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수 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 가혹한 탄압에 자유화의 불길은 꺼진 것 같았다. 그 불꽃이 되살아났다. 자유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차도르를 쓰고 주먹을 불끈 쥔 여인들의 모습이 재차 클로즈업되고 있다.
다시 불거진 이란의 자유화 물결-. 여러 가지 상념이 스친다. 신정(神政)체제 이란은 결국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인가. 인간은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거짓말에 분노하게 되어 있는 것인가. 자유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중국은 앞으로 100년 동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누가 한 말이었더라. 그 말이 새삼 떠올려진다.
개혁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 곳곳에서 소요사태가 일고 있다. 북경 올림픽이 열리기 전 해 중국이 맞은 상황이다. 그해 열린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체제도전 세력을 겨냥해 한마디 했던 것이다.
‘21세기에 일어날 최대사건은 어떤 사건일까’-. 테러리즘이 기승을 떨고 있을 때 한동안의 유행 화두였다. 그 사건은 서구의 몰락이 될 것이다. 한쪽에서의 전망이었다.
이슬람 근본주의의 공세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무방비 상태다. 거기다가 인구감소와 함께 서구사회는 날로 모슬렘화 되고 있다. 그 상황에서 나온 비관론이었다.
또 다른 쪽 전망은 이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21세기 일어날 최대 사건을 중국의 민주화로 보았던 것이다. 서방세계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민주주의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국의 민주화는 필연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었던 것이다.
엇갈리는 주장 같다. 그러나 결국은 같은 이야기다. 민주주의는 대세인가, 아닌가의 질문이란 점에서다. 그 질문이 한동안 뜸해졌다. ‘중국 세기’가 가정(假定)의 단계를 넘어 현실로 다가온 양 착시마저 일으켜서다.
“근대화는 반드시 서구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서구민주주의도 그렇다. 보편타당한 가치체계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 부상하는 중국은 서구, 곧 미국의 이미지를 모방한 중국이 아니라 중화(中華)정신에 충실한 중국이 된다.”
“중국이 지배하는 세상이 오고, 그 ‘팍스 시니카’의 시대는 평화주의 시대가 될 것이다. 국가지상주의에, 조화와 안정을 중시한다. 그게 중국적 가치관이다. 게다가 중국은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기 때문에 팽창주의를 지향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란 저서를 통해 마틴 자크라는 영국의 논객이 펴고 있는 주장이다. 중국의 현 집권층으로서는 귀에 번쩍 뜨일 이야기다. 중국의 경제적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렸다. 거기다가 중국식 모델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어서다.
과연 그럴까. 티베트에 이어 위구르 자치구 유혈사태에서 보여준 중국의 얼굴은 그와 정반대의 팽창주의에 폭압적 체제임을 보여주어서 하는 말이다.
이 중국을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하나. “패권주의 지향 세력이다. 중국 공산당이라는 건 본질에 있어 옛 중국 엠파이어의 직계 후예로 보아도 무방하다. 통치의 근본 아이디어는 왕조 제국시대와 다를 게 없다.”
하버드대학의 역사학자 로스 데릴의 지적이다. 비(非)한족(漢族)에게 무자비한 정책도 그렇고, 끝없는 팽창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청(淸)왕조를 닮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의 진단은 더 가혹하다. 중국은 하나의 거대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산당 간부가 공산체제붕괴에 대비해 재산을 빼돌리는 현실을 적시하면서 튼튼하지 못한 경제구조에서 오는 위기와 10억에 이르는 방대한 소외계층의 반란으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체제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이 중국이 달려갈 코스는 그러면 어떤 코스일까. 하나같은 지적이 정치적 진화 아니면 붕괴로 보고 있다. 그 진화는 다름이 아니다. 민주화다. 민주화에 실패할 때 누적된 모순으로 중국은 급속한 붕괴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21세기의 최대 사건은 어떤 사건일까’하는 화두로 되돌아간다. 그 답은 아무래도 민주화가 아닐까 본다. 중동지역의 패자를 꿈꾸고 있다. 최초의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을 수립했다. 그 이란 체제가 자유화의 외침에 금이 갔다.
티베트만이 아니다. 위구르 자치구만이 아니다. 불만은 쌓여간다. 한족(漢族)으로 통칭되는 중국 주류 사회에서도. 그 인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사색이 되어 있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오늘날 모습이다. 21세기의 최대 사건은 아무래도 중동지역에서 중국 대륙 그리고 한반도 북단에 이르는 거대 아시아 대륙이 민주화 해방을 맞는 일이 된다는 생각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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