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차원 조기교육 부모 책임
사회와 호흡하는 치료 효과 커
노벨상을 받은 수학 천재인 존 네시의 생애를 담은‘A Beautiful Mind’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이었다. 정신착란증이 있던 존 네시가 전기쇼크 치료를 받는 장면은 어찌나 섬뜩하던지 눈을 감고 있어야 했다.
행동문제가 있는 장애인에게 전기쇼크 법을 쓰는 학교가 미국에 있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다. 쇼크의 강도가 심하지 않다고는 해도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까지 관여하는 지금의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전기쇼크 법을 쓰는 이 학교는 미국에서도 진보적인 지역이라고 하는 매서추세츠에 있다고 하니, 그 사실 또한 놀랍다. 로텐버그 센터라는 이 기숙학교는 자폐증이나 정신지체 그리고 행동장애와 정신질환이 있는 학생을 위한 곳인데,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교육할 수 없는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 쓰는 방법들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으나, 여러 전문가들과 그 학교의 부모들이 그것을 지지하고 있단다. 머리를 벽에 찧어 다치고 하는 아이의 부모는 전기 쇼크밖에 그 아이를 보호하고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상황이 절박하면 그것을 허용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흔히 장애아라고 하면 어둡고 무서운 표정을 연상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장애인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던 오래 전에는 그런 선입견을 가진 사람 중의 하나였다. 장애인이건 정상인이건 사람은 모두 천사와 악마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 능력에 상관없이 공통적인 욕구와 감정을 지니고 있는데, 장애인의 문제행동은 충족되지 못하는 욕구의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언어가 발달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은 의사표현의 방편으로 울거나 떼를 쓰고, 심하면 물기도 하고 물건을 던지며, 상대방을 때리기도 한다. 장애인의 문제행동도 이렇게 이해하고 치료하면 될 것이다. Positive Behavioral Support라는 책에 이런 방법으로 행동문제를 해결한 좋은 사례가 소개되었다.
캐디는 35세의 정신지체가 있는 여성이며 22세까지 격리된 특수학교에 다녔다. 학교를 졸업한 후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려 했으나, 문제행동 때문에 할 수가 없었고, 노모와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Positive behavioral support 팀은 캐디의 행동문제를 의뢰받고 성공적으로 이것을 해결하게 되었다. 그 팀의 한 사람은 우선 캐디의 머리를 기르게 했고, 머리를 빗기기 전 컨디셔너로 머리를 마사지해 주었다. 그랬더니 캐디 머리를 빗기는데 문제가 없었다.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그녀에게 샤핑몰에 가서 직접 옷을 고르게 하고,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하며, 동네를 산책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말을 하지 못하는 캐디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그림카드를 주어 사용하게 하고, stop이라는 수화를 가르쳐 주었다. 캐디는 다른 능력에 비해 대근육신경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운동을 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며, 특히 수영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렇게 9개월이 지난 후, 캐디는 어머니와 살던 집에서 나와 린이라는 같은 나이 또래의 여성과 함께 살 수 있게 했다. 린은 캐디를 보살피는 사람임과 동시에 친구와 같은 관계가 되어 자신의 가족 모임에도 데리고 간다고 한다. 지금 캐디는 문제행동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이웃의 식료품에서 파트타임 일자리까지 구해, 일을 하고 있다.
행동문제가 생겼을 때 벌을 주는 것보다 이렇게 긍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상적인 방법도 있다. 어떤 질병이나 문제든 증상이 생기고 난 다음 치료하는 것보다는 예방하는 것이 더 낫다. 장애아의 조기교육은 행동문제의 심각성을 예방하거나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행동의 예방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가정에 장애아가 태어나면 부모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죄책감이나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기도 한다. 부모의 이런 부정적인 상태는 아이의 문제행동을 유발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가난과 배고픔보다 외로움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몇 십전에는 장애아가 태어나면 수용시설에 보내졌으며, 가정에서 자라더라도 고립된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았다. 장애아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적절한 행동을 배우는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고립된 환경에 의하여 그 능력이 발달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수가 더 많다.
이런 의미에서 장애인의 행동문제를 예방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꼽을 수 있다. 장애인의 사회 통합 운동이 시작되어 많은 장애아들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장애인들이 수용시설에서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와 살며, 일반인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건 간에 존중되어야 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권리가 잘 지켜지면 그는 천사의 모습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악마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정상과 장애의 차이란 종이 한 장만큼이나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홍혜경 <프리스쿨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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