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본 트렌드
▶ 너무 화려하지도, 단순하지도 않게
지나친 페미니즘과
로맨티시즘의 그림자 걷히고
보다 더 내 몸에 무난해져
패션 세계에서 9월은 가장 활기 찬 달이다. 지난한 봄, 여름이 지나면서 전혀 새로운 느낌의 가을,겨울 컬렉션을 소개하고 샤핑해야 하는 시즌이기에, 이미 패션쇼를 마친 디자이너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이 바닥 종사자들에겐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하다. 물론 일반 패션 러버들 역시 새로운 시즌을 대비하느라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짜기도하고 이미 지난 컬렉션 때부터 선정했던 위시 리스트를 들여다보느라 바쁘긴 마찬가지. 이번 시즌 파리와 밀라노·뉴욕 컬렉션에서 제시한 트렌드는 불투명한 경기에 대한 낙관적 해석과 클래식의 재해석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그리하여 너무 무겁지도, 너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거나 너무 어둡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적당함과 절제가 런웨이를 수놓았다. 덕분에 한 동안 계속되던 지나친 페미니즘과 로맨티즘의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면서 보다 더 인간의 몸에 적절한 패션이 하강하고 있다. 판타지와 아우라가 걷힌 패션계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했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표현이 되는 걸까. 세계 거장들이 제시한 이번 시즌 유행 경향을 알아본다.
# 깊고 깊은 레드의 세계
트렌드의 풍향계 미우치아 프라다(Prada)가 밀라노에서 제시한 이번 시즌 트렌드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레드’다. 그것도 스칼렛 레드처럼 강렬한 컬러가 아닌 만약 바다가 붉은 색이었다면 가졌을 법한 깊고 깊은 심연의 그런 컬러 말이다. 어쩐지 음울한 느낌마저 드는 그녀가 제시한 레드 컬러 울 소재 드레스는 이번 시즌 머스트 해브 아이템 1순위가 될 듯 싶다. 그리고 여기 한가지 더. 오버사이즈 벨트의 전성기는 지나가고 있나보다. 이번 시즌 액세서리로는 이처럼 가는 벨트 하나는 필수가 될 듯 싶다.
# 다리에 주목하라
이미 백화점 윈도 샤핑을 다녀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번 시즌 가장 큰 트렌드의 핵심은 바로 이처럼 쳐다보기도 지루할 만큼 긴 롱롱 부츠다. 그저 무릎을 덮는 오버 니(Over Knee) 길이 정도가 아닌 허벅지까지 오는 수준이다 보니 숏 팬츠나 미니 스커트와 입으면 가죽 레깅즈로 비쳐질 정도다. 이번 시즌 가장 사랑스런 롱롱 부츠를 런웨이에서 선보인 로달테(Rodarte)의 무대에서 모델들이 캣워크를 하고 있다.
# 레오파드 프린트로 액센트를
패션을 대하는 젊은 층과 중년층의 시각이 가장 극명하게 대립되는 지점이 바로 이 레오파드 프린트다. 나이가 젊을 수록 애니멀 프린트라 하면 질색을 하고 나이가 들수록 레오파드 아니라 그 어떤 동물 프린트라 해도 환호한다는 것이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레오파드 프린트가 이번 시즌엔 퍼 트리밍의 유행과 함께 대대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먼 알마니(Armani)의 무대까지도 이 레오파드 퍼 재킷이 올라 온 것만 봐도 이번 시즌 레오파드에 대한 열기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
# 포기할 수 없는 아름다움, 반짝이
새삼스럽지 않은 스테디셀러다. 요 몇 년 새 시즌 불문하고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온 소재인데 페미니즘이 아스라이 명멸해 가는 이번 시즌에까지 여전히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받는 소재다. 클래식함으로 줄기차게 버텨온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커펠트 역시 이번 시즌엔 다양한 반짝이 플레이를 보여줌으로써 반짝이가 단순히 펑크족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반짝이는 오버 사이즈 목걸이에서부터 레깅즈에 이르기까지 패션 전 분야를 강타할 전망이다.
# 여신의 포스를 입다
이 역시 지난 시즌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피치 컬러 시폰 소재로 바디라인을 그대로 살려주면서 걸을 때마다 스커트 자락이나 소매자락이 날리는, 그리하여 마치 그리스 여신이 하강한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드레스들이 이브닝 가운 트렌드의 정점에 서 있다. 물론 드레스 입을 일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에겐 ‘그림의 떡’일지 몰라도 칵테일 드레스나, 블라우스, 롱 스커트를 고를 때 한번 고려해 보길. 발렌티노의 시폰 드레스 역시 그 유행 경향에 충실해 보인다.
# 사랑스런 퍼 트리밍
이미 지난 시즌부터 트렌드 세터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아이템이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 겨울이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퍼 코트나 스툴이 부담스런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타협 지점일지도 모르겠다. 퍼 소재 볼레로나 짧은 베스트가 가장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인데 디스퀘어드2(Dsquared2) 무대에 오른 이 퍼 볼레로는 이번 가을 가장 아름다운 퍼 코디를 보여줬다. 쌍둥이 형제 딘과 댄 케이튼(Dean and Dan Caten)의 반짝이는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
# 니트 소재 유행예감
아마도 차갑게 얼어붙은 경기 탓인지 이번 시즌 런웨이 아웃웨어는 보는 순간 ‘아~ 따뜻해’를 연발하게 하는 것이 컨셉인 듯 싶다. 그러다 보니 니트 소재 드레스와 가디건은 말할 것도 없고 비니, 빅 숄더 등에서도 니트 소재가 등장했다. 이미 폭신한 느낌의 니트 가디건이나 스웨터는 한 벌 있다면 니트 소재의 오버 사이즈 액세서리에 투자하는 것이 이번 시즌의 현명한 샤핑 예산 집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무대에서 울 소재 재킷에 오버사이즈 그레이 컬러 니트 머플러를 두른 모델이 캣워크하고 있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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