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 1979, 2009년. 이 연도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중국, 더 정확히 말해 중화인민공화국(PRC)으로서는 역사적 해라는 공통점이다. 오랜 내전 끝에 1949년 모택동은 마침내 북경을 접수한다. 1979년은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해다.
2009년은 그러면. “사실상의 G-2(주요 두 나라)시대가 개막됐다. 미국과 중국이 한 축이 돼 세계 정치를 이끄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지난 주 열린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과 경제대화’(S&ED)를 두고 한국 언론들이 내린 총평이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중국을 ‘가장 중요한 동반자’로 규정했다. 그렇게 막을 연 두 나라 간의 전략대화는 세계 G2(주요 2개국)체제의 개막식에 다름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2009년 여름의 시점을 한국 언론들은 중국 역사의 또 다른 분수령으로 해석을 한 것이다.
미국 언론의 보도는 사뭇 대조적이다. S&ED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하지는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 해외정책의 근본 자세를 ‘껴 앉기’로 보면서 그 적극적 연장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만만치 않은 경계의 시각도 보이고 있다. 중국을 과연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다. 그 중의 하나가 데이빗 파일링이란 전문가로, 그는 ‘워싱턴은 중국에 지나친 점수를 주고 있다’는 평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중국의 위상을 어느 정도 높여 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중국을 진정한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상당한 모험이 따른다는 거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도 미적거려온 중국이다. 중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거듭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수퍼 파워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빈곤한 개발도상국가다. 그가 특히 문제로 지적하는 부문은 허약한 중국의 통치구조다.
공산당 지배의 통치체제는 어느 때라도 무너질 수 있는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지나친 중국 포용정책은 이런 점에서 오류라는 비판을 서슴없이 가하고 있다.
“기능주의자와 전략가들과의 경쟁에서 일단은 기능주의자들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S&ED와 관련해 허드슨 연구소의 잔 리가 내린 결론이다.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그들이 추구하는 전술은 ‘윈-윈’전술이다. 경제발전은 정치적 개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특히 중요시 하는 것이 경제 관계다. 상호의존적 경제관계는 전략적 관계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능주의자들의 생각이다.
경제적으로 곤란할 때 이 기능주의자들의 입지는 강화된다. 모든 것이 거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 매혹적으로 들려서다. 그 관점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경기부양책만 해도 그렇다. 극소수 민간 기업이나 전체 중국인민과는 관계가 없다. 경기부양책을 통해 살찌우는 것은 오직 국가운영 기업, 더 나가 공산당뿐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발전은 정치개혁을 불러오고 궁극적으로 기존 국제질서 편입의 촉진제가 된다. 기능주의자들의 중국과 관련해 보이고 있는 견해다. 이 역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여명의 중국내 주요 전략가들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사실은 그와 정반대로 드러났다’- 그가 내린 결론이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하에서 중국은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의 주요 전략가 대부분은 그러나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 확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중국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열강으로 부상한 독일제국과 흡사하다.” 권위주의 형 체제 중국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다.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때로 히스테리에 가까운 내셔널리즘의 광기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적에게 포위돼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한 세기 전 독일제국과 현재의 중국이 보이고 있는 공통점을 나열한 것이다. 독일제국의 통치세력은 국내의 줄기찬 개혁요구에 직면해 결국 전쟁을 선택한다. 독일인의 단합을 외치면서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이다.
다시 연도를 나열해 본다. 1949, 1979, 그리고 200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년, 그리고 개혁개방 30년을 맞는 2009년의 시점에서 중국이 보이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미국과 대등한 파워로 부상’- 정답은 아닌 것 같다.
“개혁개방 30년 세월이 지난 현재 중국 인민들은 더 이상 집권세력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권세력이 인민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게 그동안의 가장 큰 변화라면 변화다.” 한 전문가의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G-2시대 개막‘-. 아무래도 허구로 들린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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