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는 한여름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90년대 초반, 서울 카페에선 ‘파르페’라는 이상한(?) 고열량 아이스크림 드링크가 메뉴 트렌드의 최전선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여름, 카페 선정의 기준은 단연 팥빙수를 얼마나 참신하게 만드냐에 달렸었다.
한동안 서울의 여자 대학 앞 카페에선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많이, 풍성하게 올려주느냐가 팥빙수의 세련됨을 구별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고, 시간이 흐른 뒤엔 홈메이드 스타일의 담백한 팥빙수가 고급 카페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다. 그 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건만 팥빙수는 ‘하우스 커피’처럼 여전히 여름 카페의 인기 메뉴이다.
태평양 건너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크게 다른 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일까. 갈수록 세련되어지고 서울 유행이 실시간으로 타전되는 2009년 LA에서 서울 강남의 세련된 팥빙수를 만나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그릇 다 비워내면 한끼 식사를 웃도는 만만치 않은 열량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예술에 가까운 맛과 디자인을 담은 팥빙수 한 그릇 앞에서는 여름철 다이어트 계획은 말끔하게 수포로 돌아간다.
세상 맛있는 팥빙수를 한 자리에 모아 봤다. 마사 스튜어트를 꿈꾸는 그대라면 가족들의 입 딱 벌어지게 할 멋들어진 팥빙수 레서피를, 연인과 뜨거운 주말 오후 나란히 앉아 더위를 식힐 요량이라면 팥빙수 잘하는 카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여름 팥빙수의 유혹은 강렬하다. 가주 제과제빵학교 이효상 원장이 만든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팥빙수들.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요거트 빙수, 알래스카 팥빙수, 고구마 케익 빙수, 과일 화채 빙수.
입이 얼얼~ 달콤한 이 맛
#한인타운의 맛 있는 팥빙수 집
◇니콜스= LA 한인타운 몇 안 되는 터줏대감 카페 중 팥빙수 매니아를 거느린 카페다. 취재 때문에 찾은 점심시간 코리아타운 플라자 내 니콜스에 자리 잡고 앉은 이들은 모두 다 테이블에 팥빙수 한 그릇씩을 올려놓고 있었다. 10년 전부터 이 스테디셀러 빙수를 선보인 니콜스 빙수의 특징은 이 카페 대표 감정숙씨가 집에서 직접 만드는 달지 않은 팥과, 신선한 과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고급스런 재료들이 어우러져 내는 깔끔한 맛에 있다. 한 가지 변한 점이 있다면 몇 년 전부터 작은 떡을 넣었다는 정도다.
이런 감 사장의 고집 덕분에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일부러 여름이면 빙수 먹으러 오는 고객이 있을 정도라고. 6.99달러. (213)380-4717
니콜스
◇로프트= 6가 길 앤틱 스타일의 이 멋진 카페에서 먹는 빙수 맛은 어떨까. 로프트 빙수 중 타인종 고객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호박 빙수. 서울 역삼동에서 고급 카페를 10년간 운영해 왔다는 로프트 대표 박신숙씨가 직접 집에서 호박을 찌고 으깨 팥 대신 빙수에 넣는 이 메뉴는 달지 않으면서도 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백인들에게까지 반응이 좋다. 거기다 포인트로 얹은 홈메이드 호박 아이스크림 역시 별미. 호박 외에도 견과류와 미숫가루, 콘플레이크, 아이스크림 등이 첨가돼 보통 팥빙수보다 아삭아삭 씹는 맛이 있다는 것이 특징.
호박 빙수 8.95달러. (213)383-3006
로프트
◇파리 바게트= 베이커리 팥빙수가 뭐가 그리 특별할까 싶지만 파리 바게트의 올 여름 팥빙수가 아주 특별한 변신을 했다. 혹 지난 여름에 먹어보고 실망한 이들이라면 올해 다시 시도해도 실망하지 않을 듯. 파리 바게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올 여름 팥빙수는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한국산 통팥을 넣어 팥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살아 있을 뿐더러 신선한 과일도 아낌없이 넣어 훨씬 더 맛이 풍부해졌다. 그리고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컵 빙수’도 선보이고 있어 앉아 먹을 필요 없이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췄다. 일반 팥빙수는 여성 셋이 먹고도 남을 만큼 양이 넉넉하다. 팥빙수 외에 녹차 빙수도 깨끗한 맛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라고.
팥빙수 7.50달러. 컵 빙수 3.50달러. (323)467-0404
파리 바게트
◇센트(scent)= 아로마 센터 인근을 오가다 겉모양만으로도 한번쯤 들어가고 싶은 집으로 낙점해 놓았을 이 카페는 들어서는 순간 청담동 플라워&티 샵 분위기가 물씬 나는 LA에서 보기 드문 팬시 카페다. 그리고 그 꽃과 카페 분위기에 어울리게 팥빙수 역시 LA에선 보기 드물게 팬시하다. 특히 이 곳은 빙수가 유명한데 특히 팥빙수 위에 센트가 특별 제작하는 요거트를 얹은 빙수는 달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크림맛이 살아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산 통팥과 신선한 과일로 데코레이션 된 빙수는 달지 않으면서도 담백해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만약 요거트가 싫다면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다.
8.75달러. (213)383-9440
글 이주현·사진 이은호 기자
도움말=가주 제과제빵학교 이효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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