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감기로 ‘콜록’만 해도 ‘혹시 신종플루는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신종플루는 올 가을 최대의 ‘핫이슈’다. 지난 8월에는 백악관 보건담당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가 올 가을 미국인의 절반이 신종플루에 걸릴 것이며, 200여만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사망자도 3만에서 최대 9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한 보고서를 발표해 큰 우려를 낳기도 했다. 전 세계가 신종플루를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독감(계절성 독감) 시즌 및 백신 접종시기도 다가왔다. 10월 중순께부터는 신종플루 백신도 공급될 예정이다.
고열·기침·호흡곤란 등 독감 증세와 비슷
치사율 높지 않아 대부분 며칠 앓고난 후 회복
평소 운동·휴식으로 면역력 높이면 예방 도움
신종플루의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중국 후지안 지방의 유치원에서 교사가 한 어린이의 체온을 재고 있다.
밸리 지역에서 81년부터 오랜 임상경험으로 환자를 돌보아온 최청원 내과전문의는 “신종 플루 및 일반 독감 백신의 부족까지도 예상된다”며 “신종플루에 대해 많이 보도되고 있지만 제대로 그 내용을 모르고 막연히 공포감만 생겨 오히려 지나친 두려움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문의는 최근 의료계 종사자들을 위한 LA카운티 신종플루 세미나에 다녀와 한국일보 독자들을 위해 장문의 기고문을 작성했다. 최 전문의의 기고문을 정리해 신종플루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체크한다.
#신종플루(돼지독감, swine flu, H1N1, 인플루엔자 A)
간단하게 말하면 신종플루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사실 올해처럼 신종플루 보고서 같은 정부 보건 담당기관의 보고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특히 1976년은 돼지독감으로 큰 사회적 파장이 생겼던 해였다. 당시에도 정부 보건담당 기관에서 이번 신종플루와 유사한 보고서를 포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정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여해 전 국민 예방접종을 목표로 대대적인 예방 캠페인이 펼쳐졌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큰 유행 없이 독감은 지리멸렬하다가 사라졌고, 오히려 예방접종의 부작용으로 길리안 바래 신드롬(Guillian Barre Syndrome) 이란 신경마비증후군이 생겨 많은 수의 환자가 사망했다. 결국 예방접종도 중간에 중단됐고, 정부는 사망한 환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해 막대한 예산으로 보상까지 해야 했다. 당시 돼지독감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정부에서도 독감예방 접종을 적극적으로 하기보다는 심사숙고해 차분히 대처하는 경향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감이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균에 의한 급성 상기도 질환(호흡기 질환)으로 감기와는 달리 좀 더 심한 고열, 근육통,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난다. 독감 바이러스는 120가지 기본 종류가 있으며 이 개개가 매년 돌연변이 형태의 변종들이 계속 생겨 매년 유행이 바뀌듯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때문에 지난해의 예방주사는 올해에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는 2개의 특수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에 따라 바이러스의 이름, 전염도, 독성 등이 결정된다.
2가지 단백질 중 하나는 바로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항원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 hemagglutinin)으로 보통 약자로 H단백질로 표기한다. 인체의 호흡기 상피세포에 딱 달라붙는 기능을 하며 지금까지 16종류가 알려져 있다. H1부터 H16까지 존재한다.
다른 하나는 뉴라미니다제(N, neuraminidase)로 우리 몸 세포 속에 침투한 후 이 바이러스의 복제, 증식으로 수백 개를 만든 후 세포를 파괴시키고 터져 나와 다른 세포로 다시 침투, 파괴 증식을 반복한다. 이 기간이 24~48시간이 소요되며 이 기간이 바로 이 바이러스의 잠복기다.
타미플루, 리렌자는 이 작용을 저지시키므로 조기 복용을 권해 그 이상의 피해 증식 파괴를 막자는 데 있다.
N 종류는 7가지가 있어 H와 N의 조합이 모두 112개 가능하다. 112개가 각자 변종될 때 수백, 수천 가지가 가능하며, 거기에 타미플루나 리렌자를 남용 때 변종이 생길 수 있어 남용의 피해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타미플루의 남용으로 변종이 나오는 것. 변종이 나오면 그때는 예방주사의 효과도 없게 된다. 때문에 미리 약물을 복용하기보다는 꼭 걸렸을 때 의사 처방에 따라 24시간 내 복용할 것이 권해지고 있다.
이번 2009년 4월에 발견된 신종플루 H1N1은 독감 바이러스가 H1과 N1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콩독감은 H3N2, 조류독감은 H5N1, 아시안 독감은 H2N2으로 표기된다. 스페인 독감은 H1N1으로 이번 2009년 4월에 발견된 신종플루 타입은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종플루균은 1930년에 처음 실험실에서 검출했으나 그 이전부터 존재했으리라 추측된다. 1919년에 대유행, 세계 인구 5,000만명이 사망에 이르게 했던 스페인 독감은 H1N1으로 이번 신종플루 타입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마스크를 한 학생들이 신종플루 감염여부 확인을 위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위쪽). 한국에서 신종플루 백신 임상실험을 위해 실험 참가자에게 백신주사를 놓고 있다.
