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전쟁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다. 인도차이나, 알제리, 티모르 등지에서 유럽은 패퇴에 패퇴만 거듭했다. 한 때 전 세계의 90%를 통치하던 제국주의의 본산지다. 그 유럽이 왜 이토록 패배만 기록하게 됐을까.
“제국주의는 구시대의 산물로, 식민지 해방은 시대적 요청이다. 그러므로….” 밖으로 내건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인구 학자들에 따르면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인구감소, 특히 싸울 수 있는 연령의 남성인구 급감이 그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유럽의 전시 동원가능 연령의 남성인구는 20세기 초만 해도 세계 전체의 35%를 차지했었다. 오늘날에는 9%도 채 안 된다.
출산율이 1.5% 이하다. 이런 나라들을 인구 학자들은 ‘죽어가는 나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30개 유럽국가 대부분은 죽어가는 나라로, 유럽세의 몰락은 바로 출산율 감소에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세기(世紀)가 도래한다.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그러면서 온 세계의 시선은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에 쏠려 있다. 인구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중국 시대는 결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파워는 그 방대한 인구에 있다. 그 인구가 그런데 감소될 전망이다. 동시에 예상보다 일찍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다. 그 중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을지 상당수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는 산업선진국들이 공통으로 맞은 문제다. 노인 인구는 늘기만 한다. 반대로 젊은 노동력은 줄기만 한다. 여기서 파생되는 경제, 사회적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숙제다.
서방의 고민은 그러나 중국이 맞고 있는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노후 사회보장제도라는 건 사실에 있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중국이 지난 한 세대동안 ‘한 자녀 갖기’정책을 강력히 실시해왔다.
그 폐해랄까. 부작용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벌써부터 노동력부족 현상이 일고 있다. 앞으로 6년 후부터 그 현상은 날로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머지않아 어린이 보다 노인 인구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앞으로 20년 안에 4억3,800여만이 되면서 성인 노동인구 1.6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게 된다. 노후 사회보장 제도도 없다. 때문에 노인 부양은 하나 뿐인 자녀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그 부담을 중국 사회는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요약하면 ‘한 자녀 갖기’정책 실시 한 세대가 지난 결과 중국은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선진국병’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내려지는 결론은 ‘중국 세기는 신기루’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선진국병에 걸렸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중국도 중국이지만 이는 아무래도 한국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벌써 몇 년째였나. 유럽, 일본도 제치고 한국이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여 온 것이. 그도 모자라 한국에는 사상 최악인 0점대 출산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출산율은 지난해 1.19보다 더 떨어져 1.0이 무너져 0점대를 기록하는 것도 이제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 충격적인 ‘출산율 0점대’진입 전망은 한국병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국이 처해 있는 모든 문제가 바로 ‘0점대로 향하는 출산율’에 녹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국이 지니고 있는 달갑지 않은 세계 1위의 기록-. 얼마 전 발표된 그 보고에 따르면 한국인은 10만 명 당 45.2명이 자살을 한 것으로 집계돼 이 부문에서 세계 1위다. 출생아 대비 낙태건수에 있어서도 역시 전 세계에서 톱이다. 그밖에 자잘한 세계적 기록이 하나 둘이 아니다. 치명적 교통사고율도 그렇고, 신생아 수출도 그렇다.
이 기록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돼 있다는 것이다. 그 한국의 인구 전망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2018년부터 인구감소는 시작된다. 2050년께 가면 한국은 점차 텅 비게 되고, 2300년께 가면 한국인은 아예 소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 최고의 낙태율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마치 전 사회가 자살의 충동에라도 사로잡힌 것 같이. 이를 한 인구 학자는 ‘코리아 신드롬’으로 명명했다. 한국 같이 등잔 밑이 어두운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저출산은 국가적 차원의 재앙이다. 아니, 저주다. 그 저주의 사슬을 푸는 길은 다른데 있지 않다. 하나, 하나가 지극히 소중한 생명이다. 그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관의 회복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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