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西漢) 개국 60년의 문경지치(文景之治)가 거론된다. 당(唐)왕조 건국 60년의 정관지치(貞觀之治)와 비교된다. 중화인민공화국 60주년을 맞아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다.
공산당 통치 한 갑자(甲子)를 맞아 중국은 또 다시 황금기에 들어섰다는 자화자찬의 뉘앙스를 진하게 풍긴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G2시대가 도래했다’ ‘중국은 20년 후 세계1위 경제대국을 바라보며 또 한 차례 굴기(?起)에 나섰다’ 등등의 논평이 주류를 이루면서.
‘붉은 자본주의’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베이징 컨센서스’가 새삼 주목을 받는다. 그 가운데 당(黨)과 군(軍)과 정(政)은 하나가 된 모습을 연출해 내면서 최신형 미사일이 등장한 대형 군사 퍼레이드를 펼쳤다.
60년 전 모택동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한 그 자리에서 펼쳐진 군사 퍼레이드가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온 천하에 중국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안으로는 13억 중국 인민을 향해서, 또 밖으로는 전 세계를 향해서.
그것은 동시에 불안감의 노정일 수도 있다. 개혁개방 30년이 지난 오늘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삼엄한 경비 속에, 보통의 중국인은 관람조차 허용되지 않은 군사 퍼레이드. 그 공허한 힘의 과시는 인민과 격리된 집권 공산당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어 보여서다.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중국 세기가 정말로 머지않아 도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니다. 아직도 먼 장래의 이야기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이다.
상해, 북경 등의 스카이라인에 시선을 빼앗겨 아주 평범한 사실에 눈을 감아왔다. 중국이 얼마나 가난한 나라인지를 잊어버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볼 때 중국은 전 세계에서 100위 서열에도 들지 못한다. 아르메니아에도 쳐진다. 이라크나 앞선 정도다.
중국 세기가 멀었다는 이유의 하나다. 포린 폴리시지도 바로 이점을 지적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GDP는 16배나 늘었다. 그 성장의 열매가 전 국민에게 돌아갔나. 혜택은 일부에게만 돌아갔다. 공산당과 그 추종 세력, 그리고 일부 테크노크라트들에게만.
국가는 부자가 됐다. 당은 더 강력해졌고, 그러나 시민사회는 허약해졌다. 그러면서 중국은 기묘한 소득계층 구조를 형성하게 됐다. 2억이 될까 말까한 중산층에, 10억이 넘는 방대한 대중이 빈곤에 허덕이는 사회의 밑바닥 층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런 중국을 성공한 체제라고 할 수 있을까. 포린 폴리시지의 지적이다.
중국의 개방개혁, 시장경제 실험은 천안문 사태 이후 방향이 크게 굴절됐다. 1989년 이전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건 순수한 민간 기업이었다. 이들이 개혁개방에 앞장서 왔다. 그 결과 중국의 빈곤율은 크게 낮아졌다. 동시에 불어온 바람이 자유화 요구였다.
공산당 지도부는 경악했다. 결국 천안문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당(黨)과 정(政)이 경제주체로 나섰다. 국가 소유의 은행을 통해 자본의 대부분은 국가 기업에 투자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붉은 자본주의, 권위주의형 국가 자본주의의 탄생이다.
그 결과는 구조적 불공평의 심화다. 모든 기회는 7,500여만의 공산당원과 그 추종세력에게만 열려 있다. 중국 내 최대부자 1만명 중 90%는 공산당원 아니면, 그 친인척이다. 중국 내 1,000개 최대 기업 중 순수 민간소유는 50개이고 나머지는 모두 당이 장악하고 있다.
반면 10억이 넘는 인민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게다가 이들의 삶은 부패한 관료의 횡포에 짓눌려 있다. 부패 관료들에게 불법적으로 땅을 빼앗긴 농민만 4,000여만 세대에 이른다. 그 농민들이, 그 방대한 기층의 민중이 마침내 저항에 나섰다.
그래서 벌어지는 대형 소요사태만 전국적으로 연간 30만여건에 이른다. 멀리 티베트에서 또 광동성에 이르기까지 중국 대륙은 10억 대중의 처절한 삶의 투쟁으로 점철돼 있는 것이다.
모택동 치하 27년은 공포의 시대였다. 개혁개방 30년은 경제적 도약의 시기였다. 그 한 세대 동안 중국은 그러나 아시아에서 가장 평등한 사회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로 변했다. 내려지는 결론은 그래서 이렇다.
고층 건물마다 저격수가 배치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다. 공항도 차단되고 외지인의 북경 방문은 금지됐다. 이렇게 삼엄한 경비 가운데 화려하게 펼쳐진 퍼레이드. 그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잔치는 다름 아닌 공산당의 잔치다.
60년간 국가의 부와 권력을 계속 거머쥐는데 성공한 중국 공산당을 위한 잔치일 뿐 중국 인민의 잔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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