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이민 와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역사는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미 연방 상하원의원을 다수 배출했으며 마침내 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비서실장도 유대인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유대인 공동체가 미국사회를 주도하는 그룹으로 격상되었다는 의미다.
그들이 이렇게 정치인 배출에 민족적인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은 오랜 기간 떠돌이 방랑자의 삶을 살아오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서러움과 고통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인물을 키우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모금을 해주었다고 한다. 유대인 공동체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그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하였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단결력과 애국심은 세계 어디다 내놓아도 따라갈 민족이 없다. 그들은 하나의 구심점을 통해 단일민족으로의 혈통과 전통을 확실하게 이어간다. 이들이 하나의 민족으로 확고하게 뭉쳐지는 데는 유대인 사회의 지도자격인 랍비가 커다란 역할을 한다. 랍비란 히브리어로 나의 선생님, 나의 주인님이라는 뜻으로 이 용어가 1세기에 이르러 보편화 되면서 이 명칭은 그 후 유대인 사회의 지도자 제도로 정착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유대인 공동체는 랍비라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사는 미국 속에서도 그들은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랍비를
통해 그들의 민족성과 자긍심을 키워간다. 그들은 자기네 민족이 세계 어디서든 이민을 오게 되면 재정적으로도 밀어 주어 미국 땅에 안주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어디에 흩어져 살아도 자기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주 단단하게 결속돼 있다. 그들의 강한 민족성과 자부심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쥐락펴락하고 있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의 실상은 어떠한가? 우리는 이번에 모처럼 여러 명의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아깝게 놓치고 말았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 민족의 우수함과 총명함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재정적으로도 어느 정도 저력이 있는 민족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그런 막강한 힘과 능력을 결속시킬만한 구심점이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민족의 랍비가 없음이다.
커뮤니티를 하나로 결속시키고 한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교회가 해 주어야 하는데 한인사회는 80-90%가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뉴욕메트로폴리탄 일대의 한인교계는 천 갈래 만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신앙은 있지만 그 많은 교회의 힘이 응집이 안 되고 하나같이 따로따로다. 커뮤니티에 문제가 있으면 교회가 현실참여에 앞장서야 함에도 교회들은 오로지 신앙생활만 강조하고 있다. 교회가 어떻게 커뮤니티와 무관할 수 있단 말인가.장로교회의 창시자격인 존 칼빈은 설교자들에게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또 다른 손에는 신문을 들라”고 분명히 말했건만 오늘의 상당수 한인목회자들은 신문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
고 있다. 나와 내교인, 내 교회가 속한 커뮤니티의 일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존 칼빈이 이를 보고 무어라고 할 것인가.
만약 이번에 우리 한인교회들이 적극 투표에 참여했다면 시의원선거에 출마한 한인 후보자 4명중에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명은 우리가 당선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에 치러진 시의원 예비 선거에 대한 한인교계의 분위기를 보면서 우리도 유대인커뮤니티와 같이 정치인배출에 왜 한마음 한뜻이 되지 못하나, 왜 우리는 출마한 후보들을 다 당선시키지 못하나 하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정치인을 배출한다 하는 것은 사실 그것이 우리의 힘이고 그 힘을 통해 후손들이 이 땅에서 확실히 보호받고 그들이 확고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인교회들은 상당수가 커뮤니티와 유리된 채, 내 교회, 내 교인 중심으로 건물확장, 교세확장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 아니라 등경 속의 빛이 되기를 바람이다. 한인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결집시킬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바로 우리 커뮤니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회 목회자들이다. 이들이야말로 한인사회를 결속시키는데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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