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 전 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급속히 발전한 경제성장과 교육제도 등을 자주 거론하며 격찬을 한 것은 우리나라의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에 대한 경쟁력이 매우 높아졌다는 좋은 반증이다. 한국의 국가브랜드관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국가브랜드 맵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력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의 대표 이미지 1위에 올랐다.
25개국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하면 기술력이 연상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12%였고, 이어 한국음식(10.7%), 한국드라마(10.3%), 경제성장(6.2%)등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이러한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는 물론, 우리의 조국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선호도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까지 한국 하면 떠올려지는 것이 음주 1위, 고아수출 1위, 이혼율 1위 등 부정적인 이미지의 나라였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기술과 음식, 드라마 등이 있다는 건 정말 천만 다행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의하면 연방이민당국에 검거돼 추방된 뉴욕일원의 한인수가 올 상반기 18명으로 역대 제일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유는 매춘 및 알선이 5건, 범죄공모 4건, 불법체류 3건, 밀입국 및 알선이 2건, 중범죄 2건인데 이 건수는 지난 2년 전 상, 하반기 한 해 동안 총 19명이 추방된 것에 비해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 수치로 보면 지난해 강화된 이민당국의 추방경향으로 볼 때 올 하반기까지 합치면 올 한해 추방건수도 이번에 나온 상반기 수치의 배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들에게 어찌하여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일까? 우리 민족의 문화는 어지간한 실수와 잘못은 그냥 눈감아 주고 또 잘 아는 사이라고 해서 법을 어겨가면서라도 편의를 봐주는 것이 관례화되었고 또 벌 받을 짓을 해도 대충 떼를 쓰고 하면 어떻게 모면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였다. 그러나 서양인은 철저한 법치주의 하에서 법 자체를 두려워하며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 죄를 짓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남의 잘못도 쉽게 봐주지 않는 것이 이들의 문화풍토다. 청운의 큰 꿈을 안고 태평양까지 건너와서 미처 뿌리도 내리기 전에 이 나라의 법을 어겼다고 해서 강제로 출국당하는 한인들을 볼 때 가슴이 메어지는 느낌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본을 일찍부터 알고 조심스레 잘 살았다면 이러한 불행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리라. 무엇을 하든지 이 나라의 법규와 제도를 잘 지키며 살아야 한다. 국가가 정한 법의 틀 안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안정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 그 법을 무시하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쉽게 빨리 한꺼번에 돈을 쥐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난관에 처한 한인들과 접해 보면 대부분이 이렇게 까지 살려고 미국에 온 것은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 180여 개국의 인종이 무수히 살지만 이 나라가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러가는 이유는 나라의 법과 규칙이 확실하게 적용되는데다 시민들이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살고 있기 때문이
다. 겉으로는 자유를 부르짖지만 미국만큼 확실한 법과 질서위에 자유가 보장된 나라도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고는 이 나라에서는 살 수가 없다. 당국은 나라를 온전하게 이끌고 가기 위해 좋은 법을 제정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그 법이 잘 집행되도록 수많은 민간단체들이 감시하고 있다. 그 법을 위반할 때는 누구든지 사법부의 추상같은 심판을 피해갈 수가 없다. 법과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은 이 나라가 살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나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발붙이고 살기가 어려운 곳이다.미국에 와서 사는 한인들은 먼저 미국인들의 법을 존중하는 풍토와 법치문화를 배워야 할 것이다. 한국 같으면 별로 문제가 될 수 없는 일들이 여기서는 큰 문제가 되곤 한다. 한 번의 잘못이나 작은 실수가 결국 아메리칸 드림을 깨뜨리고 인생을 망치게 하는 것이다.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한 범법행위가 나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커뮤니티, 그리고 조국 대한민국에도 커다란 이미지손실을 가져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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