#전염
돼지독감에 걸린 돼지와 접촉한 사람, 또한 사람과 사람의 접촉, 사람이 신종플루 바이러스 분비물이 묻은 물건을 만지는 것으로 전염이 될 수 있다. 또 호흡기를 통한 감염경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손으로 눈, 코, 구강 부위 점막을 비벼 감염된다. 호흡기 감염 경로환자와 아주 1m 안으로 가까울 경우 감염이 가능할 수도 있다.
#증세
독감 증세와 비슷하다. 고열(93%), 기침(83%), 호흡 곤란(50%), 한기(40%), 근육통 목구멍 통증(35%)으로 나타난다. 예년 독감증세와 다른 점은 30%가 설사와 구토를 동반하고 있는 점.
특히 폐 조직에 침투, 파괴력이 일반 독감균보다 훨씬 강해 천식이나 폐쇄성 폐질환 같은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신종플루 예방백신은 물론 폐렴 예방주사까지도 맞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신종플루는 호흡기 질환으로 폐에 영향을 미친다. 폐는 생명과도 연계된 절대 필요한 기관이다. 건강한 사람의 폐 기능이 100% 기능한다고 한다면 독감으로 폐 손상을 20~30% 받게 되도 생명에는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폐와 관계된 만성 질환자의 경우 폐 기능이 30% 정도만 갖고 사는데, 독감에 걸리면 폐렴이 생겨 그 결과는 건강한 사람보다 더 심해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때문에 폐렴 백신까지도 맞아야 한다.
LA카운티 8월 통계표를 살펴보면 4세 미만 유아인 경우는 병이 심해져 병원 입원을 다른 연령층보다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참고로 1957년 이전에 출생한 사람은 60대에서는 걸려도 심하게 앓지 않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1957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아시아 독감(H2N2)을 대부분 겪어 이에 대한 일부 면역이 생긴 것 때문에 증상이 덜 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신종플루 예방 백신 우선순위
-생후 6개월부터 24세 이전까지: 참고로 이전 일반 독감 백신 연령층은 18세 이전이었으나 이번 신종플루는 다소 늘어났다.
-임산부, 노약자, 만성 폐질환자나 심장질환자, 암환자, 당뇨병환자 우선.
-신종플루를 앓은 가족이 있는 경우
-의료계 종사자
-6개월 이하 유아를 돌보는 경우
#의사의 진단
사실 현재 정확히 신종플루를 검사하는 시스템이 돼 있지 않다. 신종플루로 의심되면 대개 인플루엔자 A로 진단한다.
원칙은 바이러스균 검출, 확인이 이어져야 하지만 이 과정이 며칠이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치료 대응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이 실상이다.
일반 검사실은 현재 그냥 A형 독감이라는 검사 결과만 내려준다. 신종플루를 균 검사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곳은 카운티나 정부의 특정 검시소 뿐이다. 검사 샘플을 다 받다보면 감당을 못하기 때문에 검사 대상도 병원에 입원한 유사환자나 호흡기 질환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의 샘플로 검사를 한정해 놓고 있다.
오랜 임상경험을 토대로 검사결과에 의존하기보다는 주치의의 예상 진단과 임상경험으로 타미플루나 리렌자 등을 투여해야 하며 정부에서도 이를 추천하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이번에도 1976년처럼 예상과는 다르게 지리멸렬하게 지나갈 수도 있다. 걸려도 2~3일 열나고 끝날 수도 있다.
또 과거와는 달리 예방주사 외에도 여러 대치 약품들이 나와 있다. 의학이 이전보다 많이 발전해 합병증에 대한 보조방법도 많이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 것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전염병의 특징이 극성인 경우는 4~6주이며 그 이후는 없어진다.
조류독감, 사스(SARS) 등도 있었지만 조류독감의 경우 세계적으로는 257명만 사망하는 것으로 끝났다.
1976년도 독감 예방주사로 인한 부작용과 같은 일이 확실히 없다는 보장은 아직 없으나 정부의 안전 재차 확인과정과 현대 의학이 많이 대처하고 있으므로 정부를 믿고 부작용 걱정을 말고 필요한 사람은 예방주사를 맞기를 권한다.
한편 예방주사의 경우 일반독감과 동시에 맞아도 된다. 참고로 수은 걱정을 하는 학부모들도 많은데, 독감 백신에 들어가는 수은은 걱정할 정도의 양은 아니다. 물론 약은 원칙적으로 안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필요한 사람이 복용하거나 주사로 맞을 경우 얻는 이득이 부작용보다 비중이 더 높을 때 그때 약을 적시에 쓰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
타미플루 부작용으로는 구토 증세가 많은데, 음식을 먹으면 좀 덜하다는 보고도 있다. 또 메디컬이나 메디케어가 커버가 가능하다.
최청원 내과 전문의.
이번 신종플루 백신은 10월 중순께 배급될 예정이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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