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경제적으로 득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득이 안 되면 피해간다. 그래서 소비자는 값을 보고 물건을 사고 기업은 시장의 수요를 생각해 가격을 정한다. 그래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같이 만족하는 가운데 사회에는 일자리가 생기고 나라는 세수를 얻게 된다. 미국의 경제정책은 이런 시장의 원리가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하는데 근간을 두어 왔다.
한편 복지정책은 도의적 당위성을 전제로 소득의 분배를 내세우는 사회정책이다. 그리고 복지정책은 정치적 흥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곤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심히 어려운 이때에 의료개혁이라는 복지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현 의료개혁안은 미국의 시장 질서에 과세와 규제를 무리하게 도입함으로써 의료 서비스는 왜곡되고 많은 국민들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국민의 15%로 추산되는 무보험자들은 정부의 도움을 환영할 것이고 의료 서비스의 수요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이들 중에는 노숙자도 있고, 마약 중독자도 있을 것이며, 아주 어려운 사정에 처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 의료혜택을 받으려는 이민자도 늘 것이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은 좋다. 하지만 종합적인 사회정책으로 풀어갈 일이지 무료보험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반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가입자들을 정부보험에 빼앗긴 보험사들은 가입자 기반이 약해지고, 특별세를 내야하며, 고급 건강보험에는 높은 세금을 물며, 가입전의 병력을 고려하지 못하므로 일반인의 보험료는 많이 오를 것이다. 또 건강 보험을 내주는 기업은 이에 대한 세금은 내야 한다.
그 결과는 중산층의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 경비 확보를 위해 의료보험사, 제약회사, 의료시설과 의료기구 회사 그리고 병원 등에 대한 특별세를 부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들이 받을 대가를 많이 줄일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의료산업계는 신약 개발, 새로운 의료시설과 의료기구의 개발비용등의 이유를 들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손해 보는 사업은 안할 것이다.
정부는 제반 의료 수가를 메디케어 수가 보다 낮도록 통제한다고 하니 병원이나 의사들은 일은 많아져도 소득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LA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몹시 아파도 죽을병이 아니면 보험을 가지고도 전문의를 만나는데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전 국민이 국가보험에 들어 있다. 의료개혁안이 통과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의료개혁안이 내놓는 다른 수입은 보험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한 벌금이다. 중산층으로 소득이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는 소득 한계를 겨우 넘는 사람은 급격히 올라간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벌금을 내고 만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로 보험사들이 병력을 문제 삼아 보험 가입을 거부하지 못하니까 이들은 병이 나면 그때 보험에 드는 것이다. 전 주민이 보험에 들어야 하는 매서추세츠에는 이러한 무보험자들이 5%에 달한다 한다.
또 하나 정부가 생각하는 수입원은 현 메디케어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중환자들에 대한 지출이 너무 많다고 본다. 그래서 심장병이나 암 환자 같은 중환자들에 대한 지출을 줄일 뿐 아니라 정부가 조사해서 의료비가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 의사들에게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관계 당국의 공무원들이 컴퓨터에 나오는 숫자만 보고 생명을 건 투쟁을 하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할지 모르겠다. 의료시술은 각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모든 환자가 같은 형식과 양의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메디케어를 받는 한인노인들도 실질적 혜택은 줄어들 것이다.
지난 10일자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현재 독일의 근로자는 총 임금에서 14.9%를 국가의료보험료로 내는데도 국가의료비 자금이 바닥이 보여 국가 의료보험제도에서 탈퇴하려 한다고 한다. 국민의 근본 성향에 위배되는 정책은 채택이 되어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권대원 / KAFT·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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