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장관으로 7년간 베트남 전쟁을 이끌었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지난 7일 워싱턴 자택에서 영면하였다. 향년 93세였다. 그 많은 인명과 물자를 소모한 전쟁을 지휘하고 집행하면서 세계를 뒤흔들고 미국과 온 세계에 깊은 상처를 남겨놓은 채 역사의 방향각을 바꿔놓은 그는 이른 아침 잠든 것처럼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뉴욕타임스는 “무익한 전쟁의 설계사 맥나마라 죽다”란 큰 제목아래 그의 부고를 전하면서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여 그가 주역이었던 베트남 전쟁을 심층 분석한 의미 있는 해설을 실었다.
신문은 “가장 강력하고 지적이며 온 나라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던 그는 여생을 전쟁의 도덕성 문제와 씨름하다 생을 마감하였다”고 썼다. 맥나라마는 근래에도 머리가 모두 빠진 초라한 모습으로 가끔 미디어에 출현, 미국의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전쟁을 좀 더 일찍 끝내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심정을 털어놓곤 하여 정당성을 지금도 고집하고 있는 키신저와 대비되고 있다.
케네디에 의해 발탁된 그는 대통령이 암살된 후 후임 존슨 때도 국방장관 자리를 지키며 7년 동안 베트남 전쟁을 지휘, 50만명 이상의 미군을 투입하였고 4만7,000명이 전사하고 25만명의 부상자를 내게 한 책임자다.
2,000억 달러 이상의 전비가 쓰인 소모전으로 이때 생긴 물적 손실이 오늘까지도 미국을 괴롭히는 재정 문제의 먼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베트남 측에도 90만명 가까운 전사자가 있었고, 수백만 명의 죄 없는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경제기반이 파괴되어 정치적으로는 통일을 얻었지만 이때 입은 피해로 인해 아직도 최빈국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직접 피해말고도 고엽제 후유증, 살육전에 참가한 병사들의 정신적 황폐 등 전쟁이 남긴 상처는 계량하기 어렵다.
현대무기와 물량공세, 엄청난 인명손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부월맹과 남부 베트콩의 줄기찬 저항을 꺾지 못한 채 국내와 온 세계의 전쟁반대 물결에 포위되어 정치 도덕적으로 곤경에 처했다. 전투에서는 상대를 제압하면서도 전략에서 정치에서 밀리는 정세가 날로 심각해졌다. 머리가 좋은 맥나마라는 사태의 흐름을 감지하고 이때 벌써 전쟁에 이길 수 없음을 알아챘다. 그는 하노이 측에 정전협상을 제의하여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자고 존슨에게 제의했으나 무시되었다.
UC버클리에서 경제학, 철학을 공부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나온 맥나마라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대로 지적인 인물이었다. “신의 계시를 받아 이라크에 쳐들어갔다”는 부시와는 다른 종류의 인물인 것 같다.
그는 전쟁이 한창일 때 장문의 CIA 보고서를 정독하고 전쟁의 도덕성에 대해 깊은 고뇌에 빠져 전쟁을 되도록 빨리 끝내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며 그때마다 존슨과 갈등했다. 그는 첨단무기를 너무 믿지 말라고 충고한다. 베트남에서 미국이 진 것이 무기가 뒤져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1941년 일본이 미국을 선제공격했을 때 온 국민이 단합해 반격함으로써 미국은 이겼고 침략자의 등뼈를 꺾어 놓았다.
지금도 전 민의 동의를 얻은 명분아래 전 국력을 기울인 전쟁이라면 미국을 이길 나라는 이 세상에 아직 없다. 그러나 이라크전 럼 명분 약한 침략전쟁으로 상대가 똘똘 뭉쳐 목숨 고 저항하면 모택동이 조롱했듯 미국도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지금 북한 문제로 한반도정세가 다시 불안하다. 미국과 북한의 국력은 객관적 수량적으로는 비교상대가 안 된다. 북한은 체제를 지키기 위한 억지력으로써 핵무장 하노라고 주장한다.
‘핵확산 방지’라는 강대국의 논리가 최종적 군사적 해결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명분으로 충분할 것인가? 미국의 고민이, 오바마의 고뇌가 여기에 있다.
이광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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