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들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수준이라는 여론조사를 들으면 속이 무척 아리다. 도대체 우리가 어때서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사람들보다도 호감도가 더 떨어진다는 말인가?
우리 코리언들은 오랫동안 종교가 생활화된 민족이요 불과 50년 만에 전쟁 잿더미에서 일어나 찬란한 문명을 건설해 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교육수준이 매우 높고, 국제올림픽경기에서 10대 강국이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코리언들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니까 자연 평양 정권을 원망하게 된다. 타인종들은 남한과 북조선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런데 같은 코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가 인권탄압, 종교탄압, 마약밀수출, 핵무기 협박, 굶어죽는 사람들, 주민들 해외 탈출, 위조지폐 제조혐의 등으로 추악한 면모를 보이고 있으니 이를 어쩌랴. 코리언들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사실은 아무래도 평양 정권이 책임져야 하겠다.
하여튼 어느 나라 사람을 막론하고 자부심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현장에서도 자부심이 낮은 학생은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비행이 많게 된다지 않는가. 자부심이 지나치게 높아 허세를 부리고 교만해서는 안 되겠지만 자존심/자신감이 확고한 것은 인격의 기본이다.
그래서 우리 코리언들도 자부심을 느낄만한 사건이 있으면 손뼉을 치고 춤을 춘다. 최근 양용은 선수가 타이거 우즈를 따돌리고 골프 우승컵을 껴안게 되었다는 것 때문에 전 세계 코리언들의 자부심이 한껏 높아 졌다. 우승 자체보다도 골프 황제를 따돌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코리언들의 자부심을 높여 놓는 것들이 어디 그뿐이랴. 삼성, LG, 현대, 대우 같은 기업들이 내어 놓은 상품들을 볼 때마다 고마움을 느낀다. 그런 기업들이 텔레비전에 내어보내는 광고가 눈에 띄면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일제 식민지시대에는 더 했다. 손기정의 마라톤 우승에 감격하여 온 민족이 춤을 추었고,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조종하는 비행기가 하늘에 떴을 때 코리언들의 자존심도 하늘높이 둥둥 날아가는 듯했다. 이승만이 하버드대학교를 거쳐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이승만 박사’라는 한 마디가 우리들의 어린 가슴을 얼마나 뿌듯하게 했던가.
그런데 우리 코리언들에게 자부심에 대한 목마름이 이토록 절실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민족이 토끼 나라처럼 약소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웃의 사자 나라, 곰 나라, 그리고 이리 나라들의 먹잇감이 되었고 그 앞에서 죽을까봐 달달 떨어 왔다. 그래서 지금도 무슨 조그만 경쟁에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우리는 길길이 뛰며 환호작약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코리언들의 자부심을 한 단계 더 높일 때가 되었다. 민족적 자존심을 경쟁에서 찾지 말고 다른 민족에게 협력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가령, 옥수수 종자를 개량하여 아프리카의 수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여 준 김순권 박사, 고인이 되었지만 세계 인류의 건강증진에 크게 공헌한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국제분쟁 조정으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이런 분들이 하고 있는 일이 자부심의 확고한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코리언들이 ‘월드비전’을 정성껏 돕는 것도 큰 보람을 느낄만한 일이다.
앞으로 언제인가는 우리들의 후손인 코리언 아메리칸 가운데서 미국 대통령이 선출될 날이 올 것이다. 또 그렇게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흑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런 가능성이 훨씬 앞당겨지지 않았는가. 케냐인의 후예에 비교하여 코리언의 후예가 무슨 뒤질 것이 있겠는가.
그러자면 지금부터 코리언 하나하나가 고쳐야 할 일이 있다. 다른 인종과의 경쟁에 이겼다는 것에서 ‘통쾌한’ 기쁨을 찾지 말고 그들과 협력을 잘 했다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남한도 북조선도 마찬가지다. 국가 간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것보다는 다른 국가와 적극 협력해서 모두가 다 행복하게 사는 것을 국가경영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격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이정근 /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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