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가을 ‘진’트렌드
▶ 데님, 내 패션의‘팬터지’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입기 힘든 아이템.
누구나 입을 수 있지만 누구나 멋지게 소화하기는 힘든 옷. 바로 데님이다.
굳이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로 시작하는 노영심이 작사한 변진섭의 오래된 유행가 가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데님은 패션의 시작이며‘퍼펙트’한 데님 패션에 대한 로망은 남녀 모두의 팬터지이기도 하다. 왜 다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한마디씩 하지 않는가.
‘몸매만 좋아봐. 청바지에 그냥 흰 티만 한 장 걸쳐도 멋지지’. 맞다. 왜 아니겠는가. 제대로 주인을 만난 데님은 그저 그 위에 매치 되는 옷이 흰 티셔츠 한 장이라 할지라도 아주 특별한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스키니 진을 입은 스칼렛 요한슨은 그녀가 비키니를 입었을 때보다 훨씬 섹시하며, 다크 워싱된 부츠 컷에 얌전한 재킷을 받쳐입은 제니퍼 애니스톤은 샤넬 수트를 입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뿐인가. 지젤 번천의 화이트 티에 받쳐입은 무심한 듯한 데님 패션 역시 레드 카펫 위 베르사체 드레스보다 고혹적이며 눈부시다.
이처럼 데님은 입기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어 최근 들어 데님의 활용도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위켄드 이지룩은 말할 것도 없고, 재킷과 셔츠만 제대로 갖춰 입으면 세미 정장으로도 손색없고, 화려한 탑과 액세서리를 매치하면 파티 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디스트레스드 진과
블리치 진이 두 대세
파격적이지 않으면서
섹시·우아하게 코디
■ 찢어진 데님에 올인하라
그저 파란색 바지가 전부인 이 데님의 유행은 시대의 패션 변천사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대상을 따라, 여성들의 욕망을 타고 끊임없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왔다. 디스코 바지에서부터 부츠 컷, 스키니 진을 지나, 하이웨이스트(일명 배바지)에 이르기까지. 수 년 전 정말이지 저걸 입고(아니 신고) 숨쉬는 게 가당키나 할까 싶은 스키니 진의 광풍 이후 데님 디자인은 답보상태였다. 한때 이 스키니 진의 광풍을 막아보겠다고 몇몇 디자이너들이 배 바지와 플레어 진을 선보이긴 했지만 트렌드 리더들의 스키니 진의 편애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패션잡지에선 매 시즌보다 좀 더 새로운 데님을 입어보라고 난리였지만 스키니 진의 아성은 굳건했으니까. 그래서일까.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그 스키니 진과 적절한 지점에서 화해를 모색한 듯도 싶다.
이번 시즌 데님의 유행경향은 크게 두 줄기. 하나는 히피들이나 입을 법한 ‘디스트레스드 진’(Distressed Jeans)이고 또 하나는 80년대 일명 ‘스노 진’이라 불렸던 ‘블리치 진’(Bleach Jeans)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두 트렌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러니까 찢어지다 못해 너덜너덜한 디스트레스드 진은 이번 시즌 찾아볼 수 없다. 적당하게,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우아하면서도 심지어 럭서리한 느낌 팍팍 나게 찢겨진 디스트레스드 진이 유행의 최선두에 있다.
만약 보다 더 파격적인 느낌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최근 빅토리아 베컴이 최근 줄기차게 입고 나오는 블리치 진을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블리치 진은 이름처럼 청바지 부분 부분을 탈색해 꼭 눈이 앉은 것 같다해 일명 스노 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이 활약하던 80년대 스노 진은 말 그대로 다크 워싱에 단순히 블리치만을 한 것인데 요즘 유행하는 블리치 진은 물 빠짐이 그레이 컬러에 가까운 라이트 워싱 처리된 데님에 번짐 효과가 있는 듯 블리치 한 것이 특징.
이 두 가지 진은 모두다 스키니 진을 베이스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즈인지 레깅즈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몸에 꼭 달라붙는 디자인에 대세다.
자, 이쯤 이르면 갈수록 이번 시즌 유행 데님 입기가 쉽지 않음을 감지하게 된다. 허리에서 허벅지로 그리고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동양 여성들의 몸매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하체 실루엣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스키니 진도 모자라 거기에 얼룩덜룩 블리치를 하거나 터질 듯 한 스키니 진을 찢어 살짝살짝 맨살까지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웬만큼 ‘착한’ 몸매가 아니고서는 소화가 쉽지 않을게 확실해 보인다.
올 가을 데님 트렌드 최선두에 서 있는 블리치 진. 디스트레스드 진과 함께 올 가을을 강타할 블리치 진에는 과감한 탑에 스모키 메이컵까지 한다면 캐주얼한 파티 룩으로도 손색없다.
■ 어떻게 샤핑할까
보통 유행이 시작되는 그 시점에는 ‘득템’(아이템을 얻는다는 뜻의 네티즌 용어)이 쉽지 않다. 그 유행 디자인을 만드는 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인데 이번엔 사정이 틀리다. 오랜만에 만난 이 불경기 속 대박 아이템을 놓칠 새라 고가든 저가 브랜드든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디스트레스드와 블리치 진을 내놓고 있다.
7진은 스테디셀러 디자인인 라이트 워싱 록산느(Roxanne) 진에 너무 과하지 않은 디스트레스드 진을 선보여 몸매에 자신 있는 이들이라면 30~40대가 입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듯 싶고 보다 더 파격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해 보고 싶은 이들은 J 브랜드를 둘러보길. 다양한 컬러에 디스트레스드 진은 물론 블리치 진을 선보이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또 최근 트렌드 세터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커런트 엘리엇(Current/Elliot)에서는 스키니 진뿐 아니라 보이프렌드 진에서도 디스트레스드 진을 찾을 수 있어 보다 더 편안한 디자인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시도해볼 만 하다.
만약 블리치 진도 디스트레스드 진도 부담스럽다면 올 가을엔 라이트 워싱 처리된 그레이 컬러를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 어떻게 입을까
이번 시즌 데님의 유행경향은 정말이지 기럭지도 보통, 몸매도 보통인 ‘보통녀’들에겐 기막히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디스트레스드 데님은 코디하기도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새파란 청춘이 아닌 이상 아무 때나 입기도 난감하고, 만약 여기에 아줌마라든가, 직장인이라든가 하는 사회적 호칭까지 얹혀지면 이런 디자인의 데님 앞에서 망설여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디스트레스드 데님도 입기에 따라 조금은 얌전한 표정을 줄 수도 있고, 때론 시크한 느낌까지도 줄 수 있다. 이처럼 코디에 따라 다양한 표정이 가능한 것이 데님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디스트레스드 진을 멋지게 입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정석대로 확실하게 히피처럼 입거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주는 반전의 쇼크처럼 확실하게 페미닌하게 연출하는 것이다.
몸매에 자신 있다면 요즘 빈티지 느낌 물씬 나는 보이프렌드 화이트 V넥 셔츠를 입어도 좋겠고 요즘 한창 인기 절정인 프린지(fringe)가 주렁주렁 달린 민소매 탱크 탑에 바이크 재킷을 매치한다면 반항기 가득한 청춘을 연출할 수 있을 듯 싶다. 그러나 이렇게 입기 부담스런 나이라면 시폰 블루종 블라우스나 짧은 미니 드레스 혹은 블라우스에 짧은 볼레로 재킷과 함께 매치하면 보다 더 섹시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니콜 리치/ 그웬 스테파니
빅토리아 베컴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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