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지금 이 시대는 ‘개혁’이란 말이 유행이다. 툭하면 여기저기서 개혁, 개혁을 들고 나온다. 정치, 경제, 교육계는 물론, 문화, 종교계 등 곳곳에서 심심하면 개혁을 부르짖는다. 심지어는 단체나 회사, 교회, 가정에서까지 개혁이라는 단어를 들먹인다. 그러나 정작 개혁을 해야 할 부분이나 문제점의 초점이 거의가 분명치 않다. 한인 커뮤니티에도 보면 이래서 개혁, 저래서 개혁 하는데 실상 무엇이 이루어졌나 살펴보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개혁이란 단어는 하나의 플랭카드에 불과한 것인가.
‘개혁’ 하면 중세 암흑기를 거부한 문화운동, 르네상스가 떠오른다. 이 운동이 아마 개혁 중에 가장 성공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운동은 이태리 시에나 광장에서 시작돼 피렌체에 와서 완성되고 난 후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때부터 인간성이 회복돼 인간의 문화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물론, 이태리의 정치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격하시키고 집단의 권위를 우선순위에 올려놓으면서 또 다른 개혁이 고개를 들었다. 개혁은 또 다른 개혁을 불러온다는 것을 입증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모든 개혁은 그것이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도 신중히 생각해서 하지 않으면 다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고 하였던가. 어느 학자는 개혁이 승리를 얻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결코 성공을 거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대통령이 탄생하면 언제나 개혁, 개혁 하지만 실제로 개혁에 성공한 대통령의 이름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우리가 잘 아는 중국의 모택동이 혁명에 성공한 인물로 기록돼 있다. 모택동은 장개석을 몰아내고 중국을 공산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등소평의 개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모택동의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민중들의 심리에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혁은 위에서부터 하게 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요즘 도처에서 개혁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개혁을 하려면 반드시 인간심성에 기초를 두고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는 어떠한 개혁이건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개혁은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법으로써 미덕을 규제할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요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국내에서 경제와 교육계는 물론, 의료, 보험 계 등 각계에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권을 찾아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이것도 전례에 없는 파격적인 개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각 분야의 정책을 새롭게 시도하고 어제 북한에 대한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를 위해 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일종의 대북정책 전환을 꾀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류다. 그러나 이런 모든 정책과 방향이 성공하려면 인간, 즉 저변의 소리 없는 민중을 중심으로 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개혁은 민중 없는 시작도 있을 수 없고 민중 없는 결과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정국이후 한국의 정치권도 여당과 야당이 검찰개혁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지만 진정 성공적인 개혁을 원한다면 국민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도 한인회든, 단체든, 회사든 진정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회원과 직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을 때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음이다. 가정의 개혁도 가족을 바탕으로 해야만 진정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혹은 회장, 사장, 또는 목사, 가장 등의 개혁방향이 지도층이나 상층부에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할 경우 실패는 자명한 사실이다. 사회개혁의 과업을 포기하는 것은 자유인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결코 그것을 공무원, 혹은 제도를 통해 바꾼 것이 아니라 항상 국민들에게 영감을 줌으로써 바꾼 것이라고 한 나폴레옹의 말은 개혁의 진정성이 어디에 있어야 되는 가를 극명하게 말해준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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