 우리 고유의 가락을 통해 음악적으로 의미심장하게 전달하는 것은 신자들의 신앙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기도가 깊어지고 하느님 체험을 더 진하게 할 수 있다”고 국악 예찬론을 폈다.
“이민 연조가 깊어지면서 미국화가 불가피한 한인들에게는 한국적인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전례 때 국악성가를 사용하면 서양 선율에 한국말을 얹어 부르는 것과는 ‘필’(feel)이 다릅니다. 경험해 본 신자들은 대부분 성가대에 와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거든요. 다문화 사회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도구로 건축이나 음식도 있지만 음악이 그중 최고지요.”
“국악에는 유교, 불교 등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 교회 음악에 도입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타종교 관련 음악은 국악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강 신부는 “점차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가는 단계”라며 국악성가의 앞날을 낙관했다.
성음악 캠프의 참가비는 40달러이며, 문의는 (909)618-7575 클라라 김씨에게 하면 된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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