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두었다. 그 중 첫째는 테러전쟁에서 전사했다. 대학 졸업 후 해병대 장교로 임관해 이라크 전선에 나가 싸우다가 2006년 12월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것이다. 형을 따라 둘째도 대학졸업과 함께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2008년 3월 마침내 이라크에 파견됐다.
이 두 아들의 아버지는 저명한 외과의사다. 첫째의 전사통지를 받아든 어느 날 아버지는 결심을 한다. 자신도 전선에 나가겠다는 결심이다. 문제는 61세라는 나이다. 때문에 입대가 거부된다. 그러던 중 대통령을 면담할 기회가 생긴다. 그 자리에서 특별입대를 요청한다.
대통령의 배려로 그의 입대요청은 받아들여지고 고령에 기본훈련을 받고 군의관으로 이라크 전선에 배치됐다. 칼 로브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이다. 233년째를 맞는 미국의 독립과 자유는 이 같은 용감한 미국인들의 희생정신에 의해 지켜졌다는 한 작은 헌정사다.
이 스토리를 소개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 미국의 몰락이 자주 거론된다. 수퍼 파워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는 거다. 이제는 ‘앤타이 아메리카’도 시들해졌다. 아예 ‘포스트 아메리카’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게 ‘아메리카 사망기사’다. 그 진단이 과연 옳은가 해서다.
아메리카의 쇠망과 관련해 하나의 담론인 양 굳어져가고 있는 것이 ‘아시아 시대론’이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바로 그런 유형의 하나로, 중국은 오는 2027년께 미국을 제치고 최대 경제적 파워가 된다는 것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도 날로 팽창하면서 파워의 중심지는 서에서 동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말하자면 미국은 쇠망의 길을 걷고 아시아는, 특히 중국은 새로운 파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전망인가.
적지 않은 반론이 제기된다. 아시아가 경제가 역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을 대체할 세력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우선 군사적인 측면만 보아도 그렇다. 미국과의 갭이 여간 큰 게 아니다.
미국의 국방비는 전 세계 국방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14개 주요 군사대국의 국방비 총액을 합쳐도 미국의 국방비에 못 미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군비증강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아시아다. 그러나 아시아국 전체의 국방비 총액이 미국 국방비에 도달하기까지에는 72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경제적 갭 역시 엄청나다. 아시아는 전 세계 경제생산의 30%를 차지한다. 그러나 방대한 인구 때문에 아시아지역의 1인당 GDP는 5,800달러로, 미국의 4만8,000달러에 비해 턱없이 낮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지역의 1인당 GDP가 미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77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현실의 갭도 갭이지만 장래 전망도 그리 장밋빛 일색만은 아니다. 에너지자원의 고갈, 환경파괴, 기후변화, 그리고 아시아 전역을 짓누르고 있는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결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하드 파워뿐이 아니다. 소프트 파워란 측면에서 볼 때도 아시아 시대의 도래는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팍스 아메리카’라고 했나. 미국시대는 단지 경제, 군사력으로만 연 게 아니다. 미국적 아이디어, 가치관, 제도 등이 뒷받침을 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오늘날 보이고 있는 것은 ‘하니까 됐다’는 자신감일 뿐 한 시대를 열 보편적인 이데올로기는 아니다. 바로 이점에서 아시아시대 도래, 다른 말로 하면 미국시대의 종언은 시기상조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미국시대를 열게 한 근본의 힘은 그러면 무엇일까. 미국적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아닐까 본다. 이 예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관은 자유주의와 평등사상, 그리고 청교도정신이다.
개인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공익을 위해 헌신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부여한 소명의식을 지상에서 구현한다. 이 미국적 예외주의는 미국의 국가 이데올로기가 되다시피 하면서 미국시스템의 세계화를 이룩했다. 인권존중, 민주주의, 시장경제, 다원화된 제도 등이 그 구체적 구현이다.
미국적 예외주의는 이민정신과도 맥을 같이 한다. 미국의 가치관을 흠모한다. 그래서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이 땅을 선택해 새 삶을 가꾼다. 미국적 예외주의는 이런 면에서 백인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정신의 원형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이루고자 땀을 흘리며, 또 절대자 앞에 신실하려고 몸부림치는 이민자들의 모습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의사로서 안락한 삶을 마다하고 아들을 따라 전선으로 달려간 아버지. 이는 분명 미국의 재발견으로, 미국시대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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