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통계에 의하면 이곳 중서부 신시내티 지역엔 아시안이 전체 인구의 1.8%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 만나기가 어려운 거리에서 아시안을 보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난 당연히 우리 아시안이 ‘소수민족’의 하나이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아시안 비영리단체 일을 보게 되면서 주류 백인들이 실제로는 아시안을 ‘소수민족’으로 여기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곳엔 아시안 전체를 대표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안 커뮤니티 연합’이 있다. 약 10년 전 몇 인도인과 한 미국인이 만든 모임으로 처음 7년 동안은 YWCA와 함께 주로 가정폭력 문제를 다루었고, 일본인, 중국인, 일본인, 말레이시아인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 후 2년 반 전, 첫 외부활동으로 우리 학교에서 아시안 서밋을 개최하면서 나를 비롯한 한국인, 베트남, 타일랜드, 라오스인 등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 정식 비영리단체가 되었으며 현재는 이 지역에서 아시안을 위한 많은 지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시안 서밋 전엔 아시안이 함께 모여 하는 활동이라곤 매년 한 번 열리는 ‘아시안 축제’뿐이었다. 각 나라가 민속춤과 노래 등을 선보이고 민속공예품 등을 진열도 하고 팔기도 하는 행사였다. 역사박물관 건물 안에서 하는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의 행사였다.
하지만 우리 단체는 서밋을 시작으로 지역 대학, 일급 호텔에서 건강세미나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주류 미디어들도 관심 있게 조명해 주었으며, 주류 단체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함께 일하자고 요청해 왔다. 중서부에도 급속도로 다문화 시대가 열리게 되었고 아시안 인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니, 그들도 이젠 아시안의 존재와 정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때까지도 나는 미국생활 25년 동안 줄곧 믿었듯, 아시안도 ‘소수민족’임을 더욱 여전히 믿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금을 지원하는 재단들과 함께 일하며 보니 기금혜택을 받는 대상으로서의 ‘소수민족’ 중엔 아시안이 완전히 제외되어 있었다. 각 재단이 기금의 일부를 ‘소수민족’에 설정해 놓지만, 그들에겐 ‘소수민족’이 흑인과 동의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2~3년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히스패닉을 포함하기 시작했고, 아시안의 활동을 보면서 아시안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시청이나 주정부도 마찬가지로, 아시안을 ‘소수민족’이라 칭하면서도 실제론 ‘소수민족’으로 대우해 주지 않았다.
이는 아시안에 대해 무관심하다며 백인들을 탓할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 따지고 보면 아시안이 흑인에 비해 이민 역사가 훨씬 짧은 ‘소수’이며 대개 성실하고 조용히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큰 범죄를 일으키는 일도 없고 문제가 생겨도 자기 동족끼리 자급자족하고 살며, 주류 백인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산 것이다. 세금은 꼬박꼬박 잘 내면서.
기금지원을 받는 교향악단, 오페라, 발레의 경우를 보자. 아시안이 많은 교향악단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발레의 경우엔 아시안 댄서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럴 때 재단이 기금을 주면서 아시안 ‘소수민족’ 쿼타제를 내세우면, 스태프나 댄서를 채용할 때 ‘소수민족’을 채용해야만 한다. 그런 이유로 신시내티 발레의 경우도 최근 2명의 댄서와 1명의 스태프를 아시안으로 채용했다.
요즘 주정부에선 오하이오 주택공사, 연장자 상조회, 메디케어, 오하이오 소수민족 관련처 등이, 또 시청에선 인구조사국, 미래도시계획국, 비상사태준비국 등이 우리 단체를 이사로 초대하고 있다.
각 재단과 단체는 이미 지원단체 선정에 나름대로의 고정패턴을 갖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자원이 제한되어 있어 아시안을 새롭게 지원하면 그동안 지원했던 단체 중 일부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당장은 큰 지원을 받을 수 없지만 지금처럼 부분적으로 조금씩 지원을 받다 보면 조만간 우리도 당당하게 ‘소수민족’으로서 받아야 할 권리를 모두 찾게 되리라.
아직은 이들의 행사에 가면 아시안은 참석자들의 1.8%를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혜택을 받다 보면, 의무 혹은 권리여서가 아니라 관심을 갖는 여유가 생겨 자연히 그 수가 그 통계를 능가할 날이 오게 되리라.
김보경 / 대학 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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