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인해(人海)를 이루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 그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십만, 수백만. 이제 와서 그 숫자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아무도 예측을 못했다. 회교혁명 정권이라고 했나. 그 폭압적인 신정(神政)체제에 사람들은 순치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들이 대대적 시위에 나선 것이다.
표정이 상당히 밝다. 자신에 차 있다. 그리고 평화스럽다. ‘피플 파워’의 역동적 드라마가 민주주의 불모지인 시아파 이슬람 제국 한 가운데에서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상념이 스친다. 이 대대적 시위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하는….
극히 혼미스럽다. 아무도 예측을 못했던 일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쪽에서 우려되게 이란 판 천안문 사태다. 1989년 6월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북경 천안문광장에서 평화로운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을 공산당국은 탱크로 무자비하게 깔아 뭉겼다. 이와 유사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거다.
피플 파워가 반드시 혁명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거기다가 회교혁명정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줄곧 강경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유혈사태의 불길한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그러면 비관적인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극히 유동적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혁명 전야의 상황은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미 국가안보위원회(NSC)의 마이클 맥파울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되돌아보면 모든 혁명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불가피성이 발견된다. 그 전에는 모든 혁명이 불가능해 보인다.”
회교신정체제는 실패한 체제로 끝나고 이란은 또 한 차례 혁명을 겪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시위가 혁명으로 이어질 수박에 없는 불가피성을 하나 둘 발견하면서 내리는 결론이다.
이번 시위는 세대 간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 30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패했다. 거기다가 경제는 엉망이다. 그 30년 회교 신정체제에 대한 신세대의 불만이 비등점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젊은 세대와 기존 세대의 갈등에서 승리는 항상 젊은 세대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때문에 혹시 이란 판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다고 해도 한번 당겨진 혁명의 불길은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슬람 신정체제의 균열현상은 사실이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젊은층이, 지식층이 등을 돌렸다. 여성이 그 대열에 합세하고 반(反)정부 세력은 마침내 전 계층으로 확산됐다.
신정(神政)체제의 핵을 이루는 회교성직자들도 보수와 개혁으로 갈라섰다. 심지어 체제옹호의 근간인 공화국수비대에서도 심각한 균열이 일고 있다. 이란 내 보도에 따르면 16명의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 중 3명이 피플 파워에 동조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선이 이슈가 아니다. 핵문제도 이슈가 아니다. 신정체제, 그 자체가 문제다.”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이슬람 신정체제의 적법성이 국내외적으로 의심을 받게 되면서 그 체제의 생존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망은 그렇다고 치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이 있다. 이란 신정체제의 내부가 생각밖에 허약하다는 점이다. 이슬람 엠파이어 건설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그러면서 핵을 개발하고 또 ‘사단’ 미국과의 성전 불사를 외친다.
그 체제의 내부는 그러나 허약하기 짝이 없다. 경직돼 있고 편집광적이다. 고립돼 있고, 불안정하다. 그리고 충동적이다. 이 체제의 모순은 날로 점증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부균열에 맞닥뜨리게 될 때 체제는 급격히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떠올려지는 게 북한 김정일 체제다. 이슬람 신정체제 이란보다 더 경직되고 모순투성이의 체제다. 또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불렸다. 그 한 축인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는 이미 패망했다.
또 다른 축인 이란은 휘청거리고 있다. ‘레짐 체인지’와 함께 친(親)서방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 때 홀로 남게 되는 ‘악의 축’ 김정일 체제는 어떻게 될까. 그 답을 로버트 카플란은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이란이나 북한, 두 체제가 보이고 있는 역동성은 같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란의 친서방화와 함께 아마도 수년 내에 ‘악의 축’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란사태를 더 주시해야겠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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