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혈관 질환 어떻게 예방할까
▶ 단 리 USC 의대 교수에 듣는다
“혈관이 건강하면 심장이 건강하고, 나아가 장수의 길로 이끌 수 있습니다.” ‘심장질환’하면 협심증, 심근경색, 부정맥, 심장마비, 뇌졸중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말초혈관질환’이 심장질환과 연계돼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혈관 건강. 할리웃 장로병원 내 심장혈관 센터 메디칼 디렉터이자 USC 의과 대학교수인 단 리(한국명 이도완) 심장전문의는 세계적인 심장혈관 권위자다. 단 리 박사는 “혈관이 막히면 심장질환은 물론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고, 콩팥 문제, 뇌에서는 치매나 뇌졸중 등 문제가 심각해진다.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심장혈관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는 단 리 박사는 환자를 보는 임상분야나 학술 연구분야 모두 실력자로 유명한 한인 심장전문의다. 단 리 박사를 통해 혈관 심장 건강 예방법을 들어 보았다.
심장 혈관질환은 전신 질환이다. 다리혈관이 막히면 2 년내 50%가 사망한다. 또 심장 질환은 발병 위험이 70%로 매우 높다. 할리웃 장로병원 내 심장혈관 센터에서 단 리 박사가 환자를 보고 있다. <박샹혁 기자>
혈관 막히면 치매·중풍·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질환 발병
혈압·당뇨·콜레스테롤 낮추는 약 꾸준하게 복용하면 예방
#혈관을 건강하게
단 리 박사는 “심장 혈관 건강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근 심장혈관 관련 수술은 심장혈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예방 및 치료 테크닉도 발달해 수술 비율도 20%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혈압, 당뇨, 고 콜레스테롤(고지혈증) 등 삼총사다. 단 리 박사는 “고혈압이나 고 콜레스테롤이 생기는 이유는 노화 호르몬이 올라 혈압이 상승하고,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화 호르몬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수치들이 올라가고, 결국 혈관이 막혀 다리나 심장, 신장, 뇌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방만으로도 충분히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운동하며, 담배는 꼭 끊어야 한다. 특히 의사가 처방하는 약은 꼭 복용하는 것이 필수.
단 리 박사는 “예전에는 혈관 형성술을 시술하면 30%는 재발했으나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 다시 재발하는 확률이 5%도 안 된다”며 “생명 연장도 10년 이상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혈압은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 12 mmHg 이하이거나 이완기 혈압(최저 혈압)이 80mmHg 이하면 정상이다. 이 수치보다 아래거나 이 수치를 유지해야 혈압이 건강하다. 고혈압 전단계는 120~139/ 80~89, 고혈압 1단계는 140~159/90~99, 고혈압 2단계는 160/100 이상에 해당한다.
단 리 박사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혈압은 120/80 아래로 정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터지는 출혈이나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증이 뇌와 심장혈관에 올 수도 있다. 동맥경화증이 뇌에 오면 뇌출혈이나 뇌경색, 심장에 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나타난다. 단 리 박사는 “여기에 말초 동맥 혈관 문제 역시 결국 동맥이 막히는 문제라 치료와 예방이 같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수치는 70mg/dL 이하여야 심장질환 위험 걱정이 없다. 총 콜레스테롤은 200mg/dL이하, 중성지방은 150mg/dL이하,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은 여성의 50mg/dL이상, 남성은 40mg/dL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리피토나 크레스토 등 LDL를 낮추는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말초혈관질환
심장과 뇌를 제외한 인체 기관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막히거나 플라크가 축척돼 유발되는 질환이다. 말초 동맥 혈관 문제가 다리에 생기면 다리를 절단할 수 있는 다리동맥혈전, 콩팥에 문제를 일으키면 치료가 힘든 신장질환, 뇌에 문제를 일으키면 중풍, 심장에 문제를 일으키면 심장마비 등으로 나타난다. 목에 생기기도 하며 다리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미국 내 다리 동맥 혈관이 막혀 다리를 절단하는 케이스는 약 15만 명에 이르는데, 이중 당뇨병환자가 가장 많다. 당뇨병 환자 중 4명 중 1명꼴로 다리 혈관 문제가 나타난다.
