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출신 남성골퍼 최초로 메이저 챔프 꿈 이룬 양용은 인터뷰
공항에 경호원 배치된 것 보고 달라진 위상 실감
“계속 노력해 승수를 더 쌓아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 출신 남성골퍼로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 반열에 오른 양용은(37)은 피곤도 잊은 채 다음 목표를 향한 다부진 의지를 내비쳤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17일 달라스로 돌아온 양용은은 18일 달라스 자택 인근 코너스 베이커리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공항에서 경호원이 배치된 것을 보고 하룻밤 사이에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는 양용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조의를 빠트리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제 우승이 실감나는가.
▲인터뷰를 많이 한 것 말고는 공항에서 알아보는 미국인들이 있어 조금씩 실감을 하고 있다.
- 최종 라운드 전날 부인에게 전화해 경기장으로 오라고 했는데 우승을 예감했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1등은 못해도 최소한 탑10에는 들 수 있다고 생각해 오라고 했다. 혹시나 (우승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 이번 대회 최대 고비는 어디라고 봤나.
▲고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찌 됐든 11번홀(파5)에서 우즈가 투온을 한 뒤 버디를 성공시키는 것을 보고 나도 좀 더 긴장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 최종 라운드 전날 어떤 생각을 했나.
▲5언더파를 쳤기에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평상심을 갖고 연습한 대로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 지난해 8월부터 그립부터 모든 것을 바꾸려고 시도한 것이 효과를 봤나.
▲작년에 7번 연속으로 컷 탈락을 한 뒤 그립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바꾸기로 했다.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러한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전담코치를 두고 연습을 했다. 훅 그립이었는데 이를 스퀘어 그립으로 바꾸는 등 거의 모든 것을 바꾸려고 노력해 왔는데 작년 말부터 서서히 정착돼 가고 있다.
- 이번 대회에서 하이브리드 클럽을 많이 사용하던데.
▲롱아이언은 러프가 심한 곳에서는 어려운 경우가 많아 3, 4번 하이브리드를 추가했는데 편안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어 좋다.
- 퍼트도 굉장히 좋아진 것 같던데.
▲일본에서 뛸 때도 그린 감각이 매우 좋았다. 다만 미국에서는 그린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올해 들어서는 퍼트도 안정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 타이거 우즈와 다시 경기를 한다면 이길 자신이 있나.
▲경기는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우즈가 계속 이겨오다 이번에 진 것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항상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 우승 뒤 최경주 프로가 전화를 걸어와 축하를 해줬다.
▲우승한 뒤에 축하 전화가 와서 통화했다.
- 2007년 매스터스에서도 처음 출전해 30위를 차지하는 등 메이저 대회에 강한 것 같다.
▲메이저 대회 중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그린이 빠른 것을 제외하면 러프가 없어 경기하기가 제일 쉽다고 본다. 한국 선수들이 우승할 가능성이 큰 곳이 오거스타이다.
- 아들만 셋인데 골프를 좋아하나.
▲가끔 애들을 데리고 연습장에도 간다. 둘째 이수(8)가 운동신경이 좋은 것 같아 자신이 원한다면 골프선수로 키우고 싶다.
- 달라스 생활은 어떤가.
▲그동안 팜스프링스에 살다가 두 달 전 달라스로 이사를 왔는데 정말 맘에 든다. 약간 덥기는 하지만 교통이 편리해 이동거리가 짧다. 특히 이사한 뒤 탑10에만 3번 들고, 메이저 대회에 우승까지 하는 등 나에게는 행운이 따르는 도시이다. 현재 최근 최경주 선배가 이사를 왔고 외국선수들도 10여명 이상이 이곳에 살고 있다.
- PGA투어 선수 중에는 누구와 친한가.
▲위창수(찰리 위)와 친해 경기 때면 저녁도 함께하고, 연습도 함께하곤 한다. 최경주 선배와도 친하다. 외국 선수로는 카를로스 프랑코, 탐 퍼니스 주니어 등과도 가깝게 지낸다.
- 종교는.
▲불교이다. 평상심을 유지하는 데 힘이 된다.
- 영어공부는 좀 하는가.
▲하지 못하고 있다. 내 생각은 어차피 시작이 늦어 영어를 잘 못할 거면 우선은 골프부터 잘 치자는 생각이다. 영어를 할 경우 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지 않느냐. 통역 등은 매니저에게 맡기고 우선은 골프에 전력할 생각이다.
- 미국에 올 때 가족들이 만류했다던데.
▲반대는 아니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한 것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가족들에 대한 빚을 갚게 돼 다행이다.
-음식은 주로 어떻게 하나.
▲저녁은 주로 한식당이나 일식당을 찾는다. 아침과 점심은 주로 골프장에서 미국식 토스트와 계란 등을 먹고 집에서는 특히 한식 위주로 불고기, 김치찌개 등을 좋아한다. 회도 좋아하고. 체력보강을 위해 한약을 좀 먹기도 한다.
- 평소에는 시간이 나면 어떻게 보내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은 만큼 집에 있을 때는 될 수 있으면 아이들과 연습장도 가고 극장도 가는 등 가족과 지내려 한다. 이사온지 얼마 안 돼서 망치 들고 집수리도 하고 있다.
- 주량은.
▲요즘 소주 한 병 정도 한다.
-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특정분야보다는 퍼팅에서부터 어프로치 등 모든 분야에서 전체적으로 10% 정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 중이다.
- 앞으로의 꿈은.
▲일단 앞으로 6년간 시드를 받아놓은 만큼 그 이상도 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주어진 기회 동안에 온 힘을 다해 승수를 쌓아나갈 생각이다.
메이저대회 그린 위에서 챔피언의 꿈을 이룬 양용은이 활짝 웃고 있다.
동양인 남자로는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 반열에 오른 양용은이 18일 인터뷰에서 공항에 경비원이 배치된 것을 보고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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