#약, 두려워 말고 먹어야 한다.
단 리 박사는 “혈압약, 콜레스테롤 약 모두 노화 호르몬을 낮추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인들의 경우 혈압약, 콜레스테롤 약 등에 대해 ‘한번 먹으면 평생 먹는 무서운 약’으로 인식해 약 복용을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혈압이 정상으로 됐다고 끊는 경우가 많다.
단 리 박사는 “노화 호르몬은 약을 복용하면 16~18시간 떨어뜨릴 수 있고, 운동은 3~4시간 밖에 되지 못한다”며 “최근 약도 좋아져 끊지 말고 꾸준히 먹는 것이 최선”이라 강조했다.
고혈압의 경우 혈압을 떨어뜨리는 강압제가 주로 사용되는데, 약을 끊을 경우 길게는 6개월 후 정도에나 이전 높은 혈압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혈압약을 복용하고 나서 혈압이 떨어졌다고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결코 안 된다는 것.
물론 환자에 따라 약을 중단해도 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 약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일시적으로 낮추는 것일 뿐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므로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고혈압 약은 옛날과 달리 부작용이 크게 줄고, 효과도 좋다.
단 리 박사는 “50세 이후는 혈관이 막히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혈관 형성술도 많이 하지만 이는 임시 변통”이라며 “심장혈관질환은 전신질병으로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것도 100만 명 중 1명 정도로 부작용 걱정보다는 이득이 훨씬 많다. 또 치매 예방 효과도 볼 수 있다. 조그만 혈관들이 뇌에서 막히면 중풍이나 치매가 올 수 있지만 약을 복용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스트레스 관리
심장혈관예방에서는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인생을 설계하며 삶을 계획해야 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을 안 하면 혈관은 막힌다. 매일 20분 정도 적당한 강도로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여행을 다닌다든지 산책을 열심히 한다든지, 쇼핑, 장보기, 만보걷기 등 몸을 자주 움직여 주어야 한다.
#매년 심포지엄 개최
할리웃 장로병원 내 심장 혈관센터가 마련한 연례 심장 혈관 심포지엄은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단 리 박사가 디렉터로 주도해온 이 심포지엄은 심장 혈관 분야 주요 심포지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는 LA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개최됐으며 미 전역에서 전문가들이 참석,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단 리 박사는 최근 심장수술 경향에 대해 “심장 혈관 분야가 심장만 보는 의사, 신장과 다리, 다같이 보는 의사 등 레벨과 기술에 따라 점차 분화되고 있다”며 “최근 심장 혈관 관련 수술은 전신 마취가 필요한 오픈 서저리보다는 국소마취에 튜브를 통해 혈관에 들어가서 시술하는 수술법이 발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심장 혈관 질환 예방법이 부각됐다. 단 리 박사를 비롯 9명의 심장혈관 질환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심장혈관 질환 진단과 치료 및 수술에 대한 최신 접근법을 소개하고, 임신 중 심장질환 문제와 해결책, 관상동맥질환에서의 관상동맥우회술(CABG)치료와 약물용출스텐트(DES)치료 비교, 허혈성 심장질환의 수술적 치료 연구, 울혈성 심부전의 약리치료, 줄기세포 치료 연구, 말초혈관질환(PVD) 관리의 최신 접근법 등에 대한 학술 발표가 이어졌다.
단 리 박사는 할리웃 장로병원 내 심장혈관센터 디렉터이자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심포지엄의 공동 디렉터를 맡은 노먼 리포 박사와 로버트 클로너 박사 또한 의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단 리 박사가 지난 3일 LA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열린 할리웃 장로병원 심장혈관 센터 주최 제 9회 심장혈관